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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문졸속(兵聞拙速)
전쟁은 졸렬하여도 빨리 끝내야 한다는 말이다.
兵 : 군사 병(八/5)
聞 : 들을 문(耳/8)
拙 : 졸할 졸(扌/5)
速 : 빠를 속(辶/7)
출전 : 손자(孫子) 작전편(作戰篇)
손자(孫子) 작전편(作戰篇)에 나오는 말이다. 춘추전국시대의 병법가 손자는 전쟁은 지구전이 아닌 속전속결로 결판을 내야 한다고 하였다. 손자가 속전속결을 주장한 이유는 지구전을 치를 때의 폐단을 명확히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자는 단기간에 나라의 존망을 걸고 병사들의 힘을 규합하여 싸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싸움이 된다고 보았다.
지구전의 폐단을 손자는 손자(孫子)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지금 전쟁은 전쟁용 수레 천 대, 수송차 천 대, 병사 십만 명으로 천 리나 떨어진 먼 곳까지 식량을 수송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큰 규모의 전쟁을 하려면 조정 안팎의 경비, 외교사절의 접대, 군수물자, 무기보충 등 하루 천금이나 되는 막대한 비용이 소용된다.
이런 전쟁에서 비록 승리하더라도 장기전은 병사들을 피폐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기도 떨어뜨린다. 또한 병사들을 계속 전쟁터에 머물게 하면 국가의 재정 상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것이다.
병사들이 곤궁에 빠져 있고, 사기 또한 저하된 상태에서 공격하면 실패하기 쉽다. 실패한 공격은 곧 국력이 소모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주변 국가의 공격을 받아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으며, 결국 아무리 지혜로운 군사전략가 또는 정치가가 등장하여도 사태를 수습하지 못한다.
그래서 손자는 짧은 기간에 모든 전력을 한 곳에 모아 싸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싸움이라고 주장하였다.
병문졸속(兵聞拙速)은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면 적군뿐만 아니라 아군의 인적, 물적인 피해도 만만치 않으므로 빨리 끝내면 끝낼수록 좋다는 뜻이다.
세계 현대사에서 장기전의 폐단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 주는 전쟁이 베트남 전쟁이다. 베트남 전쟁은 약 20년 동안 지속되었고, 인적 피해는 사망자 약 120만 명, 부상자 300~400만 명이었다. 대표적인 속전속결식의 전쟁은 걸프전쟁이다.
작전편(作戰篇) 제2(第二) : 전쟁은 빨리 끝내라.
兵聞拙速 未覩巧之久也.
병문졸속 미도교지구야.
싸움이란 교묘한 지구전보다는 거칠지라도 빨리 해치우는 것이 낫다.
久則鈍兵挫銳 攻城則力屈 久暴師則國用不足.
구즉둔병좌예 공성즉력굴 구포사즉국용부족.
전쟁이 길어지면 군대는 둔해져서 예기가 꺾이고, 성을 공격하면 전력이 다 소진되며, 오랫동안 군사를 포악하게 다루면 국가비용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夫 鈍兵挫銳 屈力탄貨 則諸侯乘其弊而起.
부 둔병좌예 굴력탄화 즉제후승기폐이기.
대체로 군대가 둔해져서 예기가 꺾이고, 전력이 소진되어 재화가 고갈되면, 제후들이 그 피폐를 틈타서 봉기하는 것이다.
雖有智者 不能善其後矣.
수유지자 불능선기후의.
그리되면 비록 지혜를 갖춘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다음을 잘 처리할 수 없는 것이다.
故 兵聞拙速 未覩巧之久也.
고 병문졸속 미도교지구야.
그러므로 병법가가 졸렬한 속전을 말하는 것은 들었지만, 교묘함을 갖춘 지구전을 말하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夫 兵久而國利者 未之有也.
부 병구이국리자 미지유야.
