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코드를 읽었다. 한번 붙잡고 밤새 다 읽어 치웠으니까 지루한 책은 아니었다. 내용은 이런거다.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는 부부. 그리고 이를 증명하는 막대한 문서들이 존재한다. 더우기 두사람의 자손들이 대대 손손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가계를 이어왔다. 이 모든 것을 숨기고 보호해온 비밀 조직이 있다. 이 조직으로 부터 그 문서들의 행방과 예수의 자손을 찾아 세상에 공개하려는 자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과정에 남녀 두 주인공이 개입돼 사건이 전개된다.
문제는 작가가 이러한 사건 전개는 fiction이지만, 스토리를 위한 배경 이야기들은 모두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데에 있다. 예수와 가톨릭 역사가 거짓이라는 것이고, 모든 단체와 이름들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예수의 결혼과 그 혈통의 비밀을 보호해온 조직으로 '시온의 수도회'가 등장하고, 그 비밀을 빼앗는 과정에서 이용되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인물이 '오푸스 데이' 회원으로 등장한다. 이 두 단체는 실제로 존재한다. http://www.opusdei.org 에 가보시라. 작가 댄 브라운은 자신이 역사학자로서 연구한 결과 모두가 진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수의 자손이 불란서의 메로빙거 왕조로 이어졌다는 주장까지 등장한다.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관계에 대해서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얘기지만, 자손들이 불란서 왕족이라는 데까지 가면 좀 어안이 벙벙해진다. 이거, 논란을 불러 일으키려는 마케팅 기법에 자신의 명예까지 걸어 논 것 같아 야비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쨋든 책 많이 팔아서 댄 브라운 이 사람 백만장자 됐을거다.
Last Supper. 예수님 오른 편이 여성 막달라 마리아. 확실히 여자이긴 하다. 그리고 다빈치 코드에는 다른 제자들의 손 동작에 관한 많은 설명이 나온다. 함 읽어 보시라.
소설에 대한 반향이 큰 만큼 이 소설의 오류를 지적하는 소리도 엄청 크다. 아주 사소한 것 까지.
댄 브라운은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의 오른 편에 앉은 사람이 마리아라고 하고, 최후의 만찬 벽화가 Fresco라고 한다. Fresco는 벽화를 그리는 기법인데, 마르지 않은 회 반죽 (plaster) 에다가 물감 안료를 발라서 같이 말리는 방식으로서 다양한 색깔들을 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림을 거의 영구히 보존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최후의 만찬은 Fresco가 아닌 Tempera라고 한다. 이미 마른 벽에 반죽 물감등을 붙이고 oil painting까지 곁들이는 방식이라서 색상이 다양할 수 있지만 습기나 온도 변화에 따라서 색깔들이 떨어져 버리는 단점이 있다고한다. 최후의 만찬 벽화는 거의 모든 색깔이 완전히 떨어져 나갔고, 후대에 상상으로 가필을 한 것이다. 내가 '회반죽'이니 '반죽 물감'이니 하는 단어를 썼는데 이건 미술 용어가 아니라 그냥 내가 영어 번역하면서 내 맘대로 쓴 말이다. 미술하셨던 여기 쥔장어른 같은 분은 나의 무식한 말에 웃겠지만 용서하시라.
나는 이 글에서 가톨릭의 과거에 대한 비판에 대한 역비판 뭐 그런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 그저 소설 속에 양념으로 나오는 것들을 좀 소개해 볼까한다.
Anagram 이란 건데, 우리 말로도 그 분야에 대한 용어가 있을텐데 모르겠고. 어떤 단어 (또는 문장)속의 글자 (또는 단어)의 순서를 바꿔서 다른 말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다빈치 코드의 '보물(?)' 찾기에서는 anagram이 사용된다. 보물의 행방을 알고 있는 루브르 박물관장 (시온의 수도회 장)이 죽으면서 그 행방을 수수께끼 같은 암호와 anagram을 풀어야 찾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어쨋든 anagram이란 이런 거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Monalisa는 남녀 양성을 나타내는 그림이다. 왜? anagram으로 풀면, 고대 이집트의 양의 머리를 가진 신 - 아마 정력의 화신으로 통하는 것 같은데 - 의 이름은 Amon이다. 그리고 다산(多産)의 여신 이시스의 고대 그림 문자는 Lisa. 글자 순서를 재배치하면 Monalisa가 될 수 있다. 그럼 왜 다빈치가 그런 느낌으로 모나리자를 그렸나? 다빈치가 동성애자였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있어 왔고, 여기에 모나리자를 연결 시킬 수 있을게다.
이왕 말 나온 김에 모나리자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1962년 전시회를 위해 미국으로 이송되면서 체결된 보험을 기준으로, 이 그림은 당시 시세로 1억 달러의 가치가 매겨졌다. 물론 그때 기준이기 때문에 지금 돈 가치로 보면 약 6억 달러, 즉 6천억 원을 상회하는 금액이 된다. 즉, 단품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물건 - 단지 미술품 중에서가 아니라 - 이 바로 이 그림인 것이다.
Monalisa. 다빈치 코드에는 모나리자가 왜 양성을 그린 작품인가에 대한 설명도 꽤 길게 나온다. 옮기기 귀찮으니 직접 읽어 보시라.
여성 sexuality의 최고 상징 장미 Rose? Rose는 그리스 성의 여신 Eros의 anagram.
다빈치 코드 보물찾기의 첫번째 정류장으로 안내하는 anagram은:
O, Draconian Devil - 드라코같은 악마여 (드라코는 기원전 7세기 무자비한 정치가)
Oh, lame saint - 오 불구의 성자여
이 두문장이다. 이 철자들을 재 배치해서 조합하면
Leonardo da Vinci 그리고
The Mona Lisa가 된다.
루브르 박불관에서 죽은 관장 자크 소니에르가 손녀 딸 소피와 역사 기호학자 랭던에게 보물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에 관한..그리고 그 자손) 의 행방을 anagram으로 안내하는 첫번째 정류장 모나리자 그림, 그리고 거기에는 또 다른 말이 나타난다.
So dark the con of man - 인간의 진로는 너무 어둡다
두번째 정류장으로 가는 이 말의 anagram은
Madonna of the Rocks
'암굴의 성모님' 그림 뒤에서 열쇠가 나타난다.
Madonna of the Rocks. '장난꾸러기' 다빈치는 이 그림에서 예수가 아기 요한에게 경배를 드리는 것을 표현했다. 마리아의 다섯 손가락을 보면 조금 무서운 느낌이 든다. 모두의 손가락들이... 좀 묘하다.(이건 순전히 내 느낌이다)
열쇠는 스위스 은행의 금고 열쇠, 금고에서 상자를 찾고 거기에는 있는 또 다른 암호와 anagram.......
다빈치 코드에는 흥미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한번 읽어 보시라.
첫댓글 글쎄...일종의 기존관념에의 도전....절대불멸, 절대권력에의 창조적? 도전?? 아이가 이책을 읽고서 흔들리는 마음으로 내게 이야기 할 때 ..우선 그 내용이 불경스럽기까지 한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긴했지만, 그 기나긴 수천년의 세월동안 아마 알게 모르게 그런류의 도전은 많았을테고...."대부3편"에서 보여지듯 교
교황청과 마피아조직의 연루같은 상상가능한 음모...요는 그런저런 흔들림 뒤에도 갈등의 시기가 지나고 난 후에도 끝까지 엄연히 남아 마음속에 흔들림 없이 존재하게 되어 영원을 향해 가는 것... 그 불멸의 것이 우리가 모든 것을 걸고 지향하는 진리라는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