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매우 가깝게 지내면서 존경하는 선생님이 계신데 제가 직장에서 만난 분이지만 제가 늘 스승으로 모시는 분입니다.
지금도 한 달에 두 번을 정기적으로 만나 뵙고 소주 두 병씩을 마시는데 엊그제 놀랍게도 “심실 세동(Ventricular fibrillation)”이라 이제 술을 못 드신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1944년 출생이시니 우리 나이로 80세인데 갑자기 술을 못 드시게 되었다고 하니 제가 충격이 컸습니다.
앞으로 정밀 검진을 더 받아보고 처방을 받아봐야 알겠지만 선생님께서도 큰 충격을 받으신 것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즐기는 것이 술자리였고 크게 좋아하는 취미가 없는 분입니다.
날마다 1만보 정도 걷는 것이 운동의 전부인 분인데 정말 ‘심실 세동’이라고 하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할 것인지 제가 걱정이 많습니다.
그런데 오늘 매체를 보니 애연가이고 애주가였던 영국의 위대한 수상, “원스턴 처칠(Winston Leonard Spencer Churchill)”은 90세 까지 장수했다고 합니다.
윈스턴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영국을 지도했던 정치인인데 그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그는 군인이자 정치인이었으며, 작가이고 역사학자이고 예술가이기도 했는데,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재능을 갖기도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으로 1953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는데 이 책은 이후 여러 차례 재간행 되었습니다. 2002년 BBC에서 '100명의 위대한 영국인'을 뽑는 설문에서 그는 시청자 100만여 명의 표를 받아 가장 위대한 인물로 선출되었고,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 중 한 사람이기도 한데 처칠이 취미가 많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 아닌 것 같습니다.
<“무릇 진정으로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누리려면 적어도 두세 가지의 취미는 갖고 있어야 하며, 그것도 가식이 아닌 아주 진솔한 것으로 지니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처칠의 제1의 취미는 그림 그리기였다. 40대에 시작한 그림 그리기는 60대 후반 총리로 임명돼 5년간 2차 세계대전 내내 이어졌고, 85세 고령으로 정계에서 은퇴할 때까지도 계속 됐다.
처칠은 평생 독한 시가를 입에 물고 다닌 애연가에다, 매일 샴페인・위스키에 취해 산 ‘위대한 술꾼’이었다. 그러면서도 아흔까지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주변에서는 ‘그림 그리기’를 제일 먼저 꼽았다. 그림을 그리면서 얻는 마음의 평온과 순수함, 행복감 때문이라고 한다.
처칠은 《취미로서의 그림 그리기(Painting as a Pastime)》등 에세이 책을 통해 일찍이 그림 그리기가 단순한 즐거움 이상으로 뇌에도 매우 유익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우리는 그림 그리기를 통해서 관찰력만 키우는 것이 아니고 기억을 오래 유지하는 능력과, 풍경이 바뀌고 햇빛이 스러진 지 몇 시간, 며칠, 심지어는 몇 달이 지난 다음 다시 화폭에 재현해내는 능력을 함께 배양하는 것이다.”
처칠의 이 말은 최근 전 세계가 ‘고령화 사회’로 변화해가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뇌 과학자나 의사들은 그림 그리기나 명상처럼 고도의 집중을 통해 심신을 활용하는 활동이 노화 방지, 특히 뇌기능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연치 않게도 처칠의 인생에서 괄목할 만한 성취는 대부분 그림을 배운 40대 이후 인생 후반기에 이뤄졌다.
사실 처칠이 중년에 그림 그리기를 배운 이유는 단순한 여가활동이 아니라 평생 그를 괴롭혀온 우울증과 자살충동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처칠은 영국 명문 집안에서 태어난 ‘금수저’였지만 어려서부터 온갖 질병을 꿰고 살았고 부모님으로부터 냉대를 받고 자랐으며, 학교에 다니면서는 말더듬이, 성격장애, 낙제의 연속으로 힘겨운 삶을 살았다.
운 좋게 20대에 정계에 진출 ‘초년 출세’의 길을 걸었지만 자신의 소신에 워낙 충실하고 타협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인해 30대 때 정계에서 퇴출당하고 말았다.
거의 폐인으로 자살 일보직전까지 갔던 처칠은 우연히 동네 아이들의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고 따라하기 시작했으며, 결국 그림그리기를 통해 자신의 우울증을 극복하고 위대한 인간으로서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는 훗날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평생을 검정개(Black Dog, 우울증)와 같이 살았다. 그러나 내가 하늘나라에 간다면 처음 맞는 100만년 동안은 그림을 그리면서 살겠다.”
# 이처럼 취미는 한 인간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인류사에 뛰어난 업적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이런 거인의 삶이 아닌, 우리 같은 범인의 삶에서도 취미는 커다란 역할을 한다. 기쁨과 행복, 힐링을 가져다준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신체적・정신적 능력의 저하, 근심과 걱정의 증가, 단조로운 생활의 연속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몰입하고 즐길 수 있는 취미 생활이 반드시 필요하다.
‘장수대국’ 일본은 인구 4~5명 중 1명이 고령자다. 일본인들이 은퇴 후 하고 싶은 취미 생활에 대해 <아사히신문>이 10여 년 전 조사한 결과 남성들의 경우 1위가 텃밭 가꾸기, 2위 요리, 3위 악기 연주, 4위 외국어, 5위 등산, 6위 사진, 7위 소바(메밀국수) 만들기, 8위 그림 그리기, 9위 바둑, 10위 분재 순이었다.
여성의 경우에는 1위가 외국어, 2위 요가, 3위 붓글씨, 4위 텃밭 가꾸기, 5위 꽃꽂이, 6위 악기 연주, 7위 그림 그리기, 8위 피아노, 9위 요리, 10위 도자기 공예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다양한 취미 중 한 가지를 골라 이번 주말부터라도 시작해보면 어떨까? 처칠이 그랬듯, 분명 새로운 삶이 펼쳐질 것이다.>조선일보. 함영준·마음건강 길(mindgil.com) 대표
출처 : 조선일보. [함영준의 마음PT] ‘위대한 술꾼’ 처칠이 90세까지 장수한 비결
“절대로 포기하지 마시오. 절대로 포기하지 마시오. 절대, 절대, 절대, 절대로! 엄청난 일이건 작은 일이건, 크건 하찮건 상관 말고, 명예로움과 분별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는 경우들이 아니라면, 절대 포기하지 마시오(Never give in. Never give in. Never, never, never, never! — in nothing, great or small, large or petty — never give in, except to convictions of honour and good sense.).
처칠이 남긴 명언이 많은데 이 말은 정말 우리 모두에게 필요할 명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일이든 포기하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유튜브를 통해서 사람 그리기를 몇 번 해봤는데 소질이 없는지 잘 되지가 않습니다. 제 유일한 취미는 사진기이고 두 번째 취미는 사진 찍기입니다. 그 두 가지를 같은 것으로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좀 다릅니다.
술 마시기, 담배 피기는 취미라고 얘기할 수가 없는 일이니 그 둘을 빼고 취미 하나에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프다고 절망하지 말고 취미생활로 생각을 바꾸면 생각한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거창한 것 말고 아주 쉬운 일로 시작하는 취미 생활 오늘 당장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