대체로 오래 끌어서 국가에 실리를 가져다 주었다고 말하는 병법가는 아직까지는 있지 않은 것이다.
전쟁은 국가의 존망이 달려있는 중대한 사안인 것이다. 그와 같은 전쟁에 대하여 실효성있는 병법의 중요성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손자는 작전편(作戰篇)을 기술하면서 전쟁에 대한 준비과정과 전쟁시 고려해야만 하는 사항들을 체계적으로 구성해 놓고 있는 것이다.
전쟁에 있어서 병사들의 사기, 전력, 비용 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사기와 전력 및 비용을 적절하게 조절하거나 감당할 수 있다면, 전쟁에서의 승리는 가능할 것이나, 그렇지 못하다면 승리는 고사하고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손자는 구체적으로 예시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이 길어지면,전장의 상황이 혼란해질 뿐만 아니라 그 틈을 노린 제후들이 봉기할 것이기 때문에, 국가의 존망이 내부적으로도 위협받게 된다고 하는 손자의 사상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전력이나 상황이 열악할지라도, 병법에 의한 합리적인 방법을 활용하여 가능한한 전쟁을 빨리 끝내라고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손자의 사상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서도 미래비전 손자철학(孫子哲學)으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다.
목표의 설정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은 의식, 의욕, 비용 등과 같은 요소들이 합리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구성상의 단기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나 환경을 탓으로 돌리는 열악성, 오늘 할 일을 내일이나 후일로 미루는 지체성, 지나친 성과를 설정한 목표의 부적합성 등을 원인으로 하여 의식이나 의욕이 저하되거나 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들어간다면, 당초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거나 비난이나 포기와 같은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상황이나 환경의 열악성을 이겨낼 수 있는 확고한 의식과 단계적 성취를 근간으로 하는 단계적 달성기간의 구분을 통하여 비용의 적절성은 물론 충만한 성취감을 축적할 수 있는 미래비전 손자철학을 확립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이 전쟁에 관한 것이라면, 손자철학(孫子哲學)은 생활에 관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를 할 수 있도록 병법을 활용해야 하는 필요성이 있듯이, 생활에서 실천을 통한 성공을 이룩할 수 있도록 손자철학을 활용할 필요성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목표에 대한 명확한 의식, 실천에 대한 확고한 의욕, 추진에 필요한 합리적 비용 등과 같은 구체적인 손자철학은 미래비전이 있는 사상인 것이다.
누구에게나 이러한 내용은 중요할 것이겠지만, 그와 같은 중요성에 대하여 명확한 의식을 갖고서 실천하는 사람은 탁월한 효과를 보겠지만, 미약한 의식을 갖거나 경시하는 의식을 갖는다면, 실천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효과도 충분하게 볼 수 없을 것이다.
▶️ 兵(병사 병)은 ❶회의문자로 斤(근; 무기)와 양손의 합자(合字)이다. 무기를 두 손으로 쥐고 있음의 뜻으로, 나중에 무기를 갖는 무사(武士)나 전쟁의 뜻에도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兵자는 ‘병사’나 ‘무기’, ‘싸움’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兵자는 斤(도끼 근)자와 廾(받들 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갑골문에 나온 兵자를 보면 도끼나 창을 양손으로 받들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兵자는 이렇게 양손에 무기를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무기’나 ‘병기’라는 뜻을 갖게 되었고 후에 ‘병사’나 ‘싸움’이라는 뜻이 파생되었다. 