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기관에서 네트워크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친구에게 어느 날 호젓한 분위기를 틈타 예전부터 한 마디 하고 싶던 말을 던졌다. "나는 너같은 스페셜리스트(專家)가 참 부럽구나". 내가 막연하나마 그런 생각을 가졌던 이면에는 특수한 전문분야를 지니지 못한 이유로 홀대받아야만 했던 나 자신의 일반성(?)에 대한 일말의 회한, 그리고 누구나 자기가 지니고 있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부풀려진 시각으로 보게 되는 심리 등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으로 도사리고 있었다. 그런데 즉각 되돌아온 그의 답변은 내 예상에는 한참 어긋나는 것이었다. 그의 시각으로는 외려 나같은 제너럴리스트(一般職)가 부럽다는 것이었다. 쉽사리 수긍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그는 그가 없으면 안되는 일이 있었지만, 반면 나야 뭐…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꼭 나 아니어도 다른 사람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래서 내가 가졌던 생각을 이야기해주고 그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연유를 캐물었다. 그의 얘기인즉슨 얼핏 외부에서는 첨단스럽게 비쳐질지는 몰라도 워낙 급한 템포(速度)로 발전하는 분야이기에 잠시 눈 돌리는 순간 뒤떨어진 존재가 되어버리는데다, 정보통신 이외의 분야에는 실상 백치에 가깝기 때문에 여차한 경우에는 세상살이에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신기술 정보를 획득하는 일에 굉장한 하중을 느끼고 있으며, 그것은 생존차원이라고도 했다. 경쟁력의 우위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제너럴(general)한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되어야 한다느니 '스페셜(special)한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되어야 한다느니 하는 말이 많다. 예컨대 전문의료인의 경우 의술 외에도 환자의 불안한 심리를 평안하게 하는 대화술이나 관련설비까지 겸비해야 하며, 반면 서비스업종이라 할지라도 시장조사에서부터 연구를 거듭해 해당분야에 그 누구도 따르지 못할 실력을 갖추어야만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직종구분상의 평이한 분류방법에 얽매였던 나를 되돌아보게 한 일이었다. 그것이 결코 우리 앞에 가로놓인 문제의 핵심에 다가가서 궁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하는 것이 분명하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