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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인천공항에서 23시 55분에 이륙하는 아랍에미레트항공(EK)에 몸을 실었다
EK320은 항공기가 엄청 크고 좌석 사이가 넓어서 편리하였고, 특히 한국인 승무원이 탑승해서 좋았다
EK는 매주 3,400편 이상의 항공편이 두바이에서 출발하여 전 세계로 운항한다
매출, 보유항공기, 여객 수 부문에서 중동 지역 최대 항공사이며 우수한 기내 서비스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내식의 맛도 좋았거니와 특별히 한국인 승객들에게 김치를 제공하여서 매우 흡족하였다
약 9시간의 비행 끝에 환승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보다 5시간 늦은 두바이공항에 내렸다
아라비아반도의 사막 끝자락 해안가에 자리잡고 있는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최대 도시이자 두바이왕국의 수도이다.
두바이시의 부유함은 기름이 아니라 무역에 기초한 것이며 걸프해에서 어떤 곳도 두바이와 같은 곳이 없다.
두바이는 세계적인 인공물들로 유명하다.
세계 최대 쇼핑몰, 세계 최고층 건물, 세계 최대 인공섬, 세계 최고급 호텔, 세계 최대 화원 등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두바이에서 EK0878 편으로 갈아타고 6시간 15분 비행 끝에 스위스 취리히(Zürich)공항에 착륙하였다
취리히는 스위스 제1의 도시이자 세계적인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이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과 연결되는 철도가 발착하는 곳이며,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목가적 풍경과 대도시의 현대적 느낌, 구시가지의 중세풍 건물들로 고풍스러움을 두루 갖춘 유럽 굴지의 관광 도시로서도 알려져 있다.
쮜리히에서에서 전용버스를 타고 인터라켄으로 이동하며 끝없는 초원과 고풍스러운 전통가옥들을 바라보았다
융프라우 여행의 중심이자 유명한 레스토랑이며 호텔, 명소 등이 모여 있는 곳, 바로 인터라켄이다.
도시 이름은 튠(Thun) 호수와 브리엔츠(Brienz) 호수 사이에 있어서 ‘호수 사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인터라켄은 융프라우 여행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곳이기도 하다.
묀히(Monch), 아이거(Eiger), 융프라우(Jungfrau)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에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이다.
조그만 산악마을 인터라켄에 시내에 기차역이 두개나 있다....웨스트역과 오스트(東)역
융프라우 여행을 위해 찾아오는 한국인들이 많기 때문에 거리에서 식당에서 한국인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는 도중에 초원으로 이루어진 드넓은 광장을 만났다
텔레비젼에서 자주 보았던 이곳은 패러글라이더들이 착륙하는 곳이기도 하다
인터라켄에서의 첫 저녁식사는 비프스테이크와 피자와 와인으로 결정하였다
스위스의 너른 초원에서 자유롭게 자란 쇠고기와 치즈가 들어간 피자의 맛은 훌륭하였다
특히 예쁘고 날씬한 종업원과 사장이 스테이크에 불을 붙이는 이벤트는 맛을 배가시켰다
다음날 아침, 융프라우에 올라가기 위해서 인터라켄 오스트(Interlaken Ost) 역으로 갔다
동역은 서역에서 열차로 한 정거장, 3분 거리에 있다.
서역이 인터라켄 시내와 연결되는 역이라면 이곳은 오버란트 지역의 산악마을과 전망대로 오르는 등산열차가 출발하는 곳이다.
융프라우요흐, 쉴트호른, 피르스트로 연결되는 등산열차가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 중이다
빌더스빌과 라우터브루넨, 벵엔을 차례로 지난 기차는 해발 2,061미터 지대인 클라이네 샤이덱 역에서 멈춘다.
이곳에서부터 융프라우요흐 역까지는 경사가 워낙 가팔라 ‘토블러’ 라는 톱니바퀴로 올라가는 특수한 기차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자욱한 안개가 그림같은 풍경의 감상을 방해하여서 저으기 아쉬웠다
열차를 갈아타는 짧은 시간에 클라이네 샤이덱 마을을 잠깐 둘러보았다
클라이네 샤이덱(Kleine Scheidegg)은 융프라우요흐로 올라가는 산악열차의 중간 환승지로 연중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다.
아이거 북벽이 정면으로 보이는 압도적인 풍광을 즐길 수 있으며, 레스토랑과 롯지가 연중 문을 열고 있다.
환갑을 훌쩍 넘긴 지금,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듯 산을 대하는 마음도 바뀌었다.
푸른 청춘일 때 추구했던 높이를 떠나 이제 산의 깊이를 알아가고 싶은 나이가 되었다
누군가에게 산은 오르고 올라도 더 목마른 꿈이다.
어떤 이에게 산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아늑한 터전,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집이다.
같은 땅에서 자라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이곳까지 함께 온 소중한 산벗들이 너무너무 좋다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기차는 매우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세상은 한 권의 책과 같고, 여행을 떠나지 않는 것은 계속해서 책의 한 페이지만 보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이곳에서 나는 삶이란 제목의 책 한 권을 몇 페이지쯤 넘길 수 있을까?