그래서 兵(병)은 ①병사(兵士), 병졸(兵卒), 군사(軍士), 군인(軍人) ②무기(武器), 병기(兵器) ③싸움, 전쟁(戰爭) ④재앙(災殃), 원수(怨讐), ⑤상하다, 다치다 ⑥치다, 무기로써 죽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마칠 졸(卒), 병장기 융(戎), 군사 군(軍),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장수 장(將)이다. 용례로는 전쟁에 쓰는 제구를 병구(兵具), 전쟁으로 나라가 어지러워짐을 병란(兵亂), 군대의 힘이나 군대의 인원수를 병력(兵力), 전쟁에 쓰는 모든 기구를 병기(兵器), 병사에 관한 사무를 병무(兵務), 하사관 아래의 군인을 병졸(兵卒) 또는 병사(兵士), 병법에 관하여 쓴 책을 병서(兵書), 백성이 의무로 군적에 편입되어 군무에 종사하는 일을 병역(兵役), 전쟁을 하는 방법을 병법(兵法), 사병의 가장 높은 계급을 병장(兵長), 전쟁할 때 쓰는 수레를 병거(兵車), 군대를 파출하는 일을 파병(派兵), 장교와 사병을 통틀어 일컫는 말을 장병(將兵), 지위가 낮은 병사를 졸병(卒兵), 장교가 아닌 모든 졸병을 사병(士兵), 갑작스레 적을 내리치려고 요긴한 목에 숨어 있는 군사를 복병(伏兵), 법에 의거하여 해당자를 군대에 복무시키기 위하여 모음을 징병(徵兵), 굳세고 강한 군사를 강병(剛兵), 초소를 지키는 병사를 초병(哨兵), 병가에는 항상 있는 일이라는 병가상사(兵家常事), 병거를 거느리고 무력(武力)으로 하는 회맹을 병거지회(兵車之會), 용병에 있어서는 적을 속이는 것도 싫어하지 않는다는 병불염사(兵不厭詐), 병사가 칼에 피를 묻히지 아니하였다는 병불혈인(兵不血刃)전쟁에서 사람은 죽는다는 병사지야(兵死地也) 등에 쓰인다.
▶️ 聞(들을 문)은 ❶형성문자로 闻(문)은 간자(簡字), 䎹(문), 䎽(문)은 고자(古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귀 이(耳; 귀)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門(문; 입구)으로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聞자는 ‘듣다’나 ‘들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聞자는 門(문 문)자와 耳(귀 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갑골문에 나온 聞자를 보면 사람의 귀가 크게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문밖에서 나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고대에는 어둑해진 저녁에서야 결혼할 신랑이 신부의 집에 당도했다고 한다. 그래서 갑골문에서는 이렇게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혼인하다’라는 뜻으로 썼었다. 후에 이러한 모습이 바뀌면서 사람은 女(여자 여)자와 昏(어두울 혼)자가 결합한 婚(혼인할 혼)자가 되었고 사람의 귀는 耳(귀 이)자에 門자를 더한 聞자로 분리되었다. 그래서 지금의 聞자는 문밖에서 나는 소리를 듣는다는 의미에서 ‘듣다’나 ‘소식’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聞(문)은 소리가 귀로 들어가다라는 말로 듣다, 들리다의 뜻으로 ①듣다 ②소리가 들리다 ③알다, 깨우치다 ④소문나다, 알려지다 ⑤냄새를 맡다 ⑥방문하다, 소식을 전하다 ⑦묻다, 질문하다 ⑧아뢰다(말씀드려 알리다), 알리다 ⑨틈을 타다, 기회를 노리다 ⑩견문(見聞), 식견(識見) ⑪소식(消息), 소문(所聞) ⑫명성(名聲), 명망(名望) ⑬식견(識見) 있는 사람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들을 령/영(聆), 들을 청(聽)이다. 용례로는 듣고 보는 것으로 깨달아 얻은 지식을 문견(聞見), 도를 들음 또는 도를 듣고 깨달음을 문도(聞道), 들어서 얻음을 문득(聞得), 이름이 널리 알려져 숭앙되는 일을 문망(聞望), 부고를 들음을 문부(聞訃), 소문으로 전하여 들음을 문소문(聞所聞), 들어서 손해 봄을 문손(聞損),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을 문인(聞人), 들어서 앎을 문지(聞知), 들어서 배움을 문학(聞學), 뜬 소문을 들음을 문풍(聞風), 향내를 맡음을 문향(聞香), 이름이 세상에 드러남을 문달(聞達), 들려 오는 떠도는 말을 소문(所聞), 듣거나 보거나 하여 깨달아 얻은 지식을 견문(見聞), 전하여 들음을 전문(傳聞), 퍼져 돌아다니는 소문 또는 설교나 연설 따위를 들음을 청문(聽聞), 아름답지 못한 소문을 추문(醜聞), 이전에 들은 소문을 구문(舊聞), 여러 번 들음을 천문(千聞), 바람결에 들리는 소문으로 실상 없이 떠도는 말을 풍문(風聞), 들어서 앎 또는 듣고 앎을 문이지지(聞而知之), 한 가지를 들으면 열 가지를 미루어 안다는 문일지십(聞一知十) 등에 쓰인다.
