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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암탉 잡아주던 할머니
28년만에 만나 감동의 재회를 하는 백련화 할머니와 청전 스님
28년만의 재회라니요! 참으로 감동의 시간이었습니다.
필자는 지난 9.1---9.28일 까지 치아문제로 한국에서 일정을 가졌습니다. 그안에 꼭 이십년만의 고국 추석도 맞았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생길에 한 소중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1983년 가을, 해제 철 만행 행각 중에 아름다운 사건(?)이 벌어졌답니다. 일월산 아래의 한 시골 농가에서 생긴 일입니다. 해질 무렵에 발길 닿아 들어간 한마을의 노부부께서 귀한 스님이 왔다고 저녁거리로 씨암탁을 잡아주신 해프닝이었지요. 이튿날 아침에 할아버지의 한마디 말씀은 잊을 수가 없었는바 말씀이란,
“시님요. 나가 인제 언지 세상 버릴지 모리니 저쪽 우리 선산에 나랑 가서 나 뫼 자리 한나 봐 주시기요.”
얼추 세월이 흘렀어도 그 순수하신 노인장의 마음을 어찌 잊을 수가 있었겠는가. 그리고 안쪽 할머니의 정성과 자상하게 챙겨 주신 정갈한 밥상이라니. 하도 아름답고 인간적인 배려였기에 항상 잊지 않고 있던 중, 이년 전 출간된 “나는 걷는다 붓다와 함께”라는 책에서 그 동화 같은 사연의 얘기 글을 싫었습니다. 그러고는 인도에 들어왔지요.
청전 스님이 28년 전 일월산 아래서 만난 백련화 할머니
얼마 지나서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한 독자분이 꼭 통화를 하고 싶다기에 쉽게 그러라하며 말씀을 나눴습니다. 놀랐습니다. 정말 놀랐습니다.
바로 위에서 말 한 28년 전 그 옛날 노부부의 막내 따님 전화였습니다. 당시 자기는 안동여고 1학년이었는고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이며........... 그 시절 얘기에 저는 근 30여 년 전의 기억 속으로 저절로 돌아갔습니다. 우선 아버님 어머님의 안부를 물으니 아버님은 얼마 전 해에 95 세로 돌아가셨고 엄마께서 지금 계시는데 곧 90이 되어 간답니다.
하긴 당시 할아버지께서는 칠순이 넘었었지요. 돌아가시기 전까지 스님인 제 얘기를 많이도 하셨답니다. 필자에게 어떻게라도 연락하려 했지만 늘 인도에 오래계시는 것으로만 알았다가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이렇게 연결 되었다며 어쩔 줄을 몰라 합니다. 한국에 가면 꼭 만날 것을 언약함이야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백련화할머니와 그 딸들과 함께 한 청전 스님
올여름 정기 라닥 순례 봉사활동을 마치고선 좀 무리한 건지 치아에 문제가 생겨 참는다는 것도 한계가 있어 결국 짧은 한국행을 결정했습니다.
마침 부산의 한 절에서 관음재일 법회도 있어 미리 연락하여 그 절에서 법회 끝에 노모님을 만났습니다. 곱게 늙으신 모습이며 아직도 정정하신 걸음과 함께 절밥 한 그릇을 다 드시기도 했습니다. 모이신 신도 분들도 모두 기뻐함은 물론, 송광사 방장 어르신 보성 노스님께서도 “아따 그 할마시 참 이쁘게도 늙었다.”하시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정말 얼싸 안았지요. 저도 참으로 눈시울이 적셔오더군요. 따님은 곁에서 눈물로 꿈같은 재회를 보기만 하더이다.
무슨 말 보다는 그저 노모님의 두 손을 꼬옥 잡아드리며 부디 건강 하시고 제가 올 때마다에 늘 다시 뵙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인도에서 준비해간 보리수 염주를 목에 걸어드리니 모인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칩니다. 그 옛날에도 송광사에서 염주를 보내온 것 지금도 가지고 있다며 하시며 제 조그만 선물에도 아기처럼 기뻐하십니다. 불명이 없으시다 기에 깊은 생각 없이 청순하며 곱게 핀 하얀 연꽃의 뜻인 백련화란 이름을 지어드렸습니다.
어쩔거나. 필자는 다시 이곳 인도에 돌아와야만 하니.....................
내가 늙어 저런 모습을 갖출 수가 있으려나? 얼굴 모습이 정말 아기천사이다. 맑고 고운 노인의 얼굴에 삶의 인생고가 전혀 없어 보임은 왜일까. 마지막 헤어지기 전에도 가벼운 노구를 안아드리니 울음 반이다.
지금 인도에 돌아와 급하게 이 글을 올리고 싶다. 이 아름다운 인생길을 만들어주신 일월산 아래 두 노부부에 이생과 다음 생에도 끝없는 불보살의 가피를 축원 합니다.
할머님 건강히 계시다가 꼭 다시 뵈어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천축국 히말라야의 가을 하늘 아래서, 해동 비구 청 전 합장 삼배 올립니다.
첫댓글 훌륭한 스님의 아주 따뜻한 이야기... 가슴이 찡하네요...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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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없이 맑은 순수성에 감동입니다._()_
아름다운 인연입니다 ~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