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될텐데 / 이해인
3월은 제가 수녀원에 입회하던 달이기에
더욱 새롭게 느껴집니다
30년 전 제가 공부하던 강의실에
한참 어린 후배들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그 많은 세월동안
사랑과 기도의 종소리에
제대로 깨어 살지 못한 부끄러움과 자책감에
한없이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많은 경우에 수도자들은
모든이를 사랑한다는 미명하에 어떤 누구도
참으로 사랑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제발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히 여기고
사랑하는 법부터 배우십시오
그리고 석고상같이 경직되어 있지 말고
실수해도 좋으니 좀 웃는 얼굴로
기쁘게 사시기 바랍니다
다른 이들이 우리를 보고 기뻐할 수있도록....."
서신부님의 그 말씀은 제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하느님과 이웃을 전적으로 사랑한다고
늘상 말로만 거듭했을 뿐 진정한 사랑의 길에선
머리 있는 저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늘 조금씩 겁먹은 표정으로 거리를 두고 몸과 마음을 사려 온 자신을 들여다보며
저는 요즘 계속 스스로에게 타아르곤 합니다
'이봐, 뭐가 두렵지?
사랑하면 될텐데' 하고 말입니다
행동뿐 아니라 표현에 있어서도
늘 절제해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그립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등의 말을
접어 두었고 어줍잖은 체면 때문에
인색하고 차갑게 군 적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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