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이렇게 지나간다.
아침식사를 토스트로 간단히 떼우면서 아내가 ' 오늘 뭐 할일 없어요 ?' 해서 오늘 영화나 한 편 볼까, 조정석 임윤아가 나오는 엑시트라는 영화가 괜찮다고 하던데 어떻소 ? 하니 아내가 TV에서 보니 그 영화가 불이 나서 어디로 탈출하는 그런 영화같던데 볼까 말까 하다가 가 보겠다고 한다. 나는 그 영화가 젊은이들의 love-story인줄 알았다. 인터넷에서 서울대입구역 영화관의 상영시간을 보니 오후 1시35과 3시45분이 있다. 아내가 아침미사를 갔다오고 점심을 먹고 하면 3시45분이 여유가 있겠다싶어 그 시간으로 정한다.
10시경 문을 열고 신문을 가져올려니 문앞에 큰 박스가 하나 놓여있다. 우리집에 온 게 맞나 하고 주소를 자세히 보니 맞기는 맞다. 약 보름전에 과거직장모임에서 회원중 한 사람이 두째아들 결혼식을 했는데 양쪽 집안이 서로 합의하여 소위 요새 말하는 작은 결혼식을 하자고 하여 양쪽 가족 20명씩만 해서 일절 외부에 청첩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집에서 애들 결혼축의금 명부를 보니 이 친구가 애들 결혼식에 꼬박꼬박 축의금을 내서 그냥 있을 수 없어서 며칠 후에 만나서 ' 아무래도 내 마음이 불편해서 안 되겠소 ' 하면서 축의금 봉투를 건넸다. 그런데 다음 날 전화메시지로 ' 고맙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직접 수확한 쌀 10kg짜리 두 푸대를 보내 드릴려고 하니 주소를 좀 알려주십시오 '한다. 나는 송구스러워서 이래도 되는 지 모르겠다 며 주소를 알려주었드니 이 쌀을 보내 온 것이다. 경기도 어디에서 농사를 조금 하고 있는 이 친구는 전에도 가끔 잡곡이나 떡을 친구들에게 보내 준 참 예의 바른 친구이다. 직접 수확한 좋은 쌀을 보내주고 또 요즘 쌀값이 많이 올랐는데 하면서 아내는 얼마나 좋아하고 고마워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한 푸대는 딸내미에게 주어야겠다고 한다.
3시 좀 지나서 영화관에 가서 표를 끊고 앉았다. 영화를 보다보니 아내말대로 이건 love-story가 아니고 그야말로 재난영화다. 나는 TV를 보다가도 흉악하거나 끔찍한 장면이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리거나 꺼버린다. 조정석과 임윤아가 열연을 하는 것은 좋은데 시간내내 정신이 없고 얼얼했는데 아내도 모처럼 본 영화가 머리만 아프다고 한다. 앞으로는 영화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난뒤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집에 돌아와서 TV sports를 보니 한국과 태국의 여자배구 시합을 하고 있다. 나는 아름다운 우리 낭자들의 배구를 매우 좋아한다. 요즘 태국의 여자배구 실력이 많이 향상되어 우리를 거의 따라오고 있다. 3 : 1로 이겼는데 김연경이 컨디션이 별로인지 오늘은 웃는 모습을 많이 못 보겠다. 연경이 웃는 모습이 참 이쁜데.
어제 아내가 시장에서 살아있는 꽃게를 네 마리 사 왔는데 어제는 못하고 오늘 꽃게탕으로 해서 먹는데 살이 통통하고 선도도 좋아서 오랜만에 배가 부르도록 맛있게 먹고 아내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런데 저녁을 먹고나서 조금 있다 고교친구한테저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 야 니 오늘 와 안나왔니 ? ' ' 와 뭐 있나 ?' 하니 ' 오늘 고등학교 동기회 아이가 ' 한다. 앗차, 다이어리를 보니 메모가 되어있는데 아침에 예사로 지나쳐버렸다. 그것도 모르고 영화도 보고 꽃게도 먹고 했으니. 횟집에서 회도 좀 먹고 술도 한 잔 할낀데 아쉽다. 그래도 술 안 먹고 회대신 아내가 해 준 맛있는 꽃게탕도 먹었으니 됐다.
딸내미 두째놈이 초등학교 2학년인데 오늘 생일이라서 지 애미한테 전화해 바꿔달래서 축하한다고 할려니 딸내미가 녀석에게 핸드폰을 하나 사 주었다고 하면서 ' 아버지가 직접 한 번 전화를 해 보세요 ' 한다. 전화를 하니 형제간에 떠들고 놀고 있는지 벌써 자는지 전화를 안 받는다. 그런데 초등학교 2학년에게 핸드폰을 사 주는게 좋은지 나쁜지 잘 모르겠다.
오늘은 별 하는 일도 없이 바쁘기만 해서 헬스장에도 못 가고 저녁에 바로옆 학교운동장에서 걷기를 좀 하고 들어왔다. 내일은 포천에 있는 부모님 산소에 아들과 함께 성묘를 갈 예정이니 일찍 자야겠다.
2019.8.23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