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바이엘, 체르니를 고집하고 계시나요?
좋다는 것은 다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겠지만 ‘원정출산’에다 ‘조기유학’, ‘기러기 아빠’까지 우리네 교육열은 씁쓸한 트랜드를 보여준다. 음악교육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피아노 교육에 있어서도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다. 피아노 가방을 들고 매일같이 학원에가고 (외국에서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 30분 레슨이 보편적)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사라진 옛날 교재로(디자인은 가장 화려한), 리듬, 셈여림 같은 음악의 감칠맛은 뒤로하고 계이름만 강조해서 빨리빨리 진도 나가고, 흥미가 없어도 잘 참고, 힘들게 몇 년을 배워도 남들 앞에서 자신있게 연주하기 힘들며, 레슨을 그만 둔 후에는 피아노 뚜껑 한번 열기 힘들다. 이제 이러한 풍경은 그만 구세대의 유물로 그쳤으면 한다. 아직도 피아노를 산수나 영어처럼 보통 과목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부모님이 많다. 그냥 학원에 보내고 반복 학습시켜 진도를 뽑으면 실력이 쌓일거라고 믿으며. 하지만 피아노 교육은 매우 특별하다.
배우는 과정도,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다른 과목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바람직한 피아노 교육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을 선사한다. 피아노는 좌뇌와 우뇌를 고루 발달시키고, 손끝과 청각을 동시에 개발시켜 지능발달에 좋으며, 감성, 사회성, 자신감, 창의력, 표현력, 학습능력 등 전인성을 키워주는 종합선물세트이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음악교육, 특히 악기 교육을 다른 어떤 교육보다 중요시 하는 것이다. 피아노 교육은 우리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이렇게 많이 준비하고 있는데 왜 문 앞에서만 맴 돌다가 빈손으로 돌아가게 하는가.
필자는 영국 유학시절 그 누구도 바이엘이라는 교재를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처럼 한 피아노 교재만 포장을 바꿔가며 꾸준히 애용하는 나라는 없다. 우리의 정보 통신과 첨단 과학 시스템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가전제품의 유행도 우리나라처럼 자주 바뀌는 나라가 드물다. 그런데 비단 피아노 교육에 있어서는 외국과 격리되어 200여 년 전의 교본을 고집한다. 지금 조선시대의 영어책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이 있다면 아무리 수강료가 싸도 자녀들을 거기에 맡길 부모가 있을까? 그런데 조선시대 때 나온 피아노 교재의 인기는 아직도 뜨겁기만 하다. 연습곡집인 체르니 30, 40, 50...에 대한 집착도 유별나다. 명곡을 잘 치기 위해 보조적으로 활용되는 체르니가 우리나라에서는 피아노 교육의 목적이 된 것처럼 보인다. 얼마나 음악적으로 아름답게 명곡을 치는가가 아니라 체르니 몇 번 치는 가를 기준으로 피아노 실력을 평가하다니! 사실 교사의 입장에서 볼 때 똑같이 체르니 30번을 치는 아이라도 그 실력은 천차만별이다. 악보도 잘 못 읽는 아이들이 체르니와 끙끙 씨름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무슨 고생인가. 행복하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방법도 많은데...
“피아노를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학문, 즉 피아노 페다고지(교수학)가 대두된 것은 1960년경이다. 플라톤 시대부터 다른 어떤 교육보다 음악교육이 중요성하다고 강조한 것에 비하면 얼마나 늦게 나온 학문인가. 그러나 컴퓨터처럼 늦게 등장한 학문일수록 그 발전 속도는 빠르다. 286이니 386이니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팬티엄급이 기본이고 초등학생까지 인터넷을 사용한다. 피아노 교수법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젠 단순히 계이름만 반복해서 뚱땅거리는 것은 더 이상 피아노 교육이라 부르지 않는다.
피아노 교수법을 바탕으로 한 최신 교재는 해부학을 바탕으로 릴렉스와 음색을 섬세하게 지도하고 음악성까지 체계적으로 개발시킨다. 구시대의 레슨법과는 180도 다른 교육이다. 이렇게 체계적인 교육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되었는데도 교재가 여러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이유로 책값을 운운하는 부모님들이 아직 많다. 그러나 정작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오래 배우고도 연주를 제대로 못하는 쪽이 아닐까.
