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주인공 카이사르의 모습을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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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훤칠한 이마가 강조되고 있군요. 실제 역사상의 카이사르("독재관" 카이사르)와 구별하기 위해 앞으로는 데코쨩 카이사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러면 신경쓰이는 몇몇 조연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1) C.마티우스 ("마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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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입니다. 상당히 중요한 국면에서 불꽃같이 활약하는 사람인데, 이 작품에서는 카이사르의 죽마고우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행적은 전반적으로 불분명하므로 '누구는 언제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었어야 한다' 라는 역사물 특유의 제약으로부터 꽤 자유로운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떤 형식으로 계속 활동하게 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2) L. 리키니우스 루쿨루스 ("루쿨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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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로 유명한 루쿨루스입니다. 로마의 딸에서는 기원전 88년 당시 재무관으로 술라의 1차 로마 진군에 참가한 것으로 나옵니다. 아마 부장급 가운데 유일하게 술라를 따라갔다고 하는 재무관 한 명(Appian:BC.1.57)을 루쿨루스로 보는 해석(Badian, JRS52 cf>Broughton, MRR ii, p52)이 쓰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출연하자마자 장차 고독한 미식가가 될 소질을 선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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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장면에서 루쿨루스는 삼니움 간첩 타령을 하고 있습니다. 동맹국 전쟁 중 루쿨루스가 술라의 군대에 소속되어 있었다면 (그런 것 처럼 되어 있는 기록은 Plut:Luc.2.1) 싸운 대상은 필시 삼니움족 군대가 된다는 점의 반영일까요. 초반에 처음 등장했을 때의 루쿨루스는 일단 술라에게 끌려다니는, 운 없는 양식인 같은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술라의 열성적인 앞잡이 같은 것으로는 해석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3) M. 툴리우스 키케로 ("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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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키케로입니다. 작품에서는 루쿨루스와 마찬가지로 기원전 88년 술라의 1차 로마 진군에 동행한 것으로 처음 등장합니다(이 때 실제 나이 18세). 이 시점 키케로의 행적 문제는 저도 예전에 짧게 다룬 적이 있습니다.(http://shaw.egloos.com/3926000) 이 사람 진짜 뭐 했던 걸까요.
키케로는 원래 아르피눔 출신으로, 마리우스와는 동향인입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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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스는 작품 내에서 사투리를 사용하는 반면, 키케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현재까지 나온 인물 가운데서는 마리우스가 특이한 경우이지만(또 드문 예외로는, M. 안토니우스 그리포), 설정상으로는 사투리와 표준어 사용이 무엇을 기준으로 갈리는 걸까요.
(4) L. 율리우스 카이사르 (루키우스) & C. 율리우스 카이사르 스트라보 보피스쿠스 (피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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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의 중요 캐릭터로 관심을 받은 카이사르 집안의 신호등 시스터즈 블루와 레드입니다. "피쿠"라고 불리는 C. 카이사르 스트라보는 다른 글에서 이야기하게 될, 3화의 모에론과 괴상하게 긴 이름 때문에도 꽤 임팩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스트라보"는 사시안인 사람을 의미하는데요, 한편 플리니우스의 주장에 따르면 "보피스쿠스"라는 것은 쌍둥이 중에 한 명이 사산되었을 때 살아남은 쪽에 붙이는 이름입니다.(Plin:HN.7.10) 무슨 놈의 이름을 그런 식으로 짓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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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이 두 사람은 기원전 90년도 집정관 L.카이사르와, 연설가로 유명했던 모양인 C. 카이사르 스트라보 형제에 해당됩니다. 로마의 딸에서는 물론 형제가 아닌 '자매'입니다. 둘은 데코쨩 카이사르의 "이모"뻘 친척이자 멘토격의 인물들로, 원래는 마리우스의 후원을 받고 있었지만 상황 변화 때문에 그를 버리고, 결과적으로 큰 원한을 사게 되는 것으로 나옵니다.
