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꽃] 16
씬1. 산책길 (D)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태빈을 아프게 바라보고 있는 선...
카메라 서서히 이동하면,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서있는 지호의 모습.
지호 : .. (이를 앙 물며, 눈물을 참으며 돌아선다)
씬2. 세훈의 까페 앞 (D)
의자에 무릎 감싸쥐고 앉아서 소리없이 눈물만 텀벙텀벙 흘리고 있는 선.
세훈 : ... (그런 선을 보며 안타까운)
씬3. 태빈의 오피스텔 (D)
어둡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양복 입고 있는 태빈. 거울 보면서 넥타이 바로 매는... 표정 담담해진다.
씬4. 호텔 로비 (D)
인하 입구에서 초조하게 손목시계를 보며 기다리고 서있다.
저만치 깔끔한 양복 차림의 태빈이 담담한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인하 : 태빈아! (달려온다)
태빈 : ...미안하다. 좀 늦었지.
인하 : 지호는.
태빈 : ? 아직...도착 안했어?
인하 : (역시... 한숨 쉰다) 이 자식, 너랑 같이 움직인다구 나간 뒤루 연락이 안돼.
태빈 : ! (띵하고, 얼른 뒤돌아 나가려는데)
인하 : (잡으며) 어른들 기다리신다. 넌 들어가 있어. 내가 찾아보께. (나가고)
태빈 : ... (멍한)
씬5. 세훈의 까페 앞 (D)
여전히 울고 있는 선인데,
그런 선을 확 낚아채서 일으켜세우는 세훈.
선 : (눈물 그렁그렁한 얼굴로 놀라서) 아빠...
세훈 : (무섭고 엄하게) 너, 이 자식.... 이렇게 약한 꼴 보이려면 당장 서울로 올라가.
선 : 아빠아...
세훈 : 뭐가 문제야 도대체! 눈이 안보이는 거? 그게 뭐가 어떻다는 거야? 안보이면 숨도 안 쉬구 살꺼야 임마!
선 : (서러워지며 눈물 흐르고)
세훈 : (눈가 붉어지면서) 쓸데없는 생트집 부리지마 이자식아. 너보다 더 한 사람들도 씩씩하게 잘 살아가구 있어!
넌 뭐야. 허구헌날 이렇게 눈물이나 쏟으면서 평생 동정이나 받으면서 살 꺼야?
선 :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세훈 : (눈물 꽉 차서) 한심한 녀석, 난 널 이렇게 약하게 키우지 않았어 인석아!
선 : (고개 숙인 채로 눈물 뚝뚝 흘리면서) 잘못했어요... 잘못했어 아빠... 근데 나.... 오늘 하루만 딱 오늘 하루만 울께.... 응?
세훈 : ... (찢어지는 심정으로 외면하는)
씬6. 거리 (D)
지호, 한없이 가라앉은 표정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그 모습 위로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는 태빈과의 몽타쥬.
씬7. 몽타쥬 (D) (지호의 마지막 심정 정리이므로 슬로우로 보여주셨으면...)
- 함께 동물원 구경하던 모습.
- 엘리베이터에서 기습 키스 하던 모습.
- 동물원 길에서 주차증 받고 '그래 행복해라 이거 마지막 선물로 간직할게' 장난치던 모습.
화나서 '김태빈!' 소리치며 돌아서던 지호.
- 동물원길 함께 걸으며 '오빠랑 난 영원한 합집합이야' 장난치던 모습.
씬8. 벤치 (D)
적당한 곳에 고개 떨구고 앉아있는 지호. 이제껏 누르고 참아왔던 눈물 소리없이 쏟아내고 있다.
씬9. 호텔 로비 (N)
한산해진 호텔로비.
아직 그 자리에 고개 숙인채 꼼짝않고 앉아 지호를 기다리고 있는 태빈...
인하 : ... (보며 안타까운, 가만히 다가가 태빈의 어깨에 한손 올려 놓는)
태빈 : ... (미동 않은 채 그 자세 그대로)
씬10. 청평 선이의 방 (N)
세훈과 선, 침대에 등 기대고 나란히 앉아있다.
세훈 : 엄마가... 많이 아펐었다는 얘기 했지...?
선 : (가만히... 고개 끄덕인다)
세훈 :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두...알구 있지...?
선 : ... (가만히...끄덕인다)
세훈 : 엄마... 사고로 돌아가신거 아니야...
선 : (순간 본다)
세훈 : 나한테, 그리고 너한테 짐되는거 싫다구... 치료 거부하구, 집에서 꼼짝 않구 지내다가... 스스루 목숨을 끊었어.
선 : ! (충격) 아빠...
세훈 : (눈가 붉어지며) 느이 엄마 참 바보같은 사람이다... 아픈 엄마를 위해서 난 참 해주구 싶은게 많았는데... 아주 나쁜 사람이야.
짐이 되면 어때, 옆에 없는거 보단 덜 아플텐데...
선 : ...
세훈 : (눈가 그렁해서 보며) 가슴 속에 사랑이 가득 차면 퍼줄 데가 필요해. 퍼줄 데가 없으면 그 사랑이 상처가 되는 법이야...
담아두지 마. 사랑하는 사람 한테 주구 싶은 만큼 쏟아버려.
선 : ... (아릿해져 오고)
세훈 :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마. 앞날을 걱정해서 현재를 포기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야.
요리를 하고 싶으면 해. 선택할 때가 되면 당당히 선택해. 그렇게 살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다.