기차는 아이거 북벽을 관통하는 터널을 지나 유렵의 가장 높은 기차역으로 올라간다
이 융프라우 철로는 1896년에 아돌프 구에르 첼러라는 엔지니어에 의하여 착공되어 1912년에 완공되었다.
당시 융프라우 철로는 산비탈을 깎지 않고 화강암 암반 속으로 철길을 내면서, 알프스의 자연을 보호하고 있었다
한 사람의 뛰어난 조상 덕분에 1912년부터 100년 이상... 앞으로도 영원히 관광객을 불러들일 것이다
융프라우와 묀히, 두 봉우리 사이의 움푹 들어간 곳에 위치한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는 해발 3,571m 높이에 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기차역이라서 ‘유럽의 지붕(Top of Europe)’이라 불리운다
이곳은 융프라우를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요흐(joch)’는 '아래'라는 뜻이니 융프라우요흐는 '융프라우 봉우리의 아래'라는 뜻이다.
융프라우요흐 역 앞에는 철도 엔지니어 아돌프 구에르 첼러의 흉상이 세워져 있었다
1893년 아돌프 구에르 첼러(Adolf Guyer-Zeller)는 누구도 감히 상상하지 못한 구상을 했다.
해발 2,061m에 위치한 클라이네 샤이텍에서 해발 4,158m 융프라우 꼭대기까지 암반을 뚫고 철도를 연결하겠다는 것이었다.
톱니바퀴의 힘에 의존해 산을 오르는 기차를 보면 그가 얼마나 무모했는지, 또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놀라울 뿐이다.
한 구간에서 번 돈으로 다음 구간을 연결하며 16년에 걸쳐 완성한 철도 덕분에 구름 위의 천국을 오르는 길이 열렸다
얼음궁전은 1934년에 융프라우 아랫 마을인 그린델발트와 벵겐 출신의 두 산악인이 알레치빙하 아래에 굴을 파서 만든 전시공간이다.
지금도 매년 약 50cm 가량 아래로 이동하는 빙하 때문에 정기적으로 얼음궁전 지붕은 보수가 이루어진다
얼음궁전에는 관광객들 눈에 보이지 않는 온도조절 특수장치가 설치되어 있고, 이곳의 온도를 계속 영하 2℃로 유지하고 있다.
암벽 안에 자리한 융프라우요흐 역 안에는 관광 안내소, 기념품 가게, 얼음 궁전 등이 있다
얼음동굴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해발 3,573m 스핑크스 전망대가 나온다.
해발 3,000미터가 훌쩍 넘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발 아래로 알프스 산맥을 따라 이어진 산들과 산과 산 사이로 펼쳐진
푸른 평야 그리고 마을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신이 되어 지상세계를 내려다보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그러나 그러나...휘몰아치는 눈보라 때문에 아무 것도 보지 못하였다...흑흑
만일 내가 무엇인가로 돌아온다면
눈물로 돌아오리라
너의 가슴에서 잉태되고
너의 눈에서 태어나
너의 뺨에서 살고
너의 입술에서 죽고 싶다
눈물처럼...........................................................작자 미상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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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알프스의 몽환적인 풍경이 보이는 전망대에서 우아한 점심식사를 하였다
식사가 나오기 전에 먹음직스런 알프스 스타일의 빵을 한개씩 먹었다
후식으로 나온 아이스크림에도 스위스 국기가 새겨져 있는 걸 보니 그들의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껴졌다
한국인에게 융프라우의 추억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만년설을 보며 먹는 컵라면이다
융프라우요흐 철도 티켓을 제시하면 한국인에게만 한국산 신라면을 무료로 제공한다
고기와 치즈만 먹어서 속이 느글느글한데 컵라면 국물을 마셨더니 금방 속이 편안해졌다
필수 코스처럼 컵라면을 먹지만 어떻게 한국산 컵라면을 먹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융프라우철도 한국 총판인 동신항운의 송진 이사는 회사 측에 특별한 제안을 했다.
힘든 시기를 겪는 한국인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융프라우요흐 철도 티켓을 구매하면 컵라면을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티켓을 구매할 때 한국인 여권을 보이면 컵라면 쿠폰을 주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7~8스위스프랑(약 1만원)을 내고 사먹어야 한다.
철도회사 측에서는 다른 나라와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서비스를 계속해야 하는지 매년 ‘컵라면 회의’가 열린다고 한다.
융프라우요흐 역 안은 컵라면을 먹는 한국 사람들과 자유여행을 온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로 붐볐다
라면을 먹을 만한 자리를 차지할 수 없어서 대합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먹었다
공짜로 컵라면을 먹은 한국인의 자긍심으로 여유로운 사진찍기 놀이를 하였다
건너편에 앉은 서양의 젊은이들이 손짓과 미소로 호응을 해주어서 더욱 재미있었다
전망대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융프라우 아이거 트레일을 하기 위해 열차를 탔다
융프라우요흐 역에서 산악열차로 터널구간을 통과한 후 해발 2,320m 지점에 있는 아이거글래쳐(Eigerglescher)역에서 내렸다
아이거 융프라우 트레일은 이곳에서부터 클라이네 샤이데크까지 걸으며 융프라우와 아이거, 묀히 등의 거봉들을 줄곧 등에 지고 내려온다.
