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뉴스 312/1126]노인과 어르신의 차이
부산에 사는 어르신이 <어르신과 노인의 차이>라는 글을 보내왔다. 창작創作은 아닌 듯하고, 어느 잡지 등에 실린 글을 퍼온 것같다('펌글'). 이 어르신과 인연이 참 오래 됐다. 1939년생. 우리 나이로 82세. 호가 양진養眞이시다. 2005년 이때쯤이었다. 부산에서 올라와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백수의 월요병』이란 책을 두 권 구입, 저자인 나에게 사인을 받으러 택시를 타고 성균관대 홍보실을 찾아온 것이다. 그 책은 나의 '처녀 수필집'이다. 세상에나, 만상에나, 우째 이런 일이? 감동, 감격했다. 말하자면 글을 제대로 아시는 분이리라. 흐흐. 그 인연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으니, 얼마나 귀한 일인가. 부산 초원복집 등에서 대접도 잘 받고 ‘수정방’ 등 중국술을 선물받은 적도 있다. 나로선 정말 고마운, 잊지 못할 어르신이다. 카톡으로 대화를 자주 하는데, 요즘은 <김삿갓 방랑기>를 분절해 보내주신다. 대장암이 많이 진행됐다는데,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꿋꿋하시다. 그분의 평강平康만을 빌 뿐이다. 아래는 그 전문이다.
* 노인은 늙은 사람이고/어르신은 존경받는 사람이다.
* 노인은 몸과 마음이 세월이 가니 자연히 늙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어르신은 자신을 가꾸고 젊어지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이다.
* 노인은 자신의 생각과 고집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고/어르신은 상대에게 이해와 아량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다.
* 노인은 자기 기준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고/어르신은 좋은 덕담을 해주고 긍정적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이다.
* 노인은 상대에게 간섭하고 잘난 체 하고 지배하려고 하는 사람이고/어르신은 스스로 절제할 줄 알고 알아도 모른 체 겸손하며 느긋하게 생활하는 사람이다.
* 노인은 대가없이 받기만 좋아하는 사람이고/어르신은 상대에게 베풀어 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 노인은 고독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고/어르신은 주의에 좋은 친구를 많이 두고 활발한 모습을 가진 사람이다.
* 노인은 이제 배울 것이 없어 자기가 최고인 양 생각하는 사람이고/어르신은 언제나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 노인은 자기가 사용했던 물건이 아까워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고/어르신은 그 물건들을 재활용할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 노인은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이고/어르신은 그 대가를 반드시 지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노인과 어르신의 차이>를 요러코롬 10가지로 명쾌하게 비교해 놓은 글은 처음이어서 “맞아, 맞아. 어쩌면 이렇게 정리를 잘 해놓았을까” 탄복을 했다. 한 대목, 한 대목을 찬찬히 음미해 보시라. 고개를 끄덕끄덕, 수긍이 많이 갈 것이다. ‘6학년 중반’이 우리에게 시사示唆하는 바가 자못 많다. 꾀죄죄하게 늙어가는 것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나이 들어 가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일일진대, 그게 그냥 가만히 있으면 오는 것인가. ‘언제나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식뻘이든 손자뻘에게도 불치하문不恥下問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내 식대로 말하자면 <어르신은 원로이고/노인은 꼰대이다>고 하고 싶다. 하지만 여기에서 ‘꼰대’에 대한 정의를 새로이 할 필요는 있다. 흔히 ‘꼰대질’이라며 비하하고 좋지 않게 생각하지만, 꼰대질을 할 자격이 있는 분들의 '꼰대질'만큼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내가 존경하는 43년생 선배(78세)는 별명이 ‘꼰대’인데, 별명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 "꼰대가 뭐가 나쁘냐? 꼰대가 없는 사회는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얼마든지 ‘좋은 꼰대’가 있어야 하고, 실제로 많이 있기도 하다. 그분의 언행을 보면 백퍼(100%) ‘좋은 꼰대’이다. 흔히 ‘우리 사회에 원로다운 원로가 없다’는 말을 하지 않던가. ‘원로다운 원로’는 꼰대질을 많이 해야 한다.
