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어르신들은 사람 만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은 걸까?
2주 전에 만난 변 어르신은 편찮으시다하고, 한 선생님도 고흥에 가셨다는데
아무래도 사양하시는 거 같다.
자신을 누구한테 드러내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내 자신도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고 나의 삶이나 마을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면
틀림없이 사양할 것이다.
어찌 보면 농촌 시골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이들이 그 마을에 대해
조사하고 평가한다는 건 대단히 오만하고 무모한 일일 수도 있다.
내가 맘 먹고 있는 마륜지에 대해서도 그럴 것이다.
오후 3시에 관리의 지난 번 그곳에서 만나기로 하고 시간을 맞춰 가는데
등기소에서 자료를 보완해달라는 전화를 받는다.
차를 세우고 받다보니 늦어졌다.
세 여성은 멀리서 왔다고 이해한다며 기다리고 있다.
면담자를 교섭하지 못했으니 마을을 산책하면서 만나는 분들에게 기회되면
대화를 해 보자고 한다.
다행이 날씨가 뜨겁지 않다.
관중마을 회관 앞의 감목관 철비를 본다.
여전히 물은 맑게 흐르나 쓰지 않은 샘터를 지나고 옥녀정 터를 지나 고개를 오른다.
난 김 교장의 처가가 이 동네인 것이 생각나 앞뒤없이 전화를 한다.
면담할 만한 분을 소개해 달라하니 손위 처남이 가끔 가는데 이번달에 다녀왔다면서
전화를 알려주신다.
처남 한갑수님께 통화하여 수동마을의 한귀근(90)씨를 소개받는다.
바다가 보일 듯도 한데 돌아와 수동마을로 들어간다.
이발관과 김동수 문패가 걸린 담 주변에서 가득 모아놓은 농기구 등을 본다.
한씨 집을 찾아가려는데 깨끗한 집에서 대문을 열고 한 어른이 나오신다.
인사를 드리니 이재금이라 하시며 얼마 전 죽은 바깥양반이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다며
옛이야기를 해 주신다.
난 꼰대짓을 참지 못하고 젊은 임선생한테 메모를 하라고 시킨다.
맑은 물이 넘치는 수동 샘가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회관에서 유모차를 앞세워 오시는 어른을 만난다.
그 중에 한 선생의 부인이 계신다기에 여쭈니 녹동 노인당에서 5시가 넘으면 오실 거라 하신다.
다음에 찾아 뵙겠다고 내려오며 이 어르신이 말한 한감수씨의 밭에서 자두를 따 먹는다.
몇 개만 따려는데 여성들은 손 가득 따 가방에 넣는다.
유 갑장은 차나 식사를 하자는데 난 사양하고 얼른 차를 탄다.
흐릿하지만 장유리던가 신흥마을의 허브 농장하는 이상명 교수를 만날까 하고 올라간다.
시멘트 길 집 사이의 비탈을 올라 차를 두고 회관 뒤의 라벤더 밭을 만난다.
라벤더는 져 버렸다.
해안으로 도로공사하는지 황토가 드러났다.
돌아와 큰 곰솔 한그루를 찍고 비탈을 조심스레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