선 : 아빠... (안으며 눈물 차오르고)
세훈 : (안아주며) 용기 잃지마 응? 아빤, 예전처럼 당당하구 씩씩한 써니가 보고싶어.
선 : (울컥해서 울며 끄덕인다)
씬11. 태빈의 오피스텔 안 (N)
어둠 속, 지친 듯 들어서는 태빈. 불켜다가 멈칫 그대로 굳어버린다.
쇼파에 우두커니 지호가 앉아있다.
태빈 : (가슴이 쿵 내려앉는 느낌으로 본다) 지호야.
지호 : 약혼식 어떻게 됐어? (피식 웃으며) 어른들 난리두 아니었지?
(돌아보며 피식 웃는) 약혼식날 신부가 도망가구, 김태빈 꼴 좋다...
태빈 : ... (보며 마음 아프다)
지호 : 오빠 꼴이 어떤가 구경하러 왔어. (끄응 일어나며) 아, 십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네. (하며 문쪽으로 가는데)
태빈 : (잡으며) 지호야.
하는 순간, 순식간에 태빈의 뺨을 치는 지호.
태빈 : ! (보면)
지호 : 그래 내가 졌다 이 자식아! (눈가 그렁해지며) 보내줄 테니까 가! 가구 싶은데루 한 번 가보라구!
태빈 : ... (마음 찢어지는) 지호야...
지호 : 대신, 우리 엄마랑 아빠 한텐 입도 뻥긋 하지마! 오늘 약혼식 깬 것두 나구! 널 차버린 것도 나야! 알았어!
태빈 : (미어지는 심정으로 지호를 안고)
지호 : (안긴 채로 눈물 뚝뚝 떨어지고) 사랑해서 보내주는 거 아니야... 싫증나구 싫어져서 보내는거야... 알어?
태빈 : (새어나오는 울음, 아프게 참아내고 있다)
씬12. 청평 선이의 방 (N)
침대 위에 무릎 모으고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선.
어느순간 벌떡 일어나 책상으로 가서 스탠드 켜고 앉는다.
태빈이 준 지도 펼쳐들고, 야광펜 꺼내드는 선. 지도 위로 동선을 긋기 시작한다.
눈빛 달라져있다. F.O
씬13. 세훈의 까페 외경 (D)
이른 아침.
씬14. 세훈의 주방 (D)
세훈, 기지개 켜며 들어서다가 멈칫 놀라서 선다.
식탁 위에는 아침상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고.
선 : (가스레인지 앞에서 국 간 보고 있다가 돌아서며 밝게) 안녕 히주무셨어요? 앉으세요. 아빠가 좋아하는거 디게 많지?
세훈 : ... ? (보며)
씬15. 세훈의 까페 안 (D)
찻잔 놓여있고, 세훈 앞에 프린트된 용지 내미는 선.
세훈 : ? 이게...뭐니?
선 : (웃으며) 내 여행 일정표.
세훈 : (환해지며) 선이야...
선 : 한, 한달쯤으루 생각하고 있어요. 아빠 나 없어두 안 심심하지?
세훈 : 어이구, 청승 떠는거 안보구 살판 나는거지 나는.
선 : 헝, 나 혼자 맛있는 거 먹구, 좋은 구경하고 다닐텐데?
세훈 : 가서 아예 안와두 된다.
선 : (웃고는, 용지 보여주며) 잘 봐요. 25일 밑에 로마라고 적혀 있지? 그럼 그때 난 로마에 있는거야. 그 밑에 현지 시각두 적어놨어.
세훈 : ... (바라보며 문득 웃는다)
선 : ... (그 시선에 웃어보이며) 그 동안 속썩여 드려서 죄송해요.
세훈 : (뭉클해진다) 자식 알긴 아는구나...
선 : 알지....? 내가 이 세상에서 아빨 제일 좋아한다는거...
세훈 : ... (찡해져서 끄덕인다)
씬16. 인하의 방 (D)
외출 준비 중인 인하. 전화벨 울린다.
인하 : (받으며) 여보세요?
여자 : (F) 네. 여기 여행산데요. 비행기표랑 필요한 서류가 다 준비 됐거든요.
인하 : 아 예. 알겠습니다. 오후에 들리겠습니다. 네.
씬17. 맹인 안내견 쎈타 (D)
안내견들 훈련 받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지호.
문득 남자 조련사 한 명, 지호쪽을 돌아보고는 어? 서지호! 손을 흔든다.
지호 : (웃으며 손흔든다)
씬18. 맹인 안내견 쎈타 안 (D)
선배 : (지호에게 자판기 커피 건네며) 조련사 자격증을 따보고 싶다구?
지호 : 어..... 사람 한명 조련 시키는데 완전히 질려버렸거든. 개는 좀 쉬울까 싶어서.
선배 : (어이없는) 뭐? 이거 쉽지 않아 너. 맹인 안내견은 다른 개 훈련시키는 거보다 배는 어렵다구.
지호 : (얼른 웃으며) 농담이야,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고 싶어서. 나 원래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면 미치는거 알잖아. (웃는데서)
씬19. 태빈의 오피스텔 문 앞 (저녁)
문 열고 나오는 태빈, 멈칫 본다.
인하 : ... (웃어 보이며) 나가자. 며칠 째 방에만 틀어박혀있는거 안 지겨워?
태빈 : ... (피식 웃는다)
씬20. 술집 안 (N)
인하 : (태빈의 잔에 술 따르며) 나... 작품 사진 찍으러 밖에 좀 나갔다 올까 해.
태빈 : ! (멈칫 본다) 어디루... 가는데?
인하 : (웃으며) 아프리카. 한달 예정. 다음 주에 출국이야.
