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접경 러시아 쿠르스크주(州) 최전선에 북한군이 있다? 없다?
앞으로 어느 순간 이같은 질문이 나올 법하다. '있다 vs 없다' 논쟁을 벌일 만큼 현장에서 나오는 정보가 엇갈리고, 같은 사람의 발언도 전하는 언론 매체에 따라 진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 기습적으로 점령한 쿠르스크 영토에서 러시아군이 꾸준히 우크라이나군을 국경 바깥쪽으로 밀어내고 있어 러시아가 굳이 북한군을 참전시켜 국제적 논란을 일으킬 시점은 아닌 듯하다. 또 전쟁 종식을 호언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2025년 1월 20일)까지 아직 50일 가까이 남아 있다. 그 전에 러시아군의 쿠르스크 수복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군수품을 보급받는 장면/사진출처:텔레그램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3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 기사중 '최전방 상황'(Ситуация на фронте)이란 코너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쿠르스크 전선에서 러시아군의 지속적인 공격을 보고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아직 전선에서는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가 참전을 주장한) 북한 군인들을 대면하지 못한 것으로 미 CNN에 알렸다"고 보도했다.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된 우크라이나군 225돌격 대대 대대장 알렉산드르는 CNN에게 "지금까지 (쿠르스크에 배치됐다는) 북한군 1만2,000명의 흔적도 본 적이 없다"며 "우리가 북한군을 포로로 잡거나 시신이라도 봐야 그들(북한군)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군은 76공수여단과 체첸 전사들, 아프리카 출신 용병들을 앞세워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군 진지를 습격하고 있다"며 "러시아군 병력은 무제한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영국 BBC는 2일 "쿠르스크 주둔 우크라이나군이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 때까지 현 진지를 사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BBC는 "쿠르스크 주둔 우크라이나군은 패배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3,000㎏ 에어폭탄(활공폭탄) 등 러시아의 폭격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며 "혹독한 겨울 날씨와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도 했다.
러시아군이 탈환한 쿠르스크 지역의 폐허가 된 모습/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 군인 파벨은 "(우크라이나군이 후퇴하고, 러시아군이 영토를 탈환하는)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며 "이젠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군인은 "쿠르스크 군사작전의 실제 목표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여기서 4개월간 머물다가 떠나야 할 수도 있다"며 "어느 시점까지 버티는 것이 목표라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북한 군인을 포로로 잡는 사람에게 휴가 등 포상이 제공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어두운 쿠르스크 숲에서 북한군인을 찾아내는 것은 매우 어렵고, 실제로 그들이 여기에 없다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도 2일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러시아군에 통합돼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들이 현재까지 전선에서 적극적으로 공격 작전에 참여하는 것을 목격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정 시점에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북한군의 쿠르스크 전투 참전 주장은 우크라이나 측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아나톨리 바르길레비치 우크라이나군 참모총장은 지난달(11월) 24일 북한군은 이미 쿠르스크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1일 일본 교도통신과의 회견에서 "러시아 서부로 파병된 북한군이 전투 중 사망하거나 부상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이 교전 중인 최전선에 더 많은 북한군이 투입돼 러시아군의 총알받이로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체르냐크 대변인/사진출처:gur.gov,ua
이같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GUR)의 안드레이 체르냐크 대변인이 북한군의 역할에 대한 애매한 표현으로 논란을 불렀다. 그는 2일 라디오 리버티와의 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북한군 2천명이 (러시아) 해병 여단과 공수부대에 파견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이 전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부대에 배치됐다면 이미 적대 행위에 가담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최전선에는 없는 것 같다."
북한군은 해병 여단과 공수부대에 배치됐는데, (그들 부대가) 최전선에는 없다? 애매하지만, 아직은 참전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는 게 옳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체르냐크 대변인은 "북한군은 최대한 비밀을 유지하고, 최고 수준의 보호를 받고 있다"며 "폐쇄된 캠프에서 훈련하면서 외부에는 일체 드러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하나 지적할 것은 체르냐크의 직책을 알려주는 представитель ГУР(GUR)라는 표현이다. 일부 매체는 'GUR 대표'라고 쓰는데, представитель의 번역 오류(대변인→대표)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 위키피디아(러시아판)에는 GUR을 '대표'하는 책임자(국장)는 키릴 부다노프(Начальник ГУР, 2020년 8월 5일 임명)이고, 부국장(заместитель начальника ГУР)는 바딤 스키비츠키로 나와 있다.
또 우리 언론에서 자주 접하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아 자하로바의 공식 직함은 러시아 외무부 정보(언론)매체국 국장(Директор департамента информации и печати МИД России) 겸 공식 대변인 (официальный представитель МИД России, 2015년 8월 10일 임명)이다. 대변인을 '대표'(представитель)로 쓰고 있다. 체르냐크 대표라는 말은 GUR을 '대표하는' 대변인'이라는 뜻이다.
북한군 특수부대의 격파 시범/사진출처:러시아 렌TV 캡처
우크라이나 TV '채널24' (24tv,ua)에 따르면 체르냐크 대변인은 또 라디오 리버티 인터뷰에서 "북한군이 어떤 역할로 전투에 참여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살아남아 북한으로 돌아간 사람들은 현대전의 특징을 몸에 익힌 훈련된 군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들은 일반 군사 훈련뿐만 아니라 드론 운영 등 특정한 군사 훈련도 받고 있다"고도 했다.
파병 북한군의 향후 역할에 대해서는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참전 △쿠르스크 전선 참전 △2차 방어선에서 작전 예비군으로 대기 등이다. 그는 북한군이 2차 방어선에서 예비군으로 남아 있는다고 해도, 우크라이나에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이 최전방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후방에서 러시아군의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 역할을 맡을 북한군의 규모가 더 늘아날 수도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