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날 아침 일찍 어머니의 문자가 왔다.
‘우린 출발해 가고 있어요. 여기 부산에는 어젯밤부터 제법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고 있네요. 빗길이라 천천히 가야 해서 평상시보다 조금 일찍 출발했어요. 이수미팜베리 6명 예약했어요. 나중에 봅시다.^^’
시간을 보니 오전 8시. 출발 중에 연락을 주셨으니 새벽부터 준비하셨을 것 같다. 직원도 출근 시간보다 일찍 길을 나선다. 학교로 향하는 중 부담임 선생님의 전화가 온다. 반가운 마음에 재빨리 전화를 받는다.
“선생님, 은성이가….”
서은성 씨가 수업 중 구토를 했고 양도 많고 내용물이 소화되지 않은 것 같다는 연락이다. 서은성 씨 집에서 여벌 옷을 챙기고 부모님, 간호사 선생님께 상황을 알린다. 동료에게 소식을 들으니 속이 안 좋아 아침도 걸렀다고 한다.
학교에 도착해 서은성 씨의 안부를 물었다. 부담임 선생님께 설명을 듣는 사이 실무원 선생님이 옷 갈아입는 것을 도와줬다.
“서은성 씨, 괜찮아요?”
“괜찮아요. 개운해요.”
직원의 걱정과 달리 서은성 씨의 표정은 밝다. 속을 게워내 그런지 편해 보인다. 혈색도 나쁘지 않다.
“많이 안 좋으면 병원 가요.”
“괜찮아요. 졸업식 마치고 점심 먹으러 가요.”
마지막 졸업식. 부모님이 오고 있다는 것과 부모님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는 것을 서은성 씨도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계속 괜찮다며 졸업식을 챙긴다. 졸업식 시간에 맞춰 부모님이 도착해 자리에 앉았다. 같은 반이자 이웃인 김미옥 씨와 부모님, 월평빌라 내 다른 이웃인 권우성 씨, 양해민 군, 하은 군도 보인다.
졸업생인 김미옥 씨와 서은성 씨는 졸업생이라 제일 앞줄에 앉았다. 후배들의 축하공연, 졸업장 수여식, 참석한 부모님들과 학교 선생님들의 인사. 서은성 씨는 예절상과 장학금을 받았다. 졸업식을 마치고 반 친구들, 부모님, 선생님들과 사진을 찍는다.
직원은 식사를 초대받은 룸메이트인 이대수 씨와 전성훈 씨를 데리러, 서은성 씨는 부모님과 식사 장소로 향했다. 점심을 먹으며 부모님과 이대수 씨, 전성훈 씨, 직원까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서은성 씨가 돈가스를 한, 두 점 먹더니 수저를 내려놓는다. 말은 괜찮다고 했지만, 여전히 속이 안 좋은가보다. 식사를 마치고 부모님께서 준비한 선물을 주신다. 이대수 씨와 전성훈 씨, 직원 것까지 챙기셨다고 한다. 정작 이날의 주인공은 서은성 씨인데.
식사를 마치고 직원은 다시 이대수 씨와 전성훈 씨를 모셔다드리고 서은성 씨는 진료를 받으러 부모님과 병원으로 향했다. 직원도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진료 결과는 장염. 주사를 맞고 5일 치 약을 처방받았다.
“가는 시간도 있고 저희는 이제 가보겠습니다. 은성아, 또 보자. 그동안 고생했다. 오늘 멋있더라.”
“네. 또 봐요.”
“서은성 씨랑 더 둘러보시고 시간 보내다 안 가시고요?”
“은성이 상태도 안 좋고 집에서 약 먹고 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평소와 달리 서은성 씨가 아쉬워하는 표정이 아니다. 아프지만 부모님 앞에서 티 내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부모님께서 길을 떠나고 가족 SNS방에 직원이 찍은 사진을 공유한다.
‘사진 참 잘 찍었네요. 은성이가 아프지만 않았다면 환한 얼굴로 더 멋지게 찍었을 텐데 내가 찍은 사진에도 조금 아쉽네요.’
‘제가 조금 더 살폈어야 하는데…. 좋은 날 괜히 망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아이고, 아니에요. 다친 것보다 천배 만배 나으니까요. 집 다 와갑니다. 선생님도 오늘 수고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은성 씨 단호박 죽 먹고 싶다해 저녁으로 반 정도 먹었습니다. 두 통으로 나누어져 있어 한 통은 냉장고에 뒀다 내일 아침에 먹으려고요. 내일도 출근이라 잘 살피겠습니다. 서은성 씨가 저녁에 샤워하고 전화하겠답니다.’
졸업식과 생일까지 겹친 날, 흔히 말하는 겹경사이다. 정신없이 흘러간 하루와 더 정신없고 바빴을 부모님.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하루다. 서은성 씨는 얼마나 더 아쉬울까….
2023년 2월 10일 금요일, 류지형
졸업, 축하합니다. 학사모를 쓰고 찍은 졸업사진이 참 근사합니다. 그동안 학교 다니며 추억할 만한 일들이 많았지요. 부모님께서 직접 축하하러 오시니 마무리까지 완벽하고 근사합니다. 이제 은성 씨의 시작을 응원합니다. 박현진
전공 과정까지 졸업이네요. 은성 씨 거창으로 이사 와서 창동초등학교 3학년으로 전학 왔죠. 긴 시간동안 고생하셨어요. 신아름
은성 씨, 졸업 축하드려요. 학교 다니느라 애썼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하며 거들어 주셨죠. 감사합니다. 졸업식에 부모님 오셔서 축하하며 이웃까지 대접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마음으로 말씀으로 늘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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