태빈 : 그렇구나... (문득 혼자 웃는다)
인하 : 왜 웃어.
태빈 : 이젠 이런 자리 아니면 서로 소식 알기 힘들잖아.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 좀 웃겨서.
인하 : ... (조금 웃는)
태빈 : (웃으며) 이런 모습으로 보내게 되서 미안하다.
인하 : 너가 힘들 때 가게 되서 미안하다.
태빈 : 가서 그 동안 있었던 일, 다 씻구 와. 나두 여기서 다 씻어낼 테니까.
인하 : (피식 웃으며) 우정은 남겨둬라.
태빈 : ... (웃으며) 잘 다녀와. 니가 서울에 없다구 생각하니까 벌써 쓸쓸해진다.
인하 : ... (미소로 보는)
씬21. 세훈의 까페 앞 (D)
커다란 여행가방 매고 나오는 선이고 배웅하며 나오는 세훈.
세훈 : 공항에 배웅 안나가도 되는거지?
선 : (씩씩하게) 그러엄! 내가 앤가 뭐.
세훈 : (기특하고 안쓰러운) 몸 건강히 잘 다녀와.
선 : 네. (씩씩하게) 이제 갈께요. (꾸벅 인사) 안녕히계세요.
선, 뒷걸음으로 아빠 얼굴 보면서 가다가 뒤돌아서 씩씩하게 간다.
세훈, 바라보며 짠해진다...
씬22. 선이네 집 외경 + 선이네 집 문 앞 (D)
시봉 : (문 열고 나오다가 환해지며) 언니!!
선 : (밝은) 잘 있었어?
씬23. 선이네 집 (D)
시봉 : (차와 과일 내오며) 유럽 배낭여행?
선 : 어. 비행기 시간이 좀 남아서 니 얼굴이나 보구 가려구 온거야.
시봉 : 부럽다. 누군 졸지에 백수 되서 처량맞아 죽겠구만.
선 : 백수...라니? (퍼뜩 놀라며) 너 가게 관뒀어?
시봉 : 말도 마. 언니 없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데. 언니 심난할까봐 내 일부러 전화를 안해서 그렇지,
아우 악몽의 날들이었어.
선 : 왜에.
시봉 : 민사장이 사기 당하는 바람에 가게는 공중에 붕 떴지, 졸지에 우린 하루 아침에 백수 됐지,
이러니 저러니 해두, 가장 쇼킹 한 사건은 김태빈 약혼이, (순간 흡 입 틀어막는)
선 : (순간 보며) 태빈씨 약혼식이... 왜?
시봉 : ... (자기 입 찰싹찰싹 때리며 자학하고)
선 : 태빈씨 약혼식이 뭐가 어떻게 됐는데에.
시봉 : ...(망설이다 에라 모르겠다) 사장님 파혼당했어.
선 : !! (띵해지는 데서)
씬24. 선이네 집 앞 (D)
배낭 매고 나오는 선이고, 그런 선의 눈치를 살피며 따라나오는 시봉.
선 : (표정 밝게 수습하며) 나올꺼 없어. 새 직장 면접 있다며 얼른 가봐.
시봉 : 정말, 사장님 안 만나 보구 갈꺼야?
선 : (웃으며) 그 사람 지호씨 때문에 아직 힘들꺼야. 지금 내가 그 사람 만나봐야 별루 도움이 될게 없어.
시봉 : 언니.
선 : 시봉아. 이 비행기표 그 사람이 준거야. 나 갔다 올꺼야. 가서 부딪히고 깨져볼꺼야.
자신감하구 용기가 생길 때, 그 때 돌아와서 만날꺼야.
시봉 : ... (모르겠다, 싶은 심정으로 외면하는)
씬25. 공항 출국장 로비 (D)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오는 선, 어느순간 씩씩하게 표정 바꾸고 탑승 게이트로 간다.
문득 어떤 느낌에 우뚝 멈춰선다.
선 : ... (언뜻 뭔가를 본 듯 싶다. 확 뒤를 돌아보는)
로비에 서있는 기둥...
선 : ... (기다리는)
잠시 후, 기둥 뒤에서 천천히 나오는 태빈... 선이를 향해 돌아선다.
태빈 : ... (미소로 보는)
선 : ... (밝게 웃어 보이는)
태빈 : ... (잘 갔다오라는 듯 눈 감았다 뜨며 웃는)
선 : ... (고개 끄덕이는)
천천히 뒤돌아 서서 출구로 걸어가는 선. 바라보는 태빈.
뒤 돌아서서 다시 한 번 웃어보이는 선. 마주 웃어주는 태빈.
뒤돌아서는 선의 모습 뒤로 출구의 문이 닫힌다.
태빈 : ... (미소로 바라보며 서있다)
씬26. 민여사 회사 외경 (D)
씬27. 민여사 사무실 (D)
회의 마치고 들어서는 민여사인데, 기다리고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태빈.
민여사 : (놀라서 보며) 어쩐 일이니? 연락두 없이.
태빈 : 저, 어머니 밑에서 일 배우겠습니다.
민여사 : ! (보고)
태빈 :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민여사 : 좋아, 어디 들어보자.
태빈 : 일 시작 전에 일주일간만 휴가를 주십시오.
민여사 : 어렵지 않지. 또.
태빈 : 제가 필요한 만큼의 연봉, 미리 주십시오.
민여사 : 그건 아주 까다로운 조건이구나. 이유가 필요하겠는데?
태빈 : 가게, 포기할 수 없습니다.
