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이 다 되도록 해외여행 한 번 못 간 여성 마미, 어느 날 플리마켓에서 본 파란 가죽 캐리어에 반해 충동구매했다. 안쪽 포켓에 메모를 숨겨둔 캐리어는 마미와 친구들을 어디로 데려가게 될까?
파란색 캐리어가 마미의 손에 들어왔다
모처럼 쉬게 된 어느 토요일. 친구들과 함께 간 플리마켓에서 파란색 가죽 캐리어에 마음을 빼앗겼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듯 선명한 파랑 캐리어를 한참이나 만지작거리다가 충동구매하고 말았다. 예쁜 캐리어를 끌고 나타난 마미를 보며 친구들은 “정년퇴직하고 가자는 남편 때문에 속상하지 말고 혼자서 뉴욕에 다녀오라”며 충동질하지만, 영어도 서툴고 길눈도 어둡고 겁도 많은 마미는 여전히 우물쭈물한다. 그런 마미에게 속삭이듯 캐리어 속 포켓 안에 한 장의 메모가 들어 있었다.
‘당신의 여행에 많은 행운이 깃들이기를….’
이 짧은 문장이 겁쟁이 토끼처럼 살아가던 마미를 움직였다. 나의 소망을 더는 다른 누군가의 결단에 의지하지 않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그렇게 뉴욕 여행을 함께하며 마미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파란색 캐리어는 또 다른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홍콩과 아부다비, 파리와 슈투트가르트를 여행하는 사이 여기저기 상처와 얼룩이 생기고, 그 상처보다 다채로운 이야기가 쌓여가는데….
곤도 후미에가 그려내는 또 하나의 원더랜드!
맨 처음 이 캐리어를 샀던 사람은 누구일까? 그는 왜 이토록 예쁜 캐리어를 끌고 여행을 떠나지 못했을까? 마치 보물찾기처럼, 뚜껑 안쪽에 숨겨져 있던 메모의 주인은 또 누구였을까?
비밀스런 이야기를 간직한 캐리어의 내력에 파란색 캐리어를 끌고 여행하는 여덟 명의 목소리가 더해지는 사이 소설은 자연스레 여행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에 대한 탐문으로 이어진다. 그리하여 나 같고, 친구 같고, 가족 같은 주인공들이 때로 낯선 도시의 골목길처럼, 때로 침엽수 무성한 원시림처럼, 때로 사막 위에 빛나는 밤하늘처럼 그려내는 성장기를 읽다 보면, 지금 당장 캐리어를 챙겨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다. ‘당신의 여행에 많은 행운이 깃들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