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7차 “조선 선비들의 취미생활” 강의를 듣고/ 안성환
울산문화아카데미 설립 이래 가장 젊은 강사를 만났다. 올해 서른세 살인 박영빈 강사는 스스로를 '골동덕후'라 소개했다. 이는 오래된 물건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유물의 역사와 제작기법, 시대적 배경, 진품 감별까지 탐구하며 전통문화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을 뜻한다.
강단에 선 그의 모습을 보며 일제강점기 사재를 털어 우리 문화재를 지켜낸 간송 전형필 선생이 떠올랐다. 앳된 외모와 온화한 인상 속에서도 문화유산을 대하는 확고한 철학과 신념이 자연스럽게 전해졌다.
그의 원칙은 단순하면서도 분명했다.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들이지 않는다." 골동을 진열장에만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함께 호흡하게 하는 것이다. 이날 착용한 갓과 안경을 비롯한 여러 소품도 옛 선비들이 사용하던 물건을 직접 손질해 생활 속에서 활용하고 있었다. 그의 손을 거친 골동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문화가 되고 있었다. 고희를 앞둔 필자 역시 골동은 수집과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쓰일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강의는 명나라 말기 문인 도륭의 “고반여사(考槃餘事)”를 중심으로 선비들의 생활공간과 취미, 그리고 삶의 철학을 소개했다. 화려함보다 절제된 품격을 추구하고 사물 하나에도 정신을 담았던 모습은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서재에는 “논어”와 시집을 가까이 두고, 화리목 탁자와 향로를 곁들여 독서와 사색을 즐겼다. 뜰에는 국화와 화분을 놓고, 연못에는 연꽃과 붕어를 길렀으며, 과원과 채마밭을 가꾸어 자연 속에서 마음을 다스렸다. 작은 방에 은은한 향을 피우고 오래된 도자기와 괴석을 배치한 공간은 물질보다 정신적 풍요를 중시했던 선비들의 미학을 잘 보여주었다.
골동에 대한 설명도 인상 깊었다.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성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안목이 더해질 때 비로소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옛 물건을 사용하는 일은 선인의 시간을 오늘의 삶으로 이어가는 과정이라는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결국 문인아취는 취미를 넘어 삶의 태도였다.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기보다 자신의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는 데 더 큰 의미를 두었다. 물질보다 정신을, 소비보다 성찰을, 소유보다 품격을 추구하는 삶이야말로 현대인에게 더욱 필요한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잃기 쉽다. 그러나 고전 한 권, 작은 화분, 정갈한 책상, 따뜻한 차 한 잔만으로도 삶의 품격은 달라질 수 있다. 오래된 것을 아끼고 자연과 함께하는 태도는 지속 가능한 삶으로 이어지는 길이기도 하다.
향토사를 연구하고 문화유산을 답사하는 일 역시 선인의 정신을 오늘에 잇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문인아취와 다르지 않다. 앞으로도 옛것을 단순한 유물이 아닌 삶의 지혜로 받아들이며, 그 안에 담긴 정신과 품격을 배우는 문화생활을 이어가고 싶다. 이날의 만남은 취미를 넘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 뜻깊은 시간이었다.
2026년 7월을 하루 앞둔 날에 안성환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