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 기기들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요즘이다.
그중에서 MP3 재생기가 있다. 소니의 휴대용 카세트 리코더인 워크맨(Walkman)으로부터 발전된 기기답게, 10여 년째 달리기를 하는 내게 요긴한 벗이다. 유별나다 하겠지만, 나는 음질에 예민하다. 치찰음이 찰랑대는 그런 음을 좋아한다. 그런 음질을 구현하려면 MP3 재생기는 물론 스피커가 좋아야 하고, 음원이 받혀 줘야 한다.
MP3 재생기는 아이리버가 좋다.
일전에 만난 지인도 아이리버를 들먹였으니 나만의 생각은 아닌가 보다. 그런데 스마트폰처럼 큰 액정화면 탓인지 매우 비싸졌다. 하도 복잡한 세상이라 잡다한 기능 쏙 빼고 기본에 충실한 걸 선호하는 요즘이다. 자판 보며 변속하는 운전자 없듯이, 노래 듣는데 화면 볼 일 없다. 그래서 비아이셀텍 T90 8G(USB일체형)로 갈아
탔다. 컴퓨터에 꽂으면 충전이 되고, 노래도 바로 내려받을 수 있음에도 2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스마트폰도 MP3 기능을 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프로그램을 찾지 못해 그러겠지만, 음장 변경이 어렵고, 순서 배열이 안 된다. 소설을 예로 들면 뒤편이 앞서 나와 김샌다는 거다.
스피커는 헤드폰이라야 한다.
이어폰은 이탈되기에 십상이어서 자꾸만 귀속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 헐거워지면 음감이 떨어진다. 쿵쿵하는 베이스음이 엷어져 말라깽이처럼 깽깽거린다. 꽈리처럼 밀착도가 좋은 제품을 써 봐도 별반 차이가 없다. 머리모양새가 좀 찌그러지기야 하겠지만, 헤드폰이 정답이다. 겨울엔 귀마개요, 여름엔 햇빛가리개 역할도 한다. 나라마다 최고의 제품이 있다. 삼성이나 엘지가 TV로 세계를 주름잡듯이, 독일엔 ‘젠하이져’가 있다. 접이식인 그 헤드폰은 내구성이 매우 좋다. 그 가느다란 선이 격한 마찰과 부대낌에 견디고, 스피커는 땀과 비에 거뜬한 걸 보면 놀랠 노자다. 음질 또한 나무랄 수 없으며, 가격도 5만 원대로서 비교적 헐하다.
음원의 비중은 매우 크다.
인터넷은 그야말로 정보의 바다라, 없는 것 빼곤 다 있다. 열려라 참깨, 아라비안나이트처럼 두드리면 쏟아진다. 용량이 클수록 음질이 좋다. 1~2에서 10MB를 육박하는 파일도 있다. 파일은 MP3가 대부분인데 음질이 좋은 320bit의 용량이 10MB 정도 된다. 기기의 용량이 충분하므로 가능한 한 큰 용량의 것이 좋다. 그런 노래들은 대부분 저작권이 있어 돈을 내고 사야 하는 게 맞다. 그렇지만 세상은 요지경이다. 비정상이 있어 정상이 있듯이,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다. 각자의 재량에 맞길 일이다.
귀향 후 나는 새로운 조깅코스를 개척하였다.
운람사를 경유하여 휘돌아오는 50리 산악구보길이다. 초등학교 단골 소풍지인 천년고찰 운람사는 깊고 높은 산 중에 있어 차가 뜸하고, 경사도 적당하여 운동하기에 최적이다. 그 길을 일주일에 두어 번 뛰는 게 내겐 맞다. 그 길을 장터 중국집 사장도 즐겨 걷고 있음을 안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양반을 다시 만난 것은 지인의 결혼식장인데, 식당이 바로 보이는 터라 하객들은 혼주가 자리를 뜰 때까지 차마 식당에 들 수가 없는 입장이었다. 그 무료한 시간 중에 그와 MP3얘기를 하기에 이르렀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노래에 취하거나 소설을 들으며 달리는 새로운 세상을 함께 하고 싶었음이다.
“사 주소.”
“그라제요.”
“그라마 led전등도 사 주소.”
겨울 신 새벽길은 깜깜한데, 헤드라이트가 고장이 났단다.
“마, 그라제요 뭐.”
쇼핑몰 들락거려 카드 몇 번 긁는 게 별반 어려운 건 아니니까. 배송은 번개다. 오늘사면 내일 온다. 훈아 행님, 남진 오빠야, 미자 누나와, 정의송 아재 등등 노래 중에서 음질 좋은 것만 빵빵하게 넣고, 낭독 소설 십여 편을 곁들였다. 그래도 내 양에 내가 차지 않아서 엥까와 락을 더하였으며, mp3gain으로 노래들의 높낮이를 맞췄다.
“사장요, 옛소.”
안 사람은 어딜 가고 혼자서 배달하랴 요령소리 나는 중에도 우체국 돈 찾아 값을 치른다. 돈 통을 뒤적이더니 기어이 500원 동전을 찾아 126,500원을 준다. 20원 벌이를 한 셈이다. 허걱! 이 양반이, 내가 벌써 수 만 원쯤 챙긴 줄 아는가 보다. 박꽃같이 순박한 이 내 맘을 몰라주니 섭섭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그날 오후, 방정맞은 외침과 함께 휴대폰에 ○○반점이 뜬다.
“여보세요, 고장 났는가 봐여, 소리가 안 나와여~”
함께 듣던 아내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반납해 달라는 건 아닌지 염려하면서 한마디 한다.
“다시는 하지 마세이~.”
좋은 일 하기는 쉽지 않은 법, 시오리 어스름 저녁 길에 다시 들려서 숙련된 조교처럼 시범을 마쳤다.
“저~ 물 건너 정미소도 하나 해 달라던데…….”
“아이고, 마누라한테 물어봐야 될시더.”
그날 저녁, 장터 식당에서 노닥거리며 그 얘기를 하게 되었다.
“그라마 나도 하나 해 주소.”
허거걱! 혹 붙였네. MP3가 고장난지 제법 되었다는 지인이 부탁한다. 하지 말라는 아내가 떠올랐지만, 어쩔 수 없다. 다른 쇼핑몰에서 좀 더 싸게 산 MP3에 7080 노래를 듬뿍 담아 줬다. 69,180원에 7만 원을 받았으니, 820원 남긴 셈이다. 그런데 새 잡기에서 2만 원을 꼴아 박았으니 결국은 밑진 장사가 되고 말았다. 그런들 무슨 상관이랴, 그들에게 십 년 익힌 비결을 서비스하였으니 이 또한 삶의 보람이 아닐까 보냐.
비아이셀텍 T90 8G(USB일체형)
→ 8기가 정도면 내 좋아하는 노래는 거뜬히 넣을 수 있을 것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14B53B548E94F428)
젠하이저 PX200 II
→ 블랙이 좋다. 화이트는 껍질이 쉽게 벗겨진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1BC73B548E94F61C)
![](https://t1.daumcdn.net/cfile/cafe/2410403B548E94F830)
민자형 MP3
→ 내가 애용하는 기기로서 기본에 충실하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0FC43B548E94FA30)
첫댓글 저희 의성문학 출판기념회에 와 주셔서 감사하였습니다. 빈 손으로 오신들 뭐라 하겠습니까, 회장님, 그리고 김명자 시인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