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도(生死島) 2-7
<4>
『시주, 이게 무슨 무도한 짓이요?』
원초의 근엄하던 얼굴에 노기가 어렸다. 냉여옥과 미가불, 그
리고 그들을 따르던 세 명의 괴승들이 싸늘한 눈으로 그런 원초
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는 두명의 소림 승려가 숨이 끊
어진 채 싸늘한 주검으로 누워 있었다. 공지 노승이 기거하고 있
는 모옥 앞마당이었다.
소림의 장문인 원초는 두 명의 수행승과 함께 사백인 공지에게
아침 문안을 드리고 물러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뛰어든
침입자들이 다짜고짜 그들을 핍박한 것이다.
『흥, 이곳에 옥청향 그 계집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고 왔소.
순순히 그녀를 내놓는다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요.』
백의 미청년으로 변신하고 있는 냉여옥이 싸늘하게 말했다. 원
초는 이미 두 명의 수행승을 죽이고서도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
고 말하는 그의 뻔뻔함에 기가 막혔다.
처음부터 소림은 강북 무림의 분규에 휩쓸려들지 않았다. 지금
도 그들의 일에 참견하고 나설 생각은 없었다. 원초는 백의 미청
년이 옥청향을 찾는 것으로 보아 흑룡보의 사람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과거 신검문과는 도타운 교분이 있었고, 그래서 오갈 데 없이
된 옥청향을 받아들여 숨겨 주었지만, 흑룡보와는 일 점의 교류
도 없는 소림이었다. 따라서 그들로부터 이처럼 핍박받을 일도
없는 것이다. 원초의 눈이 은은한 노여움을 싣고 번쩍거렸다.
『아미타불, 소림에는 그와 같은 사람이 없소이다.』
『하하, 출가인도 때에 따라서는 거짓말을 하는 모양이군. 그렇
다면 본인이 직접 뒤져봐도 되겠소?』
원초를 비웃은 냉여옥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그녀의 말
속에 서두르는 기색이 실려 있었다.
원초는 그들이 어떻게 소림의 중지인 이곳까지 무사히 왔는지
는 물론, 냉여옥의 그 자신만만한 태도에도 의문을 느끼고 있었
다. 비록 눈앞의 삼인의 괴승과, 그들 곁에 서 있는 깡마르고 살
빛이 검은 중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지만, 감히 소림의 경내에서,
그것도 장문인인 자신 앞에서까지 이처럼 안하무인으로 행동한다
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냉여옥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원초를 노려보며 가만히 시
간을 계산해 보았다.
지금은 대부분의 승려들이 불당에 모여 예불을 드리는 시간이
었다. 그랬기 때문에 외떨어진 매화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아직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만일 시간이 지체되어 소
림승들이 눈치채는 날에는 일이 어려워질 것이 분명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을 안 냉여옥이 모옥을 바라보고
성큼성큼 걸음을 떼어놓았다.
『멈추시오!』
원초가 재빨리 몸을 움직여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힐끗 그를
바라본 냉여옥이 미가불에게 시선을 돌렸다.
『대사, 대사의 제자들이 과연 이 소림의 노화상과 어떨지 모르
겠소?』
무림인 모두가 공경하는 소림의 장문이었지만, 그녀에게서는
조금도 공경의 빛을 찾아볼 수 없었다. 원초는 더 이상 오만방자
한 눈앞의 미청년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미가불을 향해
합장했다.
『노납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사형께서는 중원의 도반(道伴)
이 아닌 듯합니다. 어디에서 오신 뉘신지...?』
『허허.... 노납이야 그저 서장에서 조금 알려졌을 뿐, 어디 대
소림사의 방장 스님만이야 하겠소이까?』
합장하여 마주 예를 취하며 껄껄 웃은 미가불이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노납은 활불 가난(架難) 계하(階下)에 있는 미가불이라 하
오.』
원초가 크게 놀라 한 걸음 물러섰다.
『원래 도형께서 서장의 두 활불로 불리는 미가불이셨구려. 소
승이 눈이 있으되, 부처님을 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했으니 큰
실례를 했습니다. 아미타불...』
서장에는 두 명의 활불이 있다는 소리를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원초였다. 가난법사가 불법으로 존경을 받는 활불이었다면, 미가
불은 서장의 무공을 집대성한 심오한 공력으로 존경을 받는 활불
이었다.
그의 정체를 알고 나서 원초는 깊이 침음하였다. 그는 내심 선
자불래(善者不來)요, 내자불선(來者不善)이라고 중얼거리며 지금
의 형편이 그와 같다고 생각했다.
『하하, 장문, 그리 신경쓸 것 없소이다. 노납은 일이 바빠서
곧 가야 할 몸. 공적인 방문도 아니니 심려치 마시오.』
미가불이 형형한 눈빛으로 말하고 합장했다. 허리를 편 그가
삼 인의 괴화상을 가리켰다.
『이 아이들은 노납의 제자들로서 각각 무공적(無空笛), 공문성
(孔門性), 나형도(裸形道)라고 하는 자들이올시다. 장문인께서
이 어리석은 것들에게 큰 가르침을 내려 주시기 바라오.』
키가 작고 뚱뚱한 괴승과, 큰 키에 야윈 괴승, 그리고 외눈의
괴승들이 각기 자신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원초에게 합장하고 허
리를 숙여 인사했다.
