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꽃님이 가족이 처음 텃밭 농사에 도전하며 사계절을 보내는 모습을 담은, 어린이들을 위한 농사 이야기책이다. 지은이는 10여 년 동안 아이와 함께 주말 농사를 지었던 경험을 토대로, 한 해 동안 텃밭을 일구는 과정을 세세하게 일지 형식의 동화로 전한다. 손수 건강한 먹거리를 키우는 보람과 밭을 일구는 행복으로 충만한 꽃님이 가족의 일화들은 날짜별로 전개되고 있어서 실제로 텃밭 농사를 짓는 동안 편리하고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다.
꽃님이 가족은 아주 열심히 농사를 짓지도, 굵은 열매가 열리도록 잡초를 뽑거나 거름을 주지도 않는다. 호박을 너무 많이 심거나, 심는 때를 놓쳐 아주 작은 무를 수확하는 둥 실수투성이 초보 주말 농사를 이어간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많은 수확물을 얻는 것보다 작은 열매도 소중히 여기고, 들풀도 곤충도 생명으로 존중하며 자연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텃밭 농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다른다.
농사가 무엇인지, 텃밭에서 생명이 어떻게 자라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한 번쯤 “나도 텃밭 농사를 지어 볼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이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사계절 텃밭에서 만나는 식물, 곤충은 물론 먹거리에 관한 지식과 농사법 등 어린이와 초보 주말 농부를 위한 다양한 팁도 수록됐다.
“도대체 언제 자라는 걸까?”
생생하고 신비로운 사계절 텃밭 이야기
이 책은 “우리 농사짓자, 올해부터.” 하고 꽃님이 아빠가 대뜸 말하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엄마는 “맙소사, 무슨 농사야?” 하고 놀라지만, 꽃님이는 이렇게 말한다. “응, 아빠.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아, 농사.” 초등학생 꽃님이의 눈으로 본 농사는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은 텃밭 농사를 시작하려면 필요한 준비물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달라지는 농사의 모습까지 초등학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자연의 순리대로 풀과 곤충도 함께 사는 텃밭을 일구는 일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즐거운 놀이터이자 신비로운 생명의 기운을 맘껏 얻어가는 신기한 장소라는 것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꽃님이 가족은 봄에는 씨를 뿌리고, 여름이면 맹렬하게 자라는 들풀과 작물, 더위와 씨름한다. 가을이 되면 호박과 배추, 무 등을 풍성하게 수확하고, 겨울이 되면 땅과 함께 쉬어가며 다음 봄을 준비한다. 초보 농부 꽃님이도 봄과 가을에는 씨뿌리기를 맡고, 여름에는 열매를 수확하며 계절마다 제 몫을 다한다. 들풀과 곤충이 더 많이 살아가도록 스스로 작은 꽃밭을 일구기도 한다. 토마토 순을 따거나 빼곡한 새싹을 솎아내는 일처럼 사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재배의 과정들도 아빠의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을 통해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렇게 새로 난 여린 줄기를 ‘순’이라고 해. 이 토마토에도 순이 아주 많이 나거든. 토마토 순을 자주 따 줘야 열매에 갈 양분을 잎에 빼앗기지 않는대.”(본문 58쪽)
배추를 수확할 때 밑동을 잡고 쑥 뽑아낸 다음 그 자리에서 뿌리와 겉잎을 정리하는 모습이나, 버려진 빨래건조대를 호박 지지대로 재활용하는 모습 등은 실제로 농사를 지어 본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실감나는 일화들도 알차게 담았다. 또 수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절마다 맛깔나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화들을 읽노라면 군침이 돌 정도다. 초봄 솎아낸 어린 순으로는 새싹 비빔밥이, 한여름 토마토를 잔뜩 수확한 날은 토마토 파스타가, 호박이 남아도는 가을엔 갈치 호박 조림이 텃밭에서 밥상으로 이어진다. 수확한 배추와 무로 김장을 하고 수육을 곁들이는 대목은 텃밭 농사의 한해살이를 마무리하는 뿌듯함이 절로 느껴진다. 이렇듯 이 책은, 주말이면 텃밭을 찾아가 시간을 보내는 꽃님이네 가족의 생생한 일화와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농사의 방법과 수확의 기쁨을 녹여내었다. 또 ‘농사지을 때 필요한 농기구’나 ‘궁합이 잘 맞는 식물들’처럼 농사뿐 아니라 알아두면 좋을 자연과 과학 정보들을 팁 박스를 통해 빠짐없이 전해준다.