다행히도 많은 교사들이 변하고 있다. 앞서가는 교사들은 끊임없이 신교재를 연구하고 새로운 교육을 주도해 나간다. 이제 부모님들이 앞서가는 교사들을 알아보고 선택할 때이다. 레슨비가 싸서, 집에서 가까워서, 진도를 빨리 빼서, 콩쿨에 자주 나가서... 등등의 이유로 피아노 교사를 선택하진 않는가? 많은 교사들이 신교재가 좋다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여전히 옛날 교재로 가르치고 있다. 엄마들이 싫어한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어떤 엄마라도 이왕 배우는 거 좋은 교재로 편하고 재미있게 배우고, 아이가 커서도 자유롭게 피아노를 즐기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엄마가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아이들에게 행복한 음악세상을 열어줄 수 있다.
★피아노 교재 비교★
피아노 교재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지만 여기서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교재와 피아노 교수학을 바탕으로 나온 신교재들의 특징을 간단히 소개하려 한다.
바이엘 1800년대에 나온 교재로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교재. 리듬과 반주패턴이 단순하게 반복되고 검은 건반 연습이나 폴리포니 연습 등이 부족해서 기초 실력을 종합적으로 키워주기에 부적절하다. 기계적인 연습곡으로 구성되어 아이들이 싫증을 내기 쉬우나 요즘은 삽화나 동요 등을 넣어 보완한 바이엘도 많이 나오고 있다. 창의력이나 음악성 개발 부분이 없어 다양한 교수법을 섞어 가르치지 않는 한 균형 잡힌 음악교육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체르니 1800년대에 나온 교재. 테크닉을 길러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연습곡집. 테크닉 연마에 도움이 되는 곡도 많이 실려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초도 안 된 아이들이 너무 일찍 체르니로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 수준에 어려운 테크닉이 너무 많아서 피아노에 흥미를 잃고 중도 포기하기 쉽다. 진도에 급급하다 보니 테크닉 연습은 제대로 못 시키고 악보만 겨우 읽으면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난이도 순으로 정리되어 있는 책이 아니어서 아이들 수준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베스틴 1980년대 출간. 피아노 교수법을 바탕으로 한 교재이며 조성, 이론, 화성 학습이 단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교재에 비해 다양한 스타일을 소개하고 병행교재의 폭도 넓은 편이다. 오른손 먼저, 왼손은 나중에 숙달시키는 것이 아니라 양손의 능력을 함께 발달시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음정들을 한꺼번에 주입식으로 지도하는 것과 난이도의 체계가 고르지 않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흥미 유발이 부족한 것이 단점이다.
알프레드 1980년대 출간. 피아노 교수법을 바탕을 한 교재이다. 조성 설명이 잘 되어 있고 레퍼토리가 다양한 것이 장점이다. 음색과 릴렉스 방법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고 창의력과 음악성 개발 부분이 빠져 있는 것이 단점이다. 기본적인 내용은 잘 되어 있으나 중간에 갑자기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고 자세한 레슨 방법이 제시되어 있지 않아 교사의 자질에 따라 교육 효과가 많이 좌우되는 교재이다.
피아노 어드벤쳐 1993년 출간. 피아노 교수법을 바탕으로 한 교재 중 가장 나중에 나온 교재여서 이전의 교재들의 단점들을 잘 보완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아동 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교재여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구성되어 미국 음악 교사 협회 추천 교재로 선정되었다. 처음부터 작곡을 함께 가르쳐 창의력을 개발해 주는 것과 해부학을 바탕으로 한 릴렉스 지도는 이 교재만의 장점이다. 음악성 개발 부분이 체계적으로 소개된 최초의 교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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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교재 선택법♣ 기본교재는 교수학을 바탕으로 하고 종합적인 음악교육이 가능한 신교재가 좋고 병행교재는 클래식, 동요, 반주법, 재즈 등 아이들의 능력과 취향을 잘 고려해서 선택하도록 한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우수성이 검증된 신교재들이 계속 업그레이드 되고 있으니 국제적인 피아노 교육의 흐름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자녀에게 맞는 교재나 교육법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상담해 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은 교재 선택시 고려할 사항들이다♣ - 손끝의 테크닉 뿐 아니라 음악성을 개발시켜 줄 수 있는가 - 분석력, 연주력, 창의력을 고루 키워줄 수 있는가 -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독립심을 키워주는 교재인가 - 이론, 청음, 독보력, 테크닉 등 종합적인 교육이 가능한 가 - 최신 피아노 교수법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교재인가 - 가사나 삽화가 정서적이고 상상력과 표현력을 키워줄 수 있는가 - 급작스럽게 어려워지는 부분 없이 전체적인 난이도가 고른가 - 아이들의 취향과 눈높이에 맞추어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교재인가 - 다양한 시대의 명곡들과, 여러나라의 음악 스타일을 고루 경험 시키는가 - 세계적으로 우수성이 검증된 교재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