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상당수 학교 외벽이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21일 29명의 사망자를 낸 제천 스포츠 센터와 지난 26일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밀양 세종병원의 경우 외벽 일부가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돼 화마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자 즉각 교체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유치원과 특수학교에까지 이 공법이 시공된 것으로 드러나 학부모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8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단설 유치원과 초ㆍ중ㆍ고교와 특수학교(사립 포함) 248곳 중 15.7%인 39곳의 학교 건물 외벽이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급별로는 유치원 1곳, 초등학교 24곳, 중학교 4곳, 고등학교 9곳, 특수학교는 1곳 등 모두 39곳이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되어 있다.
학교 시설물 가운데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본관동과 체육관, 기숙사, 도서관 등이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돼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 유치원과 특수학교에까지 적용, 시공된 사실이 드러나 화재 발생 시 유아와 특수학교 학생들의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콘크리트나 벽돌 구조체에 폴리스틸렌폼이라는 단열재를 붙이고 그 위에 시멘트 모르타르를 1cm 두께로 얇게 덧바르는 방식이다. 이 시공법은 방수성과 단열성이 뛰어난데다 벽돌 등 일반적인 외장재와 비교해 시공 가격이 20∼30%에 불과하다는 장점이 있다. 시공 역시 간편하고 빠르기 때문에 상가 등 10층 이하 건물에 주로 쓰인다.
하지만 지난해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이번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건을 통해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났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가연성인 스티로폼이 불쏘시개 역할을 해 건물 전체를 삼켜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게다가 이 재료는 많은 유독가스를 발생시켜 대량 인명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화재 시 단열재로 사용하는 스티로폼을 타고 단시간에 불길이 퍼질 뿐만 아니라 내장재를 통해 불길이 번지면서 화재진압도 매우 어렵게 만든다.
지난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38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드라이비트` 등 가연성 외장재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교 건물에 적용한 이 공법을 다른 공법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물 외장재와 관련해 드라이비트 공법뿐 아니라 교실 내 샌드위치 패널 공법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샌드위치 패널은 외부 양쪽 면을 철판, 알루미늄 등 철재로 구성하고 그 사이에 단열재를 넣은 것이다. 샌드위치 패널은 제품과 자재 등을 저장하는 창고에 주로 쓰인다.
그런데 일부 학교 교실에 샌드위치 패널로 적용한 학급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샌드위치패널은 글라스울 등을 단열재로 채용할 경우 화재 위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샌드위치패널 역시 드라이비트 공법과 마찬가지로 스티로폼이 주로 단열재로 사용되고 있어 화재가 발생할 경우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혹시나 아이가 다니는 학교도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된 학교가 아닐까 걱정된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스프링클러 등 화재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이전에는 마감재로 일부 사용해왔지만 최근에 드라이비트 공법을 거의 쓰지 않는다"며 "교육부가 이번 화재 사고로 전수조사를 실시 중이며 특단의 조치가 내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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