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를 보내고 맞이한 한가위
9월21일
아침 6시25분
Asiana Air의 첫출발 비행기가 김포상공을 힘차게 날아오른다.
트랩을 오르면서 펼쳐본 조간신문에는 신정아 스캔들로 온통 도배되어 있었다. “세상 돌아가는 판은 싫건 좋건 알고나 있어야지” 하고 혼잣말을 되뇌는데 쌓였던 피로 탓인지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으며 깊은 상념에 젖어든다.
인생의 무상함이라. 권력과 명예(부귀영화)를 쫓아 물불을 가릴 여유 없이 사는 게 사람 사는 가벼움이라지만, 진정한 땀과 노력의 진실한 댓가는 얻어지는 게 사람 사는 보람과 명예임을 항시 유념해야 할 일이다. 각설하고.
비행기가 급격히 흔들리는 것 같아 눈을 떠보니 오늘따라 유난히 항공기가 저공비행을 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 창밖을 보라! 갈비뼈처럼 골이진 산등성이 사이사이로 고요히 강물과 바다가 만나고 있었다. 아마도 땅 끝 마을 해남 상공을 지나고 있나보다.
은빛 바다의 평화로움과 솜사탕 같은 구름이 서로 보듬어 주듯 살갑게 어우러진 포근한 정겨움을 보니 저 구름도 산도 바다도 항시 서로아끼고 그리워하고 있었구나.
가끔씩 어머니의 구수한 된장국이 그리워지듯, 지나간 시간들은 서로에게 다정한 시(時)공(空)의 범위를 넘나들며 깊은 인연과 번뇌를 거듭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고 하늘 위의 구름을 바라보며 사색해 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구름 사이로 한라산 백록담의 위용과 아롬아롬 흩뿌려지는 빗속 들녘이 시선에 와 닿는다. 며칠 전 태풍 “나리”가 훑고 지나간 동문시장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는지 용담동 일대는 정리가 되가는 지 사뭇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나리”께서는 무엇이 그리도 사무쳤기에 백록의 기슭에서 그토록 깊은 통곡과 시름의 눈물을 뿌리셨나이까. 도통 사람의 소견으로는 알 수 없는 칠흙같은 절망의 골 깊은 서러움이 왜 그리 많으셨나이까.
억만년동안 지구가 생긴 이래 탐라로 오랫동안 명명된 이 땅에는 흔치 않는 기상 이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명절이면 귀소본능을 가지고 변함없이 찾아오는 고향천리길이 쉽게 올 수는 있지만 점점 대도시 중심으로 변화하는 도시화로 인해서 명절도 대도시에서, 콘도에서, 해외여행지에서 보내는 현실이 보기에 안쓰럽게 보였습니까?
동문시장에 즐비했던 싱싱한 생선들과 무르익은 과일, 초여름부터 잘 손질한 갈옷 적삼도, 고사리, 양애간도 싸악 쓸어 어디로 가져 가시려 하셨나요?
우리 사무실 지하에 세 들어있는 대리운전 기사양반들의 티코 자동차뒷 창문에 붙어있던 “나~얼릉 커서 그랜져 살람니다”라고 써 붙혀 놓 은 포스터를 외면하고 대 여섯 대씩을 멍석 말듯이 뒹굴어서 용연 아래로 떠 밀어 넣으신 이유나 들어봅시다.
“나리”가 휩쓸고 간 흔적들을 치우고 복구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지혜, 협동의 노력이 필요하리라 본다. 이 시대에 우린 삶을 나누고 함께 해야 할 책무가 있으며 지구 온난화의 폐해가 얼마나 혹독한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구의 화석연료로 지탱해온 우리들은 이제 3~40년 후에는 자원의 고갈화로 새로운 에너지원의 보급이 절실하다. 우리가 후손들에게 해결하고 떠나가야 할 가장 큰 과제와 책무가 아닌가 한다.
아무튼 태풍 “나리”의 피해로 고생하는 수재민들에게 작으나마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마련해 봐야겠다.
추석연휴에도 복구에 여념이 없는 군장병들, 소방대원님들,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멀리서 걱정과 안부를 묻고 격려해 준 “77드림머” 들에게도 고마움과 우정을 전한다.