곤충과 들풀, 이웃과 함께 탄소 중립 실천하기!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의 비결은 ‘숨 쉬는 땅’
꽃님이네는 처음부터 탄소 중립을 실천하려고 텃밭 농사를 시작하지는 않았다. 다만 비닐을 쓰지 않고, 농약을 치지 않고, 들풀을 뽑지 않고도 농사를 지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농사를 시작한다. 텃밭 이웃들은 들풀이 무성한 코딱지 밭을 보며 눈총을 보내거나, 농사를 지을 줄 모른다며 잔소리를 한다. 그럴 때면 꽃님이 아빠는 일부러 큰 소리로 들풀이 땡볕과 장마를 견디게 해 준다고 말했지만, 한여름이 되자 결국 크게 자란 들풀을 베어내게 된다. 꽃님이네는 비닐을 쓰지 않아 땅이 숨을 쉬고, 농약을 치지 않아 수확물이 더욱 건강하고 안전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젓가락으로 배추벌레를 잡는 일에 겁을 먹기도 하고, 다른 밭보다 작게 자란 무를 보며 비료를 주지 않아서일까 고민하기도 한다. 이렇듯, 이 책은 비닐을 쓰지 않고, 농약을 치지 않으며 농사를 짓는 일이 마냥 좋다거나 쉽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그로 인한 어려움이 닥칠 때도 있고, 다른 밭에 비해 작은 열매가 맺히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독자들은 좌충우돌 탄소 중립 텃밭에서는 작은 열매라도 맛있고 건강하며, 땅의 힘을 되살리는 보람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농사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어린이를 위한 텃밭 이야기>도 이야기 곳곳에 실려 있다. 농사와 관련이 깊은 우리나라의 24절기, 밭에서 함께 살아가는 곤충, 봄철이면 밭둑에서 자라는 풀 가운데 먹을 수 있는 풀 등 알찬 정보들이 가득하다. 텃밭 농사를 지으며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방법을 더욱 적극적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비료가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엠오 작물은 위험해!” “벌레를 너무 미워하지 마!” 등은 어린이들이 자연의 순환을 이해하고 탄소 중립을 실천하도록 돕는다.
마치 어린이가 직접 그린 그림일기 같은 장경혜 작가의 그림은 이야기에 활기를 더해준다. 장경혜 작가는 김지선 작가가 10여 년 텃밭 농사를 지으며 찍어두었던 사진 자료들을 토대로 이 책의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인지 꽃님이 가족의 활기찬 모습이 더욱 생생하게 전달된다. 또 잎채소와 열매의 성장 과정, 씨앗의 색깔과 모양 등이 그림에 모두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그림만 봐도 풀의 종류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자연과 환경을 살리는 농사가 무엇인지, 텃밭에서 생명이 어떻게 자라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한 번쯤 “나도 텃밭 농사를 지어 볼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이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사계절 텃밭의 시간 속에서 만난 다양한 생명의 소중함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올 것이다.
■ 지은이와 그린이
글 김지선
고려대학교에서 철학과 미술을 공부했고, 어린이 책 편집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창작 모임 ‘작은 새’ 동인으로, 어린이 논픽션 《꽃 아주머니와 비밀의 방》 《여름이 엄마의 生生 중국 리포트》를 썼습니다. 《한눈에 쏙 들어오는 서양 미술사》 《별이 빛나는 밤》 《엄마의 생일》 등을 한국어로 옮겼습니다.
그림 장경혜
성신여자대학교에서 국어 국문학을 공부하고, 한겨레 일러스트레이션 학교에서 그림을 공부했습니다. 《달콤, 매콤》 《모자 달린 노란 비옷》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욕 시험》 등 다양한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