아무튼 지혜롭게 잘 늙어가시는 분은 뒷모습도 아름답다. 1920년생 101세. 이미 백수白壽를 넘기신 김형석 명예교수를 아시리라. 노익장老益壯이란 말이 무색하게 지금도 주 1회는 90여분 특강을 하고, 신문에 칼럼을 싣기도 한다. 이런 분이 원로가 아니면 누가 원로일까. 물론 생각은 많이 보수保守이지만, 그분에게는 전혀 흠이 되지 않는다. '건전健全 보수'라 하겠다. 보수도 수만 종種이 있다. 꼴불견 보수들이 얼마나 많은가. 노추老醜 보수, 사이코패스 보수, 60대에 완전히 정신줄을 놓아버린 꼴통보수(이건 숫제 악질반동이다), 진상 보수들을 보면 머리가 아프다. 그리고 참 많이 슬프다. 하루빨리 숟가락을 놓아야 하는 ‘사이비 지식인’들이 원조元祖보수를 자처하고 있다. 눈 감고 귀 막고 코까지 틀어쥐고 싶은 군상群像들은 또 얼마나 득시글득시글한가.
노인이든, 어르신이든, 몇 살부터 지칭이나 호칭을 할 수 있을까? 만 65세부터 경로우대증이 나오고, 소위 ‘지공족(지하철 요금 공짜인간)라지만, 이것은 아무래도 아닌 것같다. 그 기준을 72.5세부터로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70세가 훌쩍 넘은 한 선배는 여지껏 지하철을 공짜로 탄다는 게 ‘습習’이 안돼 꼭 표를 끊고다닌다.
부산의 어르신이 보내주신 ‘펌글’을 보며, 나는 오늘도 배운다. 꼭, 반드시, 확실하게 ‘노인이 아닌 어르신’처럼 그렇게 늙어가리라. 발버둥칠 것없이 물 흐르는 대로, 생각을 한없이 유연하게 가지면서. 그리하면 ‘나이는 숫자 연애는 필수' ‘내 나이가 어때서?’ ‘백세시대’ 등의 유행가 노랫말들을 읊조릴 필요도 없으리라. 황금들판의 농로 農路를 전동자전거로 가로지르며, 거시기 김성환 형님의 <묻지 마세요>를 흥얼거리던 우리 94세 아버지는 노인인가? 어르신인가? 두 분은 그해 임실의 '사선문화제'에서 만나 서로 팬을 자임하며 포옹을 하고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5부작 <인간극장-총생들아 잘 살거라>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꼭두새벽이다.
첫댓글 기가막힌 노인과 어르신의 구분법!
백퍼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네요.
근데 우리는 아직 이 부류에 진입한거는 아니지 않은가하고 자위해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친구들~~
마음 가짐 아닐까요?
주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차이
아직은 주려는 어른이 돼야 것지요.
같은 동네 사는 키도 작고 몸도 작고 결혼도 안하고 거시기도 작고 거기에다 곱추인 작은 동생 뻘 되는 아우가있다
나이는 쉰살을 훌쩍 넘었는데 나를 형님이라 불러도 좋으련만 꼭 아저씨나 어르신이라 부른다
왜 그렇게 부르면 자기가 낮춰보이지않고
나이들어 보인단다.
그럼 저는 젊어보이고 나는 늙어보이라고?
나도 요즘 친구들에게 농담삼아 형님이라고
자주부른다
불러보니 나쁠것도 없고 기분이 괜찮아서
계속 불러볼까 생각중이다.
빤쓰형님?
사리마다형님?
방정형님?
누애똥구녕 형님?
추워졌는데 건강 조심하세요
말이라도 어른 대접올리니 기분좃네
어른과 어르신
대접받을자와 대접받는자의 차이아닐까?
나를 낮추면 상대를 대접할것이고
나를 올리면 어르신 대우를 받을려는것이니
오늘은 그냥 따르릉길이 되어 안디옥 찐빵이나
사들고 어르신들 대접이나 하러가야것다
내가 낮은게 좋아
아직은 대접받기 싫어
참,잼나네.
노인vs 어르신.
1. 오빠vs 오라버니, 우리나이엔 웬만한 사이아니면 오라버니가 어감이 좋고..
2. 땡땡이와 빠구리, 우리 얼아적엔 땡땡이를 빠구리깐다 했는데..
여하튼 고령화 사회에서, 우린 꽃중년일세. 9학년4반 프로 농부와 6학년4반 초짜 농부가 흔하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