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선 늘 피톤치드 향기로운 숲의 공기가 그립다. 도심 가까이 청정 자연이 있는 것조차 모르고 다들 바쁘게 살아가지만, 빌딩 숲을 조금만 벗어나면 아름다운 숲속 정원과 걷기 좋은 산길을 만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백사실계곡과 52년 만에 서울 시민의 쉼터로 돌아온 북악산 둘레길이다. 반나절 여행으로 떠날 수 있고 대중교통도 편리하다. 삭막한 빌딩 숲을 벗어나 청정 나무숲으로 들어설 때, 들숨으로 들어오는 첫 공기는 산속 옹달샘처럼 달고 시원하다.
비밀의 정원을 만나는 백사실 계곡
백사실 계곡, 비밀의 정원으로 가는 길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백사실 계곡은 도심 속 비밀정원이다. 이미 TV에도 소개되어 알 만한 사람들은 알아서 찾아
오지만 아늑하고 고즈넉한 숲의 모습이 은밀하면서도 신비로워 비밀의 정원으로 남겨두고 싶은 곳이다.
백사실계곡은 문화사적 제462호, 백석동천과 자연환경을 잘 지켜온 곳으로 도롱뇽, 개구리, 버들치, 가재 등 다양
한 생명체가 살고 있다. 특히 1급수의 지표종인 도롱뇽이 서울특별시자연환경보전조례에 의한 서울시 보호야생
동물로서 백사실 계곡에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어 보존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백사실 계곡 가는 길
백사실계곡의 매력은 울창한 숲속으로 이어지는 호젓한 오솔길에 있다. 피톤치드향이 그윽한 싱그러운 숲길에는
산새 소리가 반갑고 울창한 나무 사이에 숨어있는 계곡에선 정취가 느껴진다. 도심 가까이 이런 청정자연이 있다
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숲은 청량하고 시원하다. 겨울은 겨울대로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뭇가지들이 시원한
겨울풍경을 이룬다. 울창함은 사라졌다 해도 숲의 쓸쓸함이 오솔길에 그대로 드러나 자연의 아름다운 겨울 풍경
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백사실 계곡의 겨울
백사실계곡은 백사(白沙) 이항복의 별장 터가 있던 자리에서 이름의 유래를 찾기도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숲길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항복의 별서 터가 보인다. 숲길 한쪽에 있는 별서 터는 옛 별장의 흔적이 느껴지는 기단
석만이 남아있다. 계곡의 중심부에 다다르면 조선 시대의 별서 터인 백석동천이 나온다. 백악(북악)산의 아름다
운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옛 선인들의 아름다운 휴식 공간이었던 백사실계곡
은 후손들에게도 변함없이 속 깊은 위안을 전해주는 고마운 숲이다.
백사실 계곡의 백석동천
백사실 계곡의 겨울
역사와 문화, 자연이 살아있는 북악산 둘레길
서울을 오붓하게 둘러싸고 있는 네 개의 산은 북악산·남산·낙산·인왕산이다. 그중에 가장 높은 산인 북악산은
경복궁 북쪽으로 솟아있고 백악산으로도 불린다. 북악산 둘레길은 전체 길이 약 18.6km에 이르는 ‘한양도성
탐방로’의 백악 구간이기도 하다. 창의문에서 숙정문까지 이어지는 성곽길로 2006년, 1단계인 홍련사-숙정문-
촛대바위(1.1km)의 구간이 부분 개방되었다.
2007년에는 와룡공원-숙정문-청운대-백악마루-창의문(4.3km)의 구간까지 전면 개방되었고 2019년부터 시민의
편의를 위해 신분 확인 절차를 생략하고 개방 시간이 늘어났다. 그리고 지난해 2020년까지 52년간 폐쇄되었던
북악산 성곽에서 북악스카이웨이 사이의 성곽 북측 면과 군부대 철책을 제거하면서 청운대-곡장 구간의 성곽
바깥쪽 탐방로를 개방했다. 이곳은 1968년 ‘1·21사태’, 일명 ‘김신조 사건’으로 민간인 출입이 완전히 통제되었던
곳이다.
북악산 둘레길의 첫 번째 출입구인 창의문
북악산 둘레길에서 새롭게 공개된 개방구간 코스는 부암동-제1 출입구-제3 출입구-옛 군견 훈련장-청운대-1·21
사태 소나무-청운대-청운대 쉼터-한양도성 옆길-곡장전망대-제4 출입구로 총 거리는 약 3.5km다.
북악산 둘레길 탐방 개방구간을 걷는 방법은 두 가지다.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버스를 타고 윤동주문학관에서
내려 부암동 주민센터를 지나 500m쯤 걸어 한양도성 가는 길 입구로 가면 1번 출입구가 나온다. 자가용으로
이동 시 부암동 16-3을 검색하면 3번 출입구인 청운대 안내소 주차장으로 안내한다. 도보로 이용 시, 북악스카이
웨이 길로 걸어가다 보면 2·3·4번 출입구가 차례대로 보인다.
내려오는 길은 자유롭게 원하는 방향으로 하산하면 된다. 북악산 둘레길은 새롭게 조성되어 계단도 깔끔하고
길옆으로 깔아놓은 매트도 푹신해서 걷기에 좋다. 산길로 오르는 계단은 숨이 가쁘지만, 정상으로 갈수록 맑고
시원한 공기가 몸을 가볍게 해준다.
부암동에서 창의문 가는 길
북악산 둘레길로 가는 길
북악산 둘레길은 우리 역사 문화와 생태와 옛 선인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스며있어 몸과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길이다. 청운대 쉼터에서 곡장 전망대까지 한양도성 외곽을 따라 걷는 성벽 바깥 쪽 탐방로는 한양도성의 축조
시기별 성벽의 변화와 한양도성의 역사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아름답게 지어진 성벽을 지나 곡장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북악산 최고의 절경이라고 할 만큼 멋지다. 북악산의 남측 면까지 2022년 상반기에 개방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