▶️ 拙(졸할 졸)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서툴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出(출, 졸)로 이루어졌다. 손재주가 남보다 서툴다는 뜻이다. 그래서 拙(졸)은 ①옹졸(壅拙)하다, 졸(拙)하다 ②둔(鈍)하다, 어리석다 ③질박(質樸)하다(꾸민 데가 없이 수수하다) ④서툴다 ⑤불우(不遇)하다, 곤궁(困窮)하다 ⑥저(겸사/謙辭)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못할 렬(劣),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공교할 교(巧)이다. 용례로는 서투르지만 빠르다는 뜻으로 지나치게 서둘러 함으로써 그 결과나 성과가 바람직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졸속(拙速), 옹졸하고 비열함을 졸렬(拙劣), 보잘것 없거나 서투른 전투 또는 시합을 졸전(拙戰), 보잘것없는 작품을 졸작(拙作), 자기의 원고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졸고(拙稿), 변변치 못한 서투른 글 못 지은 글을 졸문(拙文), 졸렬한 계책으로 자기의 계책을 낮추어 이르는 말을 졸책(拙策), 서투르게 쓴 원고라는 뜻으로 자기의 원고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졸고(拙稾), 늙은이가 자기 스스로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졸로(拙老), 남편이 아내에 대하여 자신을 낮추어 이르는 말을 졸부(拙夫), 자기의 아내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졸처(拙妻), 자기를 겸손하여 이르는 말을 졸생(拙生), 자기의 의견이나 의사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졸의(拙意), 성질이 고지식하고 조금도 변통성이 없음을 졸직(拙直), 보잘것없는 의견이나 견해를 졸견(拙見), 재주가 둔하고 말을 떠듬거림을 졸눌(拙訥), 아주 재미가 없고 졸망하게 생긴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을 졸보(拙甫), 유치하고 졸렬함을 치졸(稚拙), 성질이 너그럽지 못하고 생각이 좁음을 옹졸(壅拙), 면밀하지 못하고 능숙하지 못함을 소졸(疏拙), 용렬하고 졸렬함을 용졸(庸拙), 예스럽고 솜씨가 서투름을 고졸(古拙), 말솜씨가 없음을 언졸(言拙), 자기의 변변하지 못한 점을 감춤을 장졸(藏拙), 말솜씨가 없음을 어졸(語拙), 둔하고 서투름 또는 그 모양을 둔졸(鈍拙), 성품이 단아하나 고지식함을 아졸(雅拙), 어리석고 못남을 우졸(愚拙), 융통성이 없고 옹졸함을 구졸(拘拙), 부끄러움이 많고 수줍음을 수졸(羞拙), 데면데면하고 보잘것 없음을 건졸(蹇拙), 자신의 졸렬한 점을 드러냄을 노졸(露拙), 어리석음을 지키고 본성을 고치지 않음을 수졸(守拙), 잘 만들려고 너무 기교를 부리다가 도리어 졸렬하게 만든다는 뜻으로 너무 잘 하려 하면 도리어 안 됨을 이르는 말을 욕교반졸(欲巧反拙), 지나치게 솜씨를 부리다가 도리어 서툴게 됨을 이르는 말을 농교성졸(弄巧成拙), 서투른 것을 보충하는 데에는 부지런함이 으뜸이라는 근장보졸(勤將補拙), 교지는 졸속만 못하다는 뜻으로 뛰어나지만 늦는 사람보다 미흡해도 빠른 사람이 더 낫다는 말을 교지졸속(巧遲拙速) 등에 쓰인다.