『시간이 없다. 어서 원초 장문인께 가르침을 청하도록 해라.』
미가불의 말에 세 명의 괴승들이 낮게 기합을 터뜨리고 재빨리
움직여 원초를 에워쌌다. 그들의 눈에 떠오른 흉흉한 살기가 원
초를 위협했다. 원초가 깊이 탄식했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도,
이들과의 한바탕 싸움을 피할 수도 없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이
제는 최선을 다해서 이 무도한 무리들을 격퇴할 수밖에 없다고
마음을 굳혔다.
『차합!』
키가 작고 뚱뚱한 무공적의 조수(爪手)가 날카롭게 파고들었고,
그 뒤를 따라 공문성의 비각(飛脚)이 벼락처럼 쳐나왔다. 그들보
다 한 호흡 늦게 발출된 나형도의 만월도가 가히 신기(神技)에
가까운 솜씨로 원초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삼면에서 조여드는 그들의 합공은 잘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빈
틈이 없었다. 어느 곳으로도 감히 움직일 수 없게 갇혀 버린 원
초가 다시 탄식하고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맹렬하게 몸을 회전시
켰다.
한 줄기 회오리바람이 그를 감싼 듯했다. 펄럭이는 소매자락
속에서 찌직 하는 기이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자 몇 줄기의
송곳 같은 지력(指力)이 쏘아져 나갔다.
『탄지신통(彈指神通)!』
미가불과 냉여옥이 동시에 놀람의 외침을 터뜨렸다. 그 순간,
답답한 두 마디의 비명과, 따당 하는 맑은 쇳소리가 들려왔다.
무공적과 공문성의 이마가 콩알만한 크기로 뻥 뚫렸다. 그리로
한 줄기 선혈을 뿜어내며 서서히 뒤로 넘어져 가는 두 괴승이었
다. 놀람으로 부릅떠진 눈이 덧없이 허공을 노려보고 있었다.
원초의 이 한 수 탄지신통은 칠십이종 절예로서, 이미 노화순
청의 경지를 넘어선 것이었다. 가까스로 만도를 휘둘러 그것을
받아낸 나형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것은 냉여옥과
미가불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했지만 원초의 일지에 서장의 절정
고수인 그들 두 괴승이 목숨을 잃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야압!』
나형도의 노호가 터져 나왔다. 그가 전력을 다하여 만도를 휘
두르며 동귀어진(同歸於盡)의 기세로 쳐들어가고 있었다.
『안 돼!』
미가불이 급하게 외쳤으나 이미 늦어 있었다. 장엄하게 안색을
굳힌 원초가 지긋이 눈을 감고 비스듬히 일장을 밀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반야장(般若掌)!』
미가불의 경악성이 터져 나온 것과, 꽝! 하고 격렬한 격타음이
터져 나온 것이 동시였다. 으깨진 가슴에서 쏟아져 나오는 선혈
이 허공 가득 피 무지개를 그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이 뜻밖의 사태에 미가불과 냉여옥은
할 말을 잊은 채 입만 딱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소림의 장문인
이기에 대단하리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원초의 능력이 이처
럼 무시무시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그들이었다.
『그대의 손속이 지나치게 악독하구나!』
제자들의 처참한 죽음 앞에서 노하여 크게 부르짖은 미가불이
번쩍 하고 몸을 날렸다. 그가 눈부신 보법으로 보이지도 않을 만
큼 빠르게 움직이며 원초를 때렸다. 나가고 물러서며 휘돌아 치
는 화려함이 원초의 눈을 어지럽게 했다. 서장 소뢰음사의 비전
절기인 만보일법(卍步一法)이었다.
현란한 보법으로 출입을 자유롭게 하며 내뻗는 권장의 흉맹함
이 원초로서는 여태까지 본 적이 없는 것들이었다. 원초가 더욱
안색을 굳힌 채 일 권 일 권을 침착하게 뻗어 미가불의 연환장세
에 맞서고 있었다. 우르릉거리는 은은한 벽력음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원초의 웅장하고 강맹한 권법이 미가불의 광풍폭우 같은 장법
을 꿋꿋하게 밀어냈다. 부동보로 태산처럼 버티고 선 원초의 모
습은 마치 부동명왕(不動明王)의 현신을 보듯 웅장하기까지 했다.
『과연 소림의 절기는 깊고 넓구나! 어디 노납의 이 일 장도 받
아 보시오!』
훌쩍 신형을 뽑아올린 미가불이 원초의 머리 위에서 몸을 뒤집
어 떨어져 내리며 맹렬한 일장을 쳐냈다. 그 장세의 흉험함이 선
풍을 말아 올리며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냉여옥의 옷자락마저 사
정없이 펄럭이게 했다.
원초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가 미끄러지듯 세 걸음을
물러서며 두 손을 모아 천천히 머리 위로 밀어냈다. 멀리서 파도
가 쳐 오는 듯한 소리가 났다. 주위의 공기가 몸부림을 치며 해
일처럼 밀려 나갔다. 엄청난 기파의 소용돌이가 폭풍우처럼 몰아
치며 뒤섞였다.
어마어마한 힘을 실을 두 개의 장력이 서로 격돌하였지만, 응
당 있어야 할 폭음은 들려오지 않았다. 물이 모래 속으로 스며들
듯, 만월이 구름 속으로 숨어들 듯, 원초의 금강장(金剛掌)과 미
가불의 대범천장(大梵天掌)이 소리 없이 섞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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