- 한가윗날 용담동에서 자산 김 홍삼-
사진1) 물 폭탄 맞은 동문시장 모습
사진2) 처참히 쓸고 가서 부서진 좌판을 망연자실 쳐다보는 노인
사진3)물 폭탄에 힘없이 나뒹구는 차량
사진4)라마다 르네상스 호텔 앞 힘없이 쓰러진 가로등 모습
사진5) 에~고~ 우리 사무실 지하 대리 운전 차 티코도 여기까지!!
사진6) 물길 앞에 가로 막는 건 모조리 쓸어간 엄청난 현장
첫댓글 홍삼아! 추석은.....// 막상 내려 와서 보니 대강 정리는 되 가는 모습이드라만..... 한라체육관을 호텔방으로 알고 잠을 자며 피해복구에 열과 성을 다 보여주는 특전사 대원들이 무진장 고맙게 느껴진다.
나는 가서 직접 눈으로 보질 못해서 어느정도인지 ... 대충... 전에 현장 몇곳에서 물 폭탄을 맞아본 기억은 있기에.. 짐작은 간다.. 어쨌든 인간이 저질러 놓은 개발이 이제 그 빚을 갚으려 하고 있는것 같다..엘니뇨현상으로 태평양상의 작은 섬나라들이 물에 잠겨 가고 있으며, 제주해안에서만 보이던 자리 가 이젠 동해안에서..종려,워싱토니아 등이 이젠 남해안에서 아무렇지 않게 자라고 중부내륙에서 동백나무 군락지가 생기는등... 사계절이 뚜렷하다던 우리나라가 이젠 아열대로 바뀌는 .... 암튼 이런 모든 개발행위를 비롯한 인간들이 파놓은 부작용이 ... 이번 수해도 거의 인재에 가까운 ..물론 그런 집중호우는..
극히 보기 힘든 현상이지만 기후변동으로 인한 재해 이기에... 아마도 개발 하면서.. 하천 복개를 하면서 교각 몇개만 빼고 시공을 했어도..설계를 아무 생각 없이 한 .... 그런 일들만 없었어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는 일이었는데... 암튼 복구를 위해 투입된 민방위대..소방대원... 그리고 군부대 장병들 너무 고맙게 느껴지는 하루다..오늘 연휴가 끝나는데.. 육지 사람들은 주차장 같은 도로에서 엄청 고생들 하겠지만..우리 고향 사람들은 항공편이나 원활한지...........?
글구 이거 사진이 안 보이네? 홍삼아 사진 있음 나한테 메일로 보내줘봐...
홍삼아!방가~올만에 왔네.....추석은 잘 지내구?......제주의 수해 소식은 정말 가슴 아픈....아무 도움도 못되고 애만 태우는.....자동차가 겹겹이 마치 종이로 만든 장난감처럼 포개져 있던 모습은....사람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주는 거 같아서.....
태풍이 오던날 사무실에서 발전소 설계뜨고 있었는데,우와 골목길이 마치 이과수 폭포처럼 하염없이 밀어대면서 주차해 있던 차들을 쓸고 내려오더라, 80 세이신 어르신네께서 이런물은 탱나곤 처음이라더군.....휴~~~
그걸 직접 봤다구?......윽....어려서 다리위를 넘던 물은 많이 봤지만서도.......그것도 무서웠는데.....
쓰나미와 거의 흡사한 정도 였었지, 당일오후에 들러본 사람들은 말문이 막힐 수 밖에 없었지
동문시장이 젤루 많이 피해를 본 모양인디 어케 사진이 안보이내 왜 하필이면 제주도에 그런일이....
나,글 올리는 솜씨가 없어서 태진이 에게 멜로 보냈는데 수정 안 해주네,태진아 바빠시냐!
영부야, 내가 전달한 것 안하기로 한거냐,연락 바란다.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는 운동이 후손들을 위한 가장 큰 유산이 아닐까.... 고향 수재해를 지켜본 나로서는 가슴이 아프다..
홍삼아! 오랫만이다. 영부한테서 수재민을 도우기 위해 친구가 큰(?)성의를 표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도 추석에 고향에 가서 나리의 참상을 보고왔다. 올해는 유난히도 우리 고향에 비가 많이 내리는구나. 옛날같으면 나랏님이라도 바꾸어야만 하는 상황이었을텐데... ㅎㅎㅎ.
성식아, 동안에 안부 챙기질 못했군... 미안허이.. 시월말에 보자..건강 유념~ 습기가 많은 환절기라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