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명인 비하인드 스토리] 부호 편-2, 다시 울린 승전고
2. 다시 울린 승전고
부호가 서쪽의 침입자를 성공적으로 물리쳤으나 북쪽에서 토방국과의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우정 왕이 근심 어린 목소리로 재상인 부설(傅說)에게 물었다.
“이어지는 북쪽의 전쟁으로 나라의 국고가 거덜나게 되었으니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부설이 미소를 머금고 대답했다.
“우리 상 나라는 국토가 넓고 국력도 강해서 한 번의 전쟁으로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전방에서 필요한 군수품은 제가 충분하게 보장할 터이니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의 재정도 어려운데 토방국은 그렇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그들의 소굴을 겨냥하면 군대의 사기가 흔들려 금방 전쟁에서 물러나지 않겠습니까?”
부설의 그 말에 무정 왕은 왕후의 3천명 군사를 머리에 떠올리고 당장 후궁으로 부호를 찾아갔다. 부호는 자신을 바라보며 웃기만 하고 말을 하려다가도 멈추는 무정 왕을 보고 참지 못하고 물었다.
“천하의 대왕께서 어이 입을 떼기 어려운 일이 있으십니까? 전쟁에 관한 일이죠? ”
무정 왕이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입을 열었다.
“중요한 국가대사는 결국 제사와 전쟁 두 가지가 아니겠소. 지금 모든 전력이 북쪽에 집중되어 있으니 물론 전쟁에 관한 일이오.”
“알겠어요. 제 휘하의 3천 군사를 쓰시겠다는 말씀이죠? 안 돼요. 저의 군사는 저만 지휘할 수 있습니다. 저를 어디로 보내려고 하는지 말씀해보시죠.”
무정 왕이 머리를 흔들었다.
“음산(陰山)에 있는 토방국의 소굴은 너무 멀어서 왕후를 가게 할 수 없소. 반드시 내가 가야 하오.”
"멀기는 하지만 저의 말은 천리마이니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좋은 말을 구해주시면 제가 3백 명의 기마병을 인솔해서 움직이겠습니다. 용병은 신속하게 행동해야 승리할 수 있어요.”
“일리 있는 말이오. 토방국은 유목민족이라 조정이 텐트에 있고 경비가 허술할 터이니 왕후가 3백의 군사를 거느리고 기습을 들이대서 국왕의 가족을 잡아오면 전쟁은 끝날 것이오.”
사흘 후 부호는 3백 명의 정예군을 거느리고 토방국의 소굴을 향해 출발했다. 부호가 탄 백마는 하얀 용처럼 번개 같은 속도로 북쪽을 향해 달리고 3백의 기마병이 그 뒤를 따라 곧 토방국의 조정에 이르렀다. 그들이 음산에 이르러 보니 짐승의 가죽으로 지은 둥근 텐트들이 커다란 버섯처럼 산자락에 산재해 있었다. 때는 밤이라 조각달이 어스름하게 비추는 가운데 음산은 고요하기 짝이 없었고 토방국의 후궁은 모두 깊이 잠들었으며 호위 병사도 문밖에서 끄덕끄덕 졸고 있었다.
부호와 그녀의 군사는 신속하게 호위 병사를 제압하고 텐트에 쳐들어가 토방국의 왕후와 왕자를 생포했다. 생포한 왕후와 왕자를 데리고 변방에 돌아온 부호는 진영의 앞에 그들을 내세웠다. 자신의 왕후와 왕자가 생포된 것을 본 토방국 국왕은 대경실색해서 급히 말에서 내려 항복했다.
“나의 가족을 돌려 보내주면 나는 즉시 돌아가 다시는 귀국을 침범하지 않겠다.”
3백의 군사로 천군만마를 이기고 북방 변경의 항구적인 평안을 찾은 부호는 기쁜 마음으로 모든 병사들을 거느리고 개선가를 높이 부르며 상 나라의 도읍인 북몽(北蒙), 오늘날의 하남(河南) 안양(安陽)으로 돌아왔다. 상 나라는 백색을 숭상해 눈처럼 하얀 군기(軍旗)가 바람에 펄럭이며 승리를 환호했다.
승리의 소식을 들은 무정 왕은 기쁜 심정으로 개선하는 군사를 맞이하고자 성을 나섰다. 부호의 아름다운 모습과 날렵한 몸매가 눈앞에서 삼삼해 무정 왕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백 리나 마중을 나갔다. 그때 저 멀리서 바람에 나부끼는 군기가 보이고 우렁찬 군가가 들려왔다.
격동의 마음을 억누르지 못한 무정 왕이 말을 달려 마주 갔다. 부호도 무정 왕이 말을 달려 오는 것을 보고 역시 말을 달렸다. 오랜만에 만난 무정 왕과 부호의 말도 반가운 듯 나란히 벌판을 달렸고 말 잔등의 두 사람도 환한 웃음을 띠고 서로 마주보며 만남의 행복과 승리의 즐거움을 누렸다.
걸음을 멈추고 멀리서 무정 왕와 부호의 행복한 모습을 바라보던 상 나라 군사들은 흠모와 존경으로 가득 차서 노래로 화답했다.
위풍이 당당한 우리의 상 나라 무정왕이여
용병이 신속한 우리의 상 나라 왕후여
토방의 후방을 기습해 승리를 거두었네
…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