경찰서에 가서 남편의 실종신고를 하다.
순야 이선자
알츠하이머병이 사람을 힘들게 하지만, 어떤 때는 어쩌다 우리 이이가
이렇게 되었나? 싶을 정도로 나날이 변해가고 있다.
며칠간 고분고분 내 말을 잘 듣다가도, 고집이 한 번 나오면 어떤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라 감당 하기가 싶지 않다.
얼마 전의 일이다.
항상 대문을 잠가 놓고 살기에 문소리에 예민한 내가 남편이 밖으로 나가면
나도 소리 없이 그 뒤를 따라서 맞은편 길로 따라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루는 세 번이나 외투를 입고 집열쇠를 같고, 집을 나가기에 매번 따라가 봤다.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사거리까지 가더니, 다시 되돌아오기를 반복해서
네 번째에는 따라가지 않았다.
항상 가는 길이니 되돌아오겠지? 하고서.
그런데 15분이면 항상 되돌아 오든 사람이 한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아,
겁이 덜컥 났다.
어쩌면 길을 잃고 시내를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급히 겉옷을 걸치고 잰걸음으로 남편을 찾아 나섰다.
우선 우리가 산보 나가든 길과 시내의 옆길을 돌았다.
멀리서 검은색 외투를 입은 사람만 보아도 옆지기처럼 보여
얼른 달려가 보기도 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염려와 불안, 조바심과 걱정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요새 부쩍 자기 집에 데려다 달라고 말하더니, 정말 어디로 떠난 걸까?
우리가 지금 사는 이 집은 37년째 살고 있는데, 남편은 우리 집이 자기 집이
아니라고 우긴다.
그럴 때마다 벽에 붙은 아이들 사진과 우리 결혼사진을 가리키며,
여기가 우리 집이라고 말해도 남편의 머릿속은 어느 먼 곳을 여행하는
방랑자가 되어가고 있다.
한참을 큰길과 좁은 골목길까지 샅샅이 뒤져도 헛수고만 했다.
그러다가 어쩌면 그사이에 집에 돌아와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헐레벌떡 집에 왔지만 남편은 없었다.
그사이에 시간은 자꾸 흐르고, 경찰에 신고하려고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통화 중으로 나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급한 마음에 경찰서로
뛰어갔다.
내 기도는 “주여! 오 주여! 제발 아무 일 없기를 요!“ 하는 기도뿐 ,
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필이면 입주간병인이 자기 고향에 간 후라, 나 혼자만 동동거릴 뿐이었다.
다행히 경찰서가 우리 집에서 도보로 5-6분 거리에 있어서 참 다행인 것을
이제야 감사하면서, 실종자 신고와 함께 치매환자라고 하니, 신분증과
인상착의 등 몇 가지를 물은 후, 곧바로 순찰경찰차가 찾아 줄 테니
너무 걱정 말라고 위로하는 말에 울컥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의 기도는,
“아 주님, 지금 이 시간 남편이 집에 와 있다면 다른 소원은 없습니다.“ 라는
간절한 마음뿐이었다.
기적은 믿는 자에게만 일어난다고 했던가?
대문을 열고 복도에 들어서니, 아직 외투도 벗지 않은 남편이 나를 보고 웃었다.
왜, 말도 없이 혼자서 어딜 갔다가 이제야 왔냐는 말 대신,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 “ 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경찰에 다시 전화하면서,
“저희 남편 집에 돌아왔어요.“ 라고 알려줬다.
알츠하이머란 몹쓸 병에 걸렸어도 살아있음을 진정 감사하는 하루였다.
우리 님들, 다가 오는 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날에 많은 복 받으시고,
올 한 해도 건강의 축복과 가족들의 평안을 기원드립니다.
2주 반 전에 이곳은 폭설이 내려서 교통이 마비되는 상태가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자주 산책을 갔던 들판인데, 눈이 많이 와서 발이 푹푹 빠지는 그 길을 걸었습니다.
하늘은 푸르고 들판은 하얗고, 이 아름다운 설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행복했습니다.
아래는 순야의 뜨락입니다. 눈이 내린 직후라 하늘은 잿빛.
정원으로 나가는 길목에 호두나무, 동백나무 ,천리향나무에도 함박 눈이 내려 눈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첫댓글 알츠하이머 환자를 집에서 돌보느라 정말 고생이 많습니다.
살고 있는 집을 자기 집이 아니라하고,
아내를 몰라보고 하는 것들이 더 힘들 것 같습니다.
순야님의 정원에 내린 하얀눈을 보면 조금은 위로가 될 것도 같네요.
알츠하이머란 몹쓸 병에 걸렸어도 살아있음을 진정 감사하는 하루였다는 수냐님의 마음씨 에 절로머리숙여집니다.
하루의 시간시간이
기도임을 실감하면서
살아가는 수냐님,
하루에 수백번 감사와 이별을
준비하는 황혼의 나이.
일평생을 함께한 시간들이
어찌 모두 이렇게도 허무하게 지나 가나요.
"떠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자주 생각케 합니다.
오늘도 나인 나로 살게 하시고
한평생의 역사가
한페이지 한페이지
감사로만 생각나게 하소서.
이힘된 시간들 중에도
아름다운 천국의 꿈을 꿀수있는
소망의 날에 오늘 새아침을 맞이하여
감사와 소망의 두손 모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