민여사 : ... (보고)
태빈 : 대신, 휴가와 보너스는 반납하겠습니다. 제가 가진 능력의 전부를 회사에 투자하겠습니다.
민여사 : (재밌는 제안이다) 파혼 당하고 오랜동안 은둔해서 내린 결론이 이거니? 가게를 살려주는 조건으로 거래를 하자...?
태빈 : (대답 기다리는)
민여사 : 너... 눈빛이 돌아왔구나. (피식 웃으며) 좋아. 스카웃 하지. (손 내밀면)
태빈 : (당찬 표정으로 악수하는데서)
씬28. 선주의 피아노 학원 외경 (다른날/D)
선주 : (E) 내가 못 살아 진짜! 못살아!
씬29. 선주의 피아노 학원 사무실 (D)
선주, 화나 있고, 그 앞에 벌 받는 학생 처럼 고개 푹 숙이고 서있는 광도와 동만.
선주 : 아니, 그 좋은 레스토랑을 추천해줬는데, 한 사람만 채용됐다구 떨치구 나와?
동만 : 파트너쉽이 있지, 어떻게 나 혼자만 달랑,
선주 : (O.L) 시끄러! 두 사람이 무슨 투캅스야!
동만 : (찔끔해서 입 다물고)
선주 : (이번엔 광도에게) 장주방장님두 마찬가지예요. 저번에 장주방님 먼저 취직됐을 때 암 소리 안하구 들어갔으면
이 사람이 이렇게 나오질 않잖아요.
광도 : 어짜피 주방장 둘을 뽑는데 이왕이면 파트너랑 같이 하는게 좋을꺼 같아서,
선주 : 아 글세, 한 사람씩 해결할 생각을 해야지, 무슨 패키지 상품두 아니구, 어떤 사장이 두 사람을 한꺼번에 채용하겠냐구요!
광도,동만 : ... (숙인 채로)
선주 : (서류 하나씩 착착 주며) 이번이 마지막이예요. 각각 다른 데니까 맘에 드는 데로 알아서 나눠가지세요.
광도,동만 : ... (받으며)
선주 : (버럭) 아, 빨랑들 안 움직이고 뭐해요?
씬30. 선주의 피아노 학원 앞 (D)
문열고 나오는 광도와 동만. 손에 든 서류 보며 에휴... 심난한 한숨 쉬며 머리 긁적이는데,
유치원 마치고 돌아오는 슬이, 계단을 깡충깡충 올라 오다가 두 사람 보고 심난해진다.
슬이 : (다가와서) 아빠랑 아저씨, 엄마한테 또 혼났어?
동만,광도 : (머리 긁으며 딴청)
슬이 : (진심으로 걱정스러운) 엄마 말 좀 잘 들어 응? 아저씨랑 아빠 걱정 때문에, 슬이 키도 안 크겠어.
동만, 광도 : (귀엽기도 하고, 멋적기도 해서 웃어버린다)
씬31. 피아노 학원 앞 거리 (D)
광도와 동만 서류봉투 하나씩 들고 걸어오고 있다.
동만 : (문득 피식 새어나오는 웃음) 그래도 내 걱정해주는 사람은 선주하고 슬이 밖에 없네.
광도 : (웃으며) 그러게요. 참 좋은 사람입니다.
동만 : (순간 못 마땅하게 보며) 말에서 풍기는 뉘앙스가 어째 쫌 불순하게 들려.
광도 : 제가 그렇게 불안하면 선주씨한테 얼른 먼저 프로포즈 하시던 가요.
동만 : ? (보는)
광도 : 선주씨... 고주방장님 한테 꼭 필요한 사람이예요. 선주씨두 그걸 잘 알구 있구요... 고주방장님도 같은 생각 아닙니까?
동만 : ... (큼큼)
광도 : (짐짓 웃어보이며) 고주방장님이 안 하면 제가 먼저 할겁니다.
동만 : ! (위기의식) 희,흰소리 고만하고, (서류 들며) 이거 어떡할 꺼야? 양식당하구 퓨전인거 같은데. 어느쪽으로 할래?
광도 : 사천만이 애용하는 가위바위보로 결정하죠.
동만 : 나 참... 낯살이나 먹어가지구 이게 뭐하는 짓인지. 진짜... (하면서도 준비하는데)
태빈 : (E) 제가 두분을 스카웃 해도 되겠습니까?
광도, 동만 : ? (보면)
태빈 : (웃으며) 칠리칠리 임시 사장 김태빈입니다.
광도, 동만 : !! (보는데서)
씬32. 분식집 (다른날/D)
주방이 그대로 보이는 소박한 분식집.
한여사 : (라면 그릇에 내놓으며) 김치라면 나왔어! 얼른 가져가! (하다가 멈칫 보는)
태빈 : (웃으며) 어머니 심부름으로 왔습니다. 이제 화 풀리셨다구 가게로 다시 돌아오시라는데요?
한여사 : (환해지며) 김사장!
씬33. 나이트 클럽 입구 (다른날/N)
들어서는 태빈.
태빈 : (입구의 웨이터에게) 저... 이박사, 최진실, 삼백원 좀 불러주십시오.
웨이터 들어가고 나면
잠시후, 입구에서 나타나는 찬과 똘마니1.2 태빈 발견하고, 어? 사장님! 환해지는데서.
씬34. 거리 (다른날/N)
눈으로 뭔가를 찾으며 걸어오고 있는 태빈. 그 모습 위로,
찬 : (E) 민사장님 소원 푸셨어요. 망치 형님 등에 업고 드디어 라스베가스의 꿈을 이루셨다니까요.
