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80대가 한 자리에 모여 세대간의 간격을 허물고 아파트의 마당을 회복하자는 의도로 기획된 “1080세대공감을 위한 도농상생문화 한마당”이 두 번째로 지난 8일 수성구 만촌우방1차타운에서 열렸다.
한 주일 내내 내리던 ‘가을장마’가 그치고 아직은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우리 지역의 풍물패인 “별고을 광대”의 나는 덧뵈기 장단에 맞춘 길놀이가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풍물패가 아파트를 한 바퀴 돌아오자 풍물패 뒤엔 즐거워서 신나는 아이들의 줄무더기가 보였다. 아파트 노인정의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서둘러 행사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행사장 마당에 마련된 투호놀이, 굴렁쇠 굴리기가 아이들의 몸을 푸는 듯 했다. 전래놀이체험이 생각만큼 쉽진 않지만 아이들은 포기 하지 않았다. 따가운 햇살아래 이마엔 땀방울이 묻어나고 아이들의 놀이는 더욱 뜨거워졌다.
아이들의 집중력이 돋보인 건 ‘버나놀이교실’. 그 옛날 사당패들이나 하던 버나돌리기(접시돌리기)를 우리 아이들이 한다니…. 아파트 주민들의 눈은 다소 의아함과 기대로 빛났다. 테두리는 나무로 되었고 중간엔 가죽으로 된 버나를 아이들은 몇 번인가 떨어트리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아이들은 풍물패의 시범을 곁눈으로 보면서 10분쯤 버나를 돌리고 떨어트리기를 반복하다 어느 순간부터 버나가 공중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우와, 돈다, 돌아….” 기어코 접시돌리기에 성공한 아이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고 나무 그늘 아래에서 아이들의 생고생을 지켜보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박수를 치면서 손자 손녀들의 성공에 기쁨을 아끼지 않았다.
아이들은 한술 더 떠서 버나돌리기의 고급 과정이랄 수 있는 양손으로 돌리기, 버나 치고 돌리기, 세 명이서 버나를 주고받기 등의 묘기를 해낼 때마다 행사장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이들 중에 발군의 묘기를 보인 조현주(대청초4년)양은 까무잡잡한 피부에 땀방울을 흘리며 “팔도 아프고 힘들지만 처음으로 버나를 돌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버나돌리기교실로 달궈진 행사장은 할머니들이 가세해서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이른바 버나 돌리고 굴렁쇠 굴리기 릴레이가 펼쳐 진 것. 손자손녀들은 버나를 돌리면서 반환점을 돌면 대기하고 있던 할머니들이 굴렁쇠를 굴려 빨리 돌아오는 팀이 이기는 게임으로 ‘세대공감’ 행사가 한층 빛났다. 군위군친환경연구회가 마련한 농산물 경품도 행사장을 달구는데 한 몫을 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아파트 인근의 대륜태권도학원생 20여명이 참여해 펼쳐진 격파 시범과 50여명의 아파트 주민들이 옛날 운동회에서나 봄직한 추억의 ‘박 터트리기’였다. 청색, 홍색의 박 주위로 콩주머니를 든 남녀노소 아파트 주민들은 진행자의 시작 신호와 함께 콩주머니를 공중으로 날렸다. 5분도 채 걸리지 않아 박은 터지고 주민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행사에 참가한 문병진(46세), 문수진(7세) 부녀지간은 제기를 만들면서 “이런 문화 행사가 있어서 아파트가 한층 더 살기 좋은 주거지가 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군위군이 주최하고 한농교류연합, 미디어교육연구소, 군위군친환경연구회의 주관에 경상북도, 매일신문,KBS 대구총국이 후원하는 ‘1080세대 공감 도농상생 문화 한마당’에 참여를 원하는 아파트 부녀회와 관리사무소는 053)246-8900이나 http://apt.inoon.or.kr로 신청하면 된다.
김영희 (한농교류연합상임대표)
◇ 부녀회장 차정옥씨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우방1차타운 (1,224세대) 부녀회장 차정옥(사진)씨는 “부녀회 차원에서 바자회, 농촌봉사활동, 불우이웃돕기를 꾸준하게 진행해오던 차에 이번 행사를 유치하게 되어 보람을 느낀다.”면서 “공기 좋고 조용해서 자녀들의 교육엔 쾌적한 선비고을로 불리는 아파트지만 한번쯤 이런 행사를 통해 자녀들의 심신을 풀어주는 것도 오히려 공부에 도움이 될 거”라는 말로 주민들의 양해를 바라는 마음이 묻어났다.
예전에 모 지자체가 초빙한 친환경농산물 재배 견학을 하고 와서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되었다는 차회장은 “부녀회 차원에서 품질 좋고 안전한 먹거리를 마련해서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 지역의 지자체를 통해 친환경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구매해서 주민들의 건강까지 챙기겠다는 차회장의 의지는 농촌이 직면한 문제를 도시민의 참여해야 한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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