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US오픈에서 나달이 19번째 메이져 타이틀을 획득하면서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중 누가 가장 뛰어난 선수로 남게될까 라는
주제로 갑론을박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되더군요.
아직 세 선수 모두 진행형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가정을 전제로 한 논쟁이라 큰 의미는 없을 수 있지만
(페더러의 팬으로서 당연히 페더러꺼라고 생각하던 No.1 타이틀이 당연하지 않게 된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몇가지 기록을 찾아보던 중 공유할만한 내용은 되는 것 같아서 한번 끄적여보네요.
테니스에서 선수 비교할때 가장 대표적인 수치 하나만 꼽자면 메이져 우승 횟수를 따집니다.
다들 알다시피 페더러 20회, 나달 19회, 조코비치 16회를 기록 중이죠.
이들의 메이져대회 기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아시겠지만 위 표의 정렬은 동일 나이대를 기준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간단히 봐도 몇가지 재밌는 사실이 있네요.
- 나달이 가장 일찍 메이져 타이틀을 획득하기 시작했다 (나달 19살 / 조코비치 21살 / 페더러 22살)
- 32살(현재 조코비치 나이)까지 메이져 타이틀 수는 페더러17회/나달17회/조코비치16회로 거의 비슷하다.
- 첫 메이져 우승 후에는 메이져 4강 단골 손님이 된다.
여기에서 우승횟수는 익히 알고 있는 숫자니까 새삼 흥미로운 부분은 없을수도 있어서 포인트를 한번 부여해봤습니다.
랭킹 산정 시 메이져대회에 부여되는 포인트를 기준으로 역대 메이져대회 획득 포인트를 따져본것이죠.
(메이져대회가 5세트 경기이다보니 이변이 적은 편이고 그 선수의 평균적인 레벨을 보는데 가장 좋은 자료로 보여집니다)
우승 2000, 준우승 1200, 4강 720, 8강 360, 4라운드 180 등등...
이를 가지고 에이징 커브 비슷하게 한번 그려봤습니다.
페더러는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확실히 나이가 드는게 드러나네요.
(36살에 반등을 하는건 조코비치가 부상으로 난조를 보일때 3개 타이틀을 획득한게 큰 것 같습니다.)
나달과 조코비치는 20대 후반부터 30까지 노쇠함이 보여지는듯하다가 갑자기 전성기 수준으로 급등하는 모습이 보여지네요.
32살까지의 누적 포인트를 따져보면 조코비치가 가장 많은 포인트를 획득하고 있습니다.
조코비치 : 55285점
페더러 : 53124점
나달 : 50295점
괜히 조코비치 GOAT 이야기가 나오는게 아니네요.
여기에서 또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는데 각 선수들의 최전성기 3년간 획득 포인틀 보면...
페더러 : 19840 (2005~2007)
조코비치 : 16960 (2011~2013)
나달 : 15100 (2017~2019)
전성기 기준으로 압도적인건 확실히 페더러가 제일이고 조코비치도 나달과 페더러가 있는 세상에서 상당했죠.
그런데 나달은 최근 3년 성적이 가장 좋습니다. 가장 꾸준한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죠.
32살까지 누적포인트는 가장 딸리지만 이후 나이에서 획득하는 포인트는 나달이 가장 높을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나달 GOAT도 충분히 그럴법해 보입니다.
그럼 페더러팬인 제가 보기에 페더러 GOAT 가능성은 별로 없는 걸까요?
솔직히 페더러 본인의 힘으로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보여집니다.
그나마 조금은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부분은 이 빅3를 위협하는 다른 선수의 등장이죠.
앞서 말했던 첫 메이져 우승 후에 4강 단골이 되는 부분에 대해 좀더 살펴보자면 확실히 어느정도 레벨에 오르기 시작하면
그 자리에서 쉽게 내려오지 않는게 보여집니다. (머레이나 바브린카를 봐도 꾸준히 8강 4강에 오르게 되죠)
랭킹 4위까지는 시드배정으로 서로 만나지 않기 때문에 탑4 유지가 가능한 레벨이 되면 주구장창 4강 가는거죠
그럼 빅 3를 위협할 선수는 누가 있느냐?
일단 나달의 프랑스 오픈 타이틀 최대의 걸림돌은 팀이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프랑스 오픈만 놓고 보면 4년 연속 4강 진출이죠.
더욱이 나달과의 스코어도 (2018년 0:3, 2019년 1:3) 점점 나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경기 내용을 봐도 그렇고요
아마도 내년은 상당히 재밌는 승부가 펼쳐지리라고 봅니다. 내후년엔 나달이 밀리지 않을까 싶고요.
하드코트의 경우 사실 메드베데프만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최근 보여주는 모습이 반짝 성적이 아닌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으로서
손색이 없는 정도까지 올라왔다고 봅니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내년에 메이져 타이틀 하나정도 따낸다면 진짜 그의 시대가 될 것 같습니다.
적다보니 글이 길어졌는데
페더러의 위치가 이렇게 위협받는 현실이 씁쓸하긴 하지만 (진짜 2019 윔블던 결승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네요ㅜㅜ)
나달과 조코비치의 꾸준함도 놀랍고
또 이들을 위협하는 새로운 선수들의 등장이 머지 않았음이 느껴져서 설레이기도 하네요.
첫댓글 정말 재밌어여 ㅎㅎㅎ세 선수끼리 맞붙는 경기를 최대한 더 보고싶네요.
추가로, 세명이 서로 각각 만났을 때의 베스트 게임들은 뭐로 보시나요?
나달 조코비치의 2012호주오픈 5시간 53분 경기요
두분 다 고맙습니다 ㅎㄹ
나달 또는 조코
전 페더러
작년 같았으면 나달을 꼽았을거 같은데 올해 클레이코트 마스터즈들을 놓치는거 보니 불안함을 지울수가 없더라구요
페더러는 윔블던 트리플 챔피언십포인트였나요. 그게 너무 아쉬워요 딱 한포인트였는데ㅡㅡ
그것도 본인 서브 게임에서 40-0 였는데..그 잘 꽂히던 서브 하나가 안 들어가더군요.
아직까진 페더러라고 생각하는데 2년 후 정도엔 조코비치나 나달로 바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