피식 웃는 태빈.
불을 밝히고 서있는 포장마차 위에 적혀있는 '라스베가스'
씬35. 포장마차 안 (N)
들어서는 태빈이고,
효태 : (불 앞에서 꼼장어 볶고 있다가 반사적으로) 어서옵쇼! (하며 고개 들다가) !!! (굳는데서)
효태와 태빈, 함께 소주마시고 있다.
서로 잔에 술 따라주고 마시는.
효태 : (조금 취한, 피식 자조적으로 웃으며) 너 내가 우습게 보이지?
태빈 : (본다)
효태 : 하는 일 마다 다 말아먹고, 여기저기 헛물 켜고 다니는 거 한심해 보이지?
태빈 : ...아닙니다.
효태 : 거짓말 하지마 임마. 난 솔직히 니가 맘에 안든다. 나 부모 일찍 잃구 누나 하나 의지해서 살아온 놈인데
넌 우리 누날 너무 힘들게 했거든.
태빈 : ...
효태 : 너 니 친엄마 가겐 그렇게 지키려구 몸부림 치면서, 우리 누님 회사 어려울땐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지?
그때 너 충주 안 내려 갔으면 내 손에 죽었어 임마.
태빈 : ... (조금 웃으며 술 마시는데)
효태 : 우리 누님 회사 살려준 대가로 나도 니 엄마 가게 살려보려고 무진 애썼다.
태빈 : ! (보는)
효태 : 근데 안되는 걸 어떡허냐. (일어서며) 그만 가라. 솔직히 쪽팔려서 너 못보겠다. (일어서려는데)
태빈 : 부탁이 있습니다.
효태 : (멈칫 본다)
태빈 : 저, 회사로 들어갈 생각입니다. 가게, 삼촌이 맡아주세요.
효태 : ! (보고)
태빈 : 전 어머니 회사를 돕구, 삼촌은 우리 친어머니 가게를 돕구, 그걸로 삼촌이랑 저, 조금씩 화해를 시작해보면 안될까요?
효태 : ...! (보고)
태빈 : ... (피식 웃는 데서)
씬36. 칠리칠리 외경 (D)
씬37. 칠리칠리 홀 (D)
다시 모인 식구들 일렬로 서있고, 효태 그 앞을 왔다갔다 하며 일장 연설을 하고 있다.
효태 : 마지막으로! 퓨전 레스토랑 칠리칠리가 세계로 뻗어가는 맛의 본고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구호로서 조회를 마치겠습니다. 구호 준비!
식구들 : (미치겠는 표정으로 한손 들고)
효태 : 칠리칠리!
식구들 : 칠리칠리!
씬38. 칠리칠리 입구 (N)
'주방 보조 구함'이라는 종이가 문 앞에 붙어있다.
그 종이 가만히 뜯어내는 손.
선 : (안경 쓰고, 배낭 매고 있는, 여행에서 막 돌아온 건강한 모습으로 종이 보며 씩 웃는다)
씬39. 민여사 회사 내 회의실 (D)
태빈의 주도 하에 회의 열리고 있다.
태빈 : (서류 넘기며) 현재 우리 회사 사회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게 뭐죠?
간부 : 예, 소년소녀 가장을 위한 장학사업과, 예술 영재들을 위한 종합 예술학교 건립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태빈 : 다른 회사에서 비슷한걸 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린 차별화 시킵시다. (하며 제안서 한 장씩 나눠준다)
의사협회에 연락해서 RP연구팀 지원 방안과 예산서 초안 좀 작성해주십시오.
간부들 : ... (R뭐...? 서로 시선 교환하고)
태빈 : 정부 보조가 없기 때문에 연구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탭니다. (웃으며) 뜻있는 일 아닙니까?
민여사 : ... (문틈으로 살짝 보고 있다가, 문 가만히 닫는)
씬40. 회의실 복도 (D)
민여사 : 딱 즈이 아버지네... (웃으며 가고)
씬41. 맹인 안내견 훈련 센타 (D)
들어서는 태빈, 문득 멈춰선 채 입가에 미소 생긴다.
저만치 지호가 안내견을 훈련시키고 있다.
이쪽으로 이쪽으로, 그 쪽이 아니라, 이쪽으로 임마... 하면서 고군분투 중인 지호.
태빈 : ... (웃으며 다가서려는데)
지호 : (안내견 앞에 쪼그리고 앉아) 태빈아. 넌 어쩜 그렇게 말귀를 못 알아 듣니.
태빈 : ??? (멈춰선다)
지호 : 암튼 징그럽게 말도 안들어 먹는다. 누나 좀 도와주면 어디가 덧나지?
태빈 : (기막혀 웃어버린다)
씬42. 훈련센타 입구 (D)
지호와 태빈 함께 나오고 있다.
태빈 : 암튼 넌 온갖 동네 개 이름이 태빈이구나.
지호 : 그건 아니지. 좀 아둔하고, 말귀 못 알아먹고, 특별히 암놈 밝히는 놈들 한테만 붙여주는 닉네임이거던.
태빈 : (멈춰서며) 야!
지호 : (웃으며) 농담 좀 한거 갖구 삐지기는, 빨랑 가자. 비행기 시간 늦겠다.
태빈 : (움직이다가 피식 웃으며 한손만 올려 지호 뒷머리 쓰다듬어 주며) 씩씩하게 잘 지내줘서 고맙다...
지호 : ... (쓸쓸하게 웃으며 걷는다)
씬43. 공항 입국장 게이트 앞 (D)
태빈과 지호 기다리고 있다.