앞쪽으로는 알프스의 산자락들이 마루금을 좁히며 다가선다.
얄궂게도 비가 내렸지만 알프스의 깊은 속살을 향해 들어가는 우리들의 발길을 막지는 못하였다
이곳은 한국인에게 매우 인기 있는 여행지이지만 아쉽게도 한국인 여행자들 상당수는 트레킹을 즐기지 않는다.
산악열차를 타고 융프라우에 올랐다가 다시 산악열차를 타고 도시로 돌아오는 것이 알프스 여행의 전부인 경우가 제법 많다.
산악열차를 타고 알프스를 여행하면 알프스는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
그러나 알프스를 걸으면 알프스는 온전히 내 것이 된다.
그토록 아름답고 드넓은 대자연이 오로지 나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사람아 사람아 서러워 마라
더 없이 모자라고 힘없다고 울지 말아라
봄풀은 밟혀도
해마다 바보같이 새로이 돋아나고
들꽃은 바람에 찢겨서
차마 볼 수 없이 아름답지 않느냐
사람아 사람아 서러워 마라
목숨 덧없고 가난하다 울지 말아라
빈 손 빈 몸으로
바람은 비로소 만물을 어루만지느니
해와 달 머금고 피어나
이 세상 노을 아닌 꽃들이 어디 있으랴...................김영석 <노을 아닌 꽃들이 어디 있으랴> 전문
푸른 초원과 은빛 설산, 인간과 자연, 사람과 산이 어우러지는 풍경...
예고 없이 찾아온 빗줄기가 대지를 두드린다.
비가 오면 오는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맞아야 하는 게 길 위에 선 자들의 숙명인가 보다.
거스를 수 없는 대자연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곳이 바로 알프스다.
그 앞에서 인간은 예측할 수도, 대비할 수도 없는 미약한 존재일 수 밖에 없다
광활한 대자연과 마주 하니 비좁아진 마음에 잔잔한 평온이 깃든다.
도시에선 산을 꿈꿨는데 막상 자연에선 떠나온 도시를 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일상과 일탈의 균형이 조금씩 맞춰지고 인생이 좀 더 조화로워지는 것....
산행이란 바로 그런 과정이 아닐까?
사람들이 많이 찾는 가게마다 이렇게 태극기가 걸려있는 걸 보면 한국인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짐작이 된다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하더 쿨름(Harder Kulm)으로 올라가는 휘니쿨러를 탔다
하더 클룸은 인타라켄의 모산인데.. 두터운 쇠줄이 휘니클러를 가파른 산 위로 끌어올린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방법으로 기차를 산의 정상으로 끌어올리는 모습에 우리는 감탄하였다
하더 쿨름까지 강철 줄에 의해 끌려 올라가는 휘니쿨러를 타고 8분 만에 오르는 수직의 여행은 짜릿하다
네티즌들이 후회하지 않을 식당으로 추천한 곳은 해발 1322m의 기막히게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멋진 인터라켄 시가지는 물론 튠과 브리엔츠 호수, 그리고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의 위용이 눈앞에 펼쳐졌다
석양이 물드는 유리 전망대 다리 밑으로 천길 아래를 굽어보는 순간 심장이 멈출 것만 같았다
경치에 취해서 한동안 식사하는 것도 망각한채 주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데 정신이 팔렸다
황홀한 꿈의 한가운데 알프스에서 산객의 허기를 채우는 건 음식이 반, 그리고 풍경이 반이다
오랜 세월 사람과 자연이 함께 빚은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하나가 되었다
떠밀리듯 흘러가는 삶 속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떠난 곳. 이 땅에서 하루는 동화처럼 흘러가고 추억은 음악처럼 그윽해진다
우리 일행은 가이드의 특별한 배려로 레스토랑 V.I.P.실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그곳에서는 연세 지긋하신 분이 알프스의 상징인 알프호른 연주를 하고 있었다
알프호른(Alphorn)은 단단한 목제로 컵 모양의 마우스피스와 나무껍질로 감은 긴 원추형의 관으로 되어 있는 악기다
알프호른은 과거 알프스 목동들이 소를 부르거나 산 아래 사람들과 의사소통할 때 사용했지만, 최근엔 관광용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이곳에서 알프스식 치킨과 몽블랑 맥주를 마시며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첫댓글 오우~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기행문..
디테일과 웅장함~ 여기와는 다른 계절의 풍미로 인해
무더위가 싸악~~ 날아갑니다.
켭라면 맛~~ 잊지 못하겠군요...
아이스아메리카 홀짝 거리며 즐감하고 갑니다.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시간내서 차분하게 다시 한번 읽고 사진을 보아야 겠습니다.
가지는 않았지만 사진을 통해서 자세히 보게되네요.
산행기를 읽으니 다시 여행온 기분이 드는 군요.
휼륭한 여행기입니다.
비와 눈 때문에 융프라우와 묀히, 아이거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가보아야겠네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아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단한 열정들이 모여서 몽환의 산행을 하셨군요. 부럼부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