사실 오늘날에 와서는 독재관 카이사르와 L. 카이사르 형제가 정확히 어떤 친척이었는지 파악되질 않습니다. 다같이 율리우스 카이사르 가문 사람들이므로 무언가 관련이 있었을 것 같기는 한데, 거기서 더 들어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렇습니다. 독재관 카이사르는 아버지가 "가이우스", 할아버지도 "가이우스" 입니다. L. 카이사르는 아버지가 "루키우스(L)", 할아버지가 "섹스투스" 입니다. 따라서 기원전 90년도 집정관과 훗날의 독재관은 삼촌 조카 관계는 아닙니다. 전자의 아버지와 후자의 할아버지의 이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로마의 딸에서 L. 카이사르는 데코쨩으로부터 이모, 데코쨩의 어머니로부터는 언니로 불리며 집에서도 계속 같이 등장하는 등 (스트라보[피쿠]는 좀 더 확실하게 같이 사는 것 처럼 나옵니다) 꽤 가까운 친족으로 설정된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 박스 설명에서는 그냥 "친척" 으로만 나오는 점이 확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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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관의 아버지 "가이우스"와 L. 카이사르 형제가 로마의 딸에서처럼 정치적 입장을 비롯한 대소사에서 함께 행동하고 있었는지 여부도 알 수 없습니다. 최소한 마리우스의 로마 진군 시점 이전에는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다고 해도 사료상 걸리는 부분은 없습니다. 그리고 마리우스로 말하자면 실제로는 독재관 카이사르의 고모부였으므로(로마의 딸 내에서는 "숙모"), L. 카이사르 형제와 아주 가까운 인척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로마의 딸의 스토리 및 카이사르의 성격 묘사는 L. 카이사르 형제에 대한 설정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두 사람이 유년기의 카이사르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올 뿐 아니라, 마리우스의 폭거와 카이사르 가문의 비극, 역사상으로는 꽤 뜬금없는 카이사르의 사제직 임명이 작품 내에서는 모두 저 두 사람이 지닌 설정상의 위치와 유관하기 때문입니다. 사료에 나오는 이야기와 그렇지 않은 설정 및 드라마를 계속 조화시키는, 역사물 특유의 복잡한 면이 여기서 드러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덧붙여, L. 카이사르가 어째 데코쨩의 가까운 친족처럼 나온다는 점은 묘한데서 또 다른 관련성을 만들어낼 수 있겠는데요. 프롤로그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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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스가 데코쨩을 "언니" 라고 부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카이사르의 부장이자, 후일 2차 삼두의 한 사람이 되는 안토니우스는 사실 L. 카이사르의 손자 (로마의 딸에서는.... 손녀로 나오겠죠)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가족 관계상' 주인공과 가까운 관계로 나오게 될 가능성이 꽤 높다고 생각합니다.
(5) Q. 무키우스 스카이볼라 ("스카이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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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95년도 집정관으로, 로마법 공부하신 분들은 잘 아실, 바로 그 법학의 대가 스카이볼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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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법은 죽었죠.
(6) 이름 모를 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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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부터 따라온, 크라수스의 이름 모를 노예 (위 장면 왼편) 는 실존인물입니다. 페네스텔라가 취재한 적이 있다고 하므로(Plut:Crass.5) 아우구스투스 시절까지도 살아있었을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첫댓글 시저와 주변 인물들에게 모에선을 쏜 건가요?
그렇습니다. 일종의.
부헝에서 시범적으로 한걸 볼땐 괜찮다 싶었는데 정식은 영 아닌가보죠?
저는 잘 보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 의견은 잘 모르겠네요.
@Harman ㅎㅎ 만화 보신 분은 아시겠습니다만 "재미와 고증을 다 놓친 리뷰"는 웹툰에 대한 레진의 카피라이트 "재미와 고증을 모두 잡는다!"의 패러디입니다.
(라고 자기가 한 재미없는 농담을 자기 스스로 설명하고 있다)
@Harman 설명해야 되는 개그
너란 개그
망한 개그
쩝... 아 모르겠다. 카르타고 만화 그리겠다고 말했던게 엊그제 같았는데...
참 이분 보면 매번 위축됩니다. 솔직히 노력 안하고 있지만요.
4컷 형태 등으로 착수를 해 보심이 어떨지요.
상대적 퀄리티의 부족은 야함으로 카바가 가능 합니다! 힘내세요!
@PRODIGAL 아니 참... 위로의 말은 참말로 고마운디... 이거참 뭐라 해야 하나...
@SHaw 그러면 고증은 신경써보겠다만 일단 역사만화란 샘 치고 그려보겠습니다. 지적부탁드릴께요.
@안두부 팁(?)을 드리자면, 첨에는 고증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알려진 역사적 사건을 어떤 식으로 그려낼지, 여러가지 역사해석 중 어느 한 쪽에 집중할지, 아니면 자신의 사견도 같이 섞어 넣을지... 이런 쪽으로 "이야기(내러티브)"를 흐르도록 하시는데만 신경 쓰시고요.
고증은 결국 나중입니다. 차차 고쳐나가면 되지요. 디테일은 분위기를 살리는데 매우 중요하고 특히 역사물은 그 디테일의 비중이 높지만, 그럼에도 결국에는 부차적 곁가지입니다. 그러니까 너무 고증 신경쓰다가는 아무 것도 못하니까 첨엔 걍 자유롭게~
그 이후 부터는 고증오류에 대한 이야기 받아 들이면서 차차 고치면 되어욤. 가끔은 자기 주관을 살리는 것도 좋고요.
@PRODIGAL 예컨대, 아무도 고우영 화백의 작품이 "역사적 고증이 뛰어나다"라는 식으로는 얘기 안하지만, 오늘날까지도 한국 만화 좀 아는 사람이라면 그 양반처럼 정말 술술 넘어가면서도 흡입력 높은 역사물 그리는 사람이 없거든요. 군데군데 섞인 작가의 상상, 오늘날 현실에 빗대는 개그와 풍자는 역시 "대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하구요.
그러니 가끔은 참신한 해석도 좋습니다. 너무 지나치거나 중심적 줄거리를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면요.
(그런 의미에서 야하고 선정적인 방향으로 주관을 팍팍 발휘해주소서)
@PRODIGAL 그 상대적 퀄리티 부족이란게 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무튼 알겠습니다. 참신한 해석이라...
@안두부 첨 해보시는만큼 프로작가들 만큼 퀄리티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론 오히려 등장인물의 여성화가 작중 몰입도를 방해해서 손대기가 어색한 작품인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