게이트 열리며 사람들 한 사람씩 나오기 시작한다.
그 속에 짐 끌고 나오는 인하의 모습이 보인다.
지호 : (환해지며) 서인하!! (마구 손 흔든다)
인하 : !! (발견하고 환해져서 달려온다) 어? 태빈아! 지호야!
바리게이트를 사이에 두고 반가워하는 세사람.
씬44. 레스토랑 (D)
지호, 인하, 태빈 함께 식사 중이다. 분위기 밝다.
태빈 : (고기 썰며) 갤러리는 빌렸어?
인하 : (먹으며) 어, 아는 선배 덕에 꽤 괜찮은데 잡았어.
지호 : 갤러리만 삐까번쩍 하면 뭘 하냐. 그 안에 담긴 작품들이 좋아야지.
인하 : (그릇 뺏으며) 너 가라. 밥 값 아깝다.
지호 : (막으며 웃는) 치사해서 진짜. 내가 사구 만다.
인하 : 바라던 바다. (웃고는 태빈 보며) 회사일은 재밌냐?
태빈 : 솔직히 두뇌의 한계를 느낀다. 성장촉진제를 쓰지 않고 콩나물을 대량생산 할 수 있는 연구를,
지호 : (O.L)(머리 감싸쥐며) 아아... 지겨워 저 콩나물 두부 타령.
태빈 : (웃으며) 봤지? 내가 이렇게 지낸다. 내가 콩나물인지 두분지 헷갈려 요즘. (웃으며 칼질 하는데)
인하 : ... (보다가 문득 웃는)
태빈 : (느끼고 보며) 왜.
인하 : 우리, 이제 예전 모습으로 돌아온건가?
태빈 : 아니지.
인하 : ? (보면)
태빈 : (웃으며) 한층 더 성숙해졌지.
인하 : ... (웃고)
지호 : ... (두 사람 보며 웃는)
씬45. 칠리칠리 일각 (D) (종이 보이는 곳)
시봉, 한손으로 턱괴고 멍하니 종을 바라보고 있다.
찬 : (올라와서) 너 여기서 뭐하냐? 점심 안 먹어?
시봉 : 저 종이 울리면, 희망이 찾아온대. 찬이야. 너 날 위해 저걸 울려줄 수 있니?
찬 : 너무 가,가혹한 부탁이 아닐까? 저거 가짜 종이잖아.
시봉 : 아, 나도 선이 언니 처럼 비행기 타고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다. 사는게 무지하게 권태롭다.
찬 : ... (보는)
씬46. 태빈의 오피스텔 작업실 (N)
태빈 커피 마시며 서서, 뭔가를 내려다보고 있다.
설계 책상 위에 놓인 도면이다.
가만히... 손으로 만져보는데, 초인종 소리.
태빈 : ... ? (돌아보고는 잔 내려놓고 나간다)
씬47. 태빈의 오피스텔 앞 (N)
문 열고 나오는 태빈인데, 그 앞에 불쑥 내밀어지는 '주방보조 구함'이라는 종이.
태빈 : ? (보면)
선 : (종이 치우며 밝고 씩씩하게) 주방보조 아직 안 구하셨으면 지원하고 싶어서 찾아왔는데요.
태빈 : ! (환해지고)
선 : 주방경력은 이년이구요, 눈이 좀 안 좋아서 정식 직원은 안될 꺼 같구, 파트 타임으로 일하고 싶습니다.
태빈 : ... (웃으며 보는) 우린 정식직원을 구하고 있는데요.
선 : (귀엽게 잘난체) 앞으로 최고의 요리평론가 될 사람 한테 투자 하시는 셈 치세요. 손해는 없을꺼 같은데요.
태빈 : ... (웃으며 보는)
선 : ... (웃으며 보는)
태빈 : 안경... 썼네?
선 : 그 동안 세상을 보는 눈이 좀 삐딱했었거든요. 교정 좀 해볼까 하구요.
태빈 : 그래서 많이 교정 됐어?
선 : (웃으며) 보내주신 비행기 티켓 덕분예요.
태빈 : 너... 옛날로 다시 돌아왔구나.
선, 웃으며 태빈에게 손을 내민다. 태빈 마주 잡으며 악수한다.
환하게 웃는 두사람.
씬48. 칠리칠리 외경 (D)
씬49. 칠리칠리 주방 (D)
동만, 광도 심각하게 뭔가 의논중이다.
동만 : 그럼 케익 속에 반지를 숨겨두는건 어떨까?
광도 : (심각하게 고개 저으며) 위험합니다. 잘못하다 목구멍에 걸리면 119를 부르는 사태가 생길지도 몰라요.
동만 : (그럴수도 있겠군... 심각하게 끄덕이는)
한여사 : (점심상 차리다가 시봉에게 작게) 새로운 메뉴 개발 중이야?
시봉 : (작게) 오늘 저녁에 선주 언니 한테 프로포즈 할꺼래요.
한여사 : 그래에? 잘 됐네에. (환해지고)
찬 : (딴짓하며 귀는 솔깃하다)
씬50. 선이네 집 앞 (D)
선 : (문 열고 나오다가 환해지며) 아빠!
세훈 : (웃어주며) 차식, 정말 살아서 돌아왔구나.
씬51. 선이네 집 (D)
선 : (차 내오며) 내가 오늘 간다니까 뭐하러 와요.
세훈 : 따루 일 있어서 왔다가 잠깐 들린거다. 어제 몇시에 도착했어?
선 : 낮에 도착했는데 잡지사 들리느라 좀 바빴어.