▶️ 速(빠를 속)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나무를 다발로 묶음의 뜻을 나타내는 束(속)이 합(合)하여 '빠르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速자는 '빠르다'나 '빨리 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速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束(묶을 속)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束자는 나뭇단을 묶어 놓은 모습을 그린 것으로 '묶다'는 뜻이 있다. 갈 길을 재촉할 때는 채비를 단단히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速자는 나뭇단을 단단히 묶어 놓은 모습을 그린 束자를 응용해 발목의 고름을 단단히 조였음을 표현하고 있다. 速자는 '빠르다'는 뜻이 있지만, 이외에도 '도래하다'나 '자주'와 같은 뜻으로도 쓰인다. 그래서 速(속)은 ①빠르다 ②빨리 하다 ③이루다 ④되다, 도래(到來)하다 ⑤부르다 ⑥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⑦에워싸다 ⑧빨리 ⑨자주,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빠를 첩(捷), 빠를 숙(潚), 빠를 신(迅), 빠를 괄(适), 이를 조(早), 민첩할 민(敏),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더딜 지(遲)이다. 용례로는 움직이는 사물의 빠르기나 빠른 정도를 속도(速度), 글을 빨리 읽는 것을 속독(速讀), 빨리 알리는 것 또는 그 보도를 속보(速報), 빠른 힘이나 빠르기를 속력(速力), 빨리 이루어지거나 이룸을 속성(速成), 지레 짐작으로 그릇 판단하거나 빨리 결정함을 속단(速斷), 빨리 배움을 속수(速修), 빨리 적음으로 속기술로 적음을 속기(速記), 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걷는 걸음을 속보(速步), 우편물 등을 속히 배달함을 속달(速達), 날쌔고 빠름을 신속(迅速), 서투르지만 빠르다는 뜻으로 지나치게 서둘러 함으로써 그 결과나 성과가 바람직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졸속(拙速), 매우 이르고도 빠름을 조속(早速), 급하고 빠름을 급속(急速), 아주 빠른 속도를 고속(高速), 지나친 속도를 과속(過速), 잽싸고 빠름을 민속(敏速), 속도를 더함을 가속(加速), 신기할 만큼 썩 빠름을 신속(神速), 한 시간을 단위로 하여 측정한 속도를 시속(時速), 속도가 줄어짐을 감속(減速), 실제의 속도를 실속(實速), 흐르는 물의 속도를 유속(流速), 속도가 매우 빠름을 쾌속(快速), 소리의 속도를 음속(音速), 싸움을 오래 끌지 않고 될 수 있는 대로 재빨리 싸워 전시 상황을 결정한다는 말을 속전속결(速戰速決), 싸움을 질질 끌지 않고 빨리 쳐들어가서 이기고 짐을 빨리 결정한다는 말을 속진속결(速進速決), 아무렇게나 급하게 이루어진 것은 역시 곧 결단이 난다는 말을 속성속패(速成速敗), 빨리 하고자 하면 도달하지 못함 또는 어떤 일을 급하게 하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는 말을 욕속부달(欲速不達), 일을 함에는 신속함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말을 사귀신속(事貴神速), 속히 됨을 바라는 마음을 이르는 말을 욕속지심(欲速之心), 교지는 졸속만 못하다는 뜻으로 뛰어나지만 늦는 사람보다 미흡해도 빠른 사람이 더 낫다는 말을 교지졸속(巧遲拙速)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