세훈 : 잡지사? 잡지사는 왜?
선 : 유럽 있을 때, 이메일루 잡지사에 원골 보내봤거든. (귀엽게 잘난체) 잘하면 나, 그 잡지에 맛기행 연재를 실게 될지도 몰라요.
세훈 : 장하다. (기특해서 웃고)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니?
선 : 뭐가요?
세훈 : 그쪽 요리학교에 입학할 생각이니?
선 : 고민...중이예요. 아무래도 외국 쪽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좀 덜 하잖아요.
세훈 : ...
선 : 아빠... 나 가지...말까?
세훈 : ...말했잖아. 결정은 언제나 니가 하는 거라구. 하지만, 아직두 니가 짐이 될까 싶어 도망가는거라면, 아빤 반대다.
선 : 그 사람... 약혼 안했대요 아빠.
세훈 : ! (보고)
선 : (묻듯이 보는)
세훈 : 지금까지 씩씩하게 해왔던 것 처럼, 사랑두 니 스스로 선택하구 책임지는 거야.
(웃으며) 이게 니 마지막 과제다 생각하구 도전해봐 임마.
선 : ...
씬52. 공원길 (D)
아침. 출근 차림의 태빈과 그런 태빈의 반응을 살피며 걷고 있는 선.
태빈 : ... (침울한) 가야...지.
선 : ! (실망스러운)
태빈 : (애써 웃어 보이며) 말했잖아. 니 스스로 나한테 욕심을 내고, 용기를 내기 전까진 널 붙잡지 않겠다구.
니 맘이 그쪽으루 움직이면 그렇게 해.
선 : ... (못 마땅한 한숨 쉬는)
태빈 : 어, 출근해야겠다. 오늘, 가게 신년 모임 있는거 알지? 늦지 말구 와. (앞서 가는 순간 표정 우울해지고)
선 : ... (보며) 바보.
씬53. 선이네 집 앞 (D)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는 선인데, 빵빵 울리는 클락숀 소리.
선 : ? (돌아보면)
인하 : (차에서 내려서 밝게) 귀국 축하드립니다!
선 : (웃는)
씬54. 지호의 동물병원 앞 거리 (D)
선과 인하 걸어오고 있다.
인하 : (티켓 한 장 내민다) 작품전 티켓이예요.
선 : (환해지며) 드디어 하는군요.
인하 : (어색한) 만족스럽진 못해요.
선 : 기대 되네요. 아프리칸 어땠어요? 좋았어요?
인하 : (웃으며) 정글의 법칙을 배우고 왔습니다.
선 : 네?
인하 : 온갖 장애가 있어두 살아주는 게 인생이 아닌가... 그런걸 깨치구 왔어요.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그게 희망이 되구 복수가 되는 거니까. 이번 제 작품 모티븝니다.
선 : ... (미소로 보는)
씬55. 지호의 동물병원 안 (D)
들어서는 인하와 선.
인하 : 니 분부대로 선이씨 모셔왔다.
지호 : ? (엑스레이 사진 정리하고 있다가 돌아본다)
선 : ... (목례한다)
지호 : 미안해요, 오라 가라 해서. 어짜피 한 번은 봐야될 사이구, 또 줄 것두 있구 해서요.
선 : 괜찮아요. 저두 한 번 쯤 만나뵙구 싶었어요.
지호 : ... (보다가) 아참, 이거요, (하며 바구니에서 래브라도리트 리버 새끼 꺼내서 선이에게 준다)
선 : ??? (받으며) 저.... 주시는 거예요?
지호 : 퍼피워킹이라고 알아요? 일종의 봉사활동인데, 맹인 안내견 새끼를 데려다 어른 될 때까지 키워주는 거예요.
선 : ... (보고)
지호 : 잘 키우면, 나중에 선이씨 한테 좋은 친구가 되줄꺼 같아서요.
선 : (미소 생기는) 고마워요... 지호씨...
지호 : ... (어색하게 웃고)
인하 : ... (흐믓하게 보는)
씬56. 태빈의 오피스텔 (N)
도면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는 태빈...
선 : (E) 나 가지 말까? 태빈씨가 가지 말라고 하면 안갈 수도 있는데...
씬57. 칠리칠리 외경 (N)
칠리칠리에서 새어나오는 불빛... 유쾌한 웃음 소리들....
씬58. 칠리칠리 홀 (N)
푸짐한 요리와 와인 차려놓고 모두 모여앉아있다. (찬은 없다)
광도 : 그래서, 유럽 곳곳 다니면서 음식 맛은 다 본거야?
선 : 네. 근데 뭐... 별거 없드라구요. 우리 주방님들 요리가 훨씬 나요.
시봉 : 연락이나 좀 하지. 난 하도 연락이 없어서 집시들 한테 납치 당한 줄 알았다.
식구들 : (웃는데)
효태 : (포크로 와인잔 두드려 주위 환기시키는) 자자. 이제 슬슬 메인 메뉴 좀 먹어보자고. 고주방장. 오늘의 특별 요리 준비됐지?
동만 : 네? 네에....
무척 어색해 하며 커다랗고 둥근 뚜껑이 달린 요리 그릇 들고 나온다.
관심없이 열심히 요리만 먹고 있는 선주 앞에 갖다 놓는 동만.
선주 : ? (보면) 이게 뭐야? 나 혼자 이걸 다 먹으라고?
동만 : 이,인생이나 사랑이나 태어날 때 부터 완벽한 것은 없는 법. 쓰고 단, 수십개의 재료가 섞여 맛을 내는 것.
때로는 인생이 쓰고 고달플지라도 사랑이라는 조미료로 간을 내고 맛을 내면 그것이 행복이어라...
식구들 : (킥킥 웃으며 보고)
광도 : (손으로 입 막고, 애써 진지한 표정 짓는)
동만 : 선주. 이 요리를 너를 위해 바친다.
하며 뚜껑을 열면 안에서 반짝이고 있는 반지!
선주 : (환해지며) 동만씨이... (황홀하고)
식구들 : (우우우--- 환호하며 박수쳐주고)
광도 : ... (씁쓸한 미소 생기고)
태빈 : ... (문득 선이를 보고)
선 : ... (보며 어색하게 웃는)
씬59. 칠리칠리 일각 (N) (종이 보이는 곳)
시봉의 손을 끌고 올라오는 찬.
종이 보이는 곳에 시봉을 세워놓고는 손수건으로 눈을 가린다.
시봉 : 뭐,뭐하는 거야?
찬 : (손목시계 보고는 시간 확인하는, 초침 분침 정확히 열두시가 되면, 준비해놓은 라디오 누른다.
뎅..뎅..뎅.. 보신각 종소리 흘러나온다)
시봉 : !!!
찬 : 저게 돌뎅이 종이라도 난 널 위해 울릴 수 있어. 내가 너의 희망이 되고, 영원한 종이 되어줄게.
시봉 : (가리개 내리고 보며, 감동 먹어서) 찬...
찬 : 시봉, 매일 아침 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싶다.
시봉 : 나.... 밥 잘 못하는데...
찬 : 괘, 괜찮아. 전기밭솥을 좋은 걸로 사면 돼.
시봉 : .... (말끄러미 보는)
찬 : 내,내가 하지 뭐.
시봉 : (그제서야 씨익 웃는다)
씬60. 선이네 방 (N)
테이블 앞에 무릎 모으고 앉아 전화기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선.
느닷없이 수화기를 들어 신호음 확인해보는,
선 : 고장 아닌데... (시무룩해져서 내려놓는)
씬61. 태빈의 오피스텔 (N)
전화기 보며 고민중.
어느 순간 에잇, 전화기 들려는 순간, 울리는 전화벨.
태빈 : (퍼뜩 놀라서 받는) 여보세요?
화면 분할되며 들어오는 화난 표정의 선.
선 : 나예요.
태빈 : 어어... 웬일이야?
선 : 할 말이 있으니까 당장 가게로 나와요. (딸깍 끊기고)
태빈 : ?? (수화기 봤다가, 뭔가 결심한 표정으로 수화기 내려놓는)
씬62. 칠리칠리 앞 (N)
손에 뭔가를 들고, 결심 굳힌 표정의 태빈과 빠르게 오고 있는 선.
가게 앞에 멈춰 서서 만나게 되는 두사람.
선 : 도대체 무슨 남자가 그렇게 박력이 없어요! 간다 그러면 가라, 온다 그러면 와라, 내가 죽는다 그러면 그래라 그럴꺼예요!
태빈 : !! (보고)
선 : 욕심이 생기면 붙잡으라고 했죠? 용기가 생기면 잡아보라고 했죠? 둘 다 생겼어요!
그러니까 이제, 내가 태빈씨 가져두 되는 거죠?
태빈 : ... (피식 웃고는 가만히 손 잡아 끌고 가게로 들어간다)
선 : ? (해서 따라 들어가는)
씬63. 칠리칠리 홀 (N)
텅빈 홀에 태빈과 선이 계단에 앉아있다.
태빈 선이 앞에 리본이 달린 얇고 기다란 통을 내민다.
태빈 : 열어봐.
선 : ? (뚜껑열고 꺼내보면 둘둘둘 말린 종이 한 장 나온다) ? (태빈을 본다)
태빈 : (웃으며 펼쳐보인다. 도면이다) 집을 하나 지어볼까 해.
선 : ! (보는)
태빈 : 건강한 웃음이 있구,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서루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면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그런 집.
선 : ...! (도면을 본다)
각 공간에 작은 스티커로 'living room' 'bed room' 'bath room' 등으로 표시해 놓았다.
각 공간을 손으로 훑어보는 선...
태빈 : 여기가 주방이야.
하며, 손가락으로 'kitchen'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는 곳을 가리킨다.
태빈 : 아직 완성된건 아니야... 한가지 부족한 게 있어. (하며 스티커 밑에 붙어있는 실을 선이 손에 쥐어준다)
선 : ? (보면)
태빈 : (웃으며) 잡아당겨봐.
선 천천히 실을 잡아 당겨본다. (실이 무지 길어야 가능합니다)
얇고 긴 통에서 부터 실이 풀려나온다. 웃으며 바라보는 태빈.
마침내 실 끝에 매달려 나오는 반지!
선 : !! (보고)
태빈 : 나랑 같이 이 도면을 완성해 보지 않을래?
선 : ... ! (찡해져서 태빈을 보고)
태빈 : (피식 웃으며) 내가 니 눈이 되줄게. 니 눈이 여기에 있는데 어딜 가. 이제 그만 도망다녀.
여기 있어두 니가 원하는 것들 다 할 수 있어.
선 : ... (찡해지고)
태빈, 도면 한쪽으로 치우고, 가만히 선이의 안경을 벗겨낸다.
태빈, 한손으로 선의 얼굴 감싸쥐고 입 맞추는...
도면 위에 올려진 선의 안경.
(M) LOVE
드라마 전체 하이라이트 흐르면서... (눈꽃 최종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