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넌 미친놈이야… 】
# 09.
아빠가 나오는 꿈을 꿨다. 잦은 출장으로 함께있는 날은 적었지만 늘 자상했던 아빠.
내가 잠들기 전엔 항상 볼에 짧은 키스를 해줬던 아빠. 꿈에서는 나의 볼이 아닌 이마였지만 간만에
아빠의 체온을 느끼며 따뜻하고 포근한 품을 파고 들었다. 문득 울고 싶었다. 비록 꿈이지만 이렇게
아빠를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기에... 가끔 아빠한테서 연락이 올 때마다 엄마 앞에선 절대 내색한
적 없지만, 실은 정말 보고 싶었기 때문에.... 조금씩 훌쩍이는 나를 아빠는 ‘울지마, 새흰아...’ 라는
듣기 좋은 나지막한 목소리를 반복하면서 내 등을 조심히 어루만지며 달래줬고.... 그렇게 너무나도
생생했던 아빠의 체온이 사라졌을 때 작은 아쉬움을 남기고는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아직 어두운 방 안. 아무리 눈에 힘을 주고 초점을 맞춰도 안개가 낀 것 마냥 희미하게만 보인다.
“ 맞다... 안경을 않 썼지...? ”
아직 온기가 서려있는 이마에 손을 대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한참을 멍하게 앉아있다가 평소에
늘 머리 맡에 두었던 뿔테 안경을 찾으려 열심히 손을 더듬었다. 앞도 잘 보이지 않는 희뿌연 시야
에서 오늘따라 손에 잡히지 않는 뿔테 안경을 찾으려고 온갖 방법을 써보이는데 들리는 목소리.
“ 혹시 안경 찾는 거냐? 안경이라면 여기 있다. ”
“ 어. 고마워. ”
오직 이 답답함을 없애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안경을 받아 들었다. 이제야 선명하게 들어오는 시야.
커튼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오는 하늘과 하양이 잘 어우러진 벽지와 실내가 확 트인 방 안. 옆 쪽으로
보이는 쇼파와 벽걸이 TV. 그리고.... 정면으로 보이는 생물체 하나.... 개주동? 혹시 이것도 꿈인가?
“ 흐음... 열이 많이 내렸네. 그래도 아직 미열이 남아있으니까 그냥 누워있어. ”
내 이마에 손을 대보곤 멀뚱히 앉아있는 날 보며 싱긋 웃더니 저벅저벅 걸어가 커텐을 걷는 녀석.
갑자기 들어오는 빛에 눈살을 찌푸렸고 조금 익숙해졌을 때, 난 시계를 보며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볼을 있는 대로 꼬집은 내가 온 몸이 굳은 채로 입만 쩌억 벌리고 있자 이상한 눈으로 쳐다 본다.
“ 왜 그래? ”
“ ............ ”
“ 요즘엔 잠잠하더니 또 그 분이 오시기라도 했냐? 야... 야.... ”
그대로 굳어있던 내가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들어올렸을 때.... 개주동의 목소리가 조금씩 사그러
들었을 때... 놈을 향한 내 두 눈이 힘차게 번뜩이고 손 가득 쿠션이 잡혔을 때, 폭격은 시작 되었다.
“ 으아!!! 이새흰, 너 왜 그래!? 우선 진정부터 해라!!!!! ”
“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냐? 엉?? 지금이 몇신 줄이나 아냐!!!!!!! ”
“ 9시 20분이네. 근데 그게 뭐 어때서!!!!!! ”
“ 뭐 어때서...? 뭐 어때서??! 이자식아!!!! 왜 않깨웠어.... 왜 않깨웠냐고!!!!!!
1교시가 학주 시간이라고...!! 지금 가도 지각인데!!!!! 학주가 얼마나 벼르고 있겠냐!!!!!! ”
“ 피식... 난 또 뭐라고..... ”
“ 개주동... 니가 감히 웃어!? 야!!! 넌 네 멋대로 학교를 들락날락 할 지 몰라도!!!!
나한테는 그게 얼마나 치명적인 줄 아냐?? 이 졸라 구린 망할 자식아!!!!!!! ”
“ 피식... 야. 넌 영화나 드라마도 않보냐? 보통 여자라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자기 눈에
웬 외간 남자가 보이면, 그 땐 먼저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건 아니냐고 물어봐야 되는 거 아니냐?
근데, 일어나자마자 대뜸 한다는 말이 진짜.... 큭큭큭.... 역시~! 이새흰 너 다운 반응이다!! ”
할 말을 잃었다. 녀석의 말이 전혀 틀린 건 아니니까. 솔직히 처음엔 그냥 꿈인 줄만 알았다. 근데
아까 꼬집어보니 볼에 짠한 아픔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우리 집이 아니다.
내 방은 엄마가 멋대로 꾸며 놓은 분홍 벽지에 레이스가 마구 달린 아기자기한 공주풍 방인데....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샛노란 병아리 잠옷. 이건 누가 입혔지? 내 교복은 어디갔지? 여긴 어디지?
난 왜 이 곳에 있지? 그리고.... 저 개주동 자식은 왜 내 앞에서 온몸을 떨어가며 웃음을 참고 있냐?
머릿 속이 뒤죽박죽이 되고 질문들 자체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갈 때..... 순간 떠오르는 얼굴.
‘풋’ 하는 비웃음으로 내 기분을 저조시킨 아수빈. 그제서야... 제 2의 폭격은 또다시 실현 되었다.
‘ 달그락- 달그락- ’
숟가락과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집 안. 두 차례의 폭격을 맞은 거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더 엉망진창인 싱크대가 있는 부엌 안 식탁에 앉아 묵묵히 먹기만 하는 나와 개주동.
아까 전까지만 해도 침대 위에 얌전히 얹혀져있던 쿠션이 이리저리 바닥에 쳐박혀 있고, 옷가지나
심지어는 스탠드까지 날아가 처참히 부숴져 있는 거실 바닥을 보며 한숨을 내쉬는 녀석. 계속
눈치를 힐끔힐끔 보더니 자기가 끓인 죽을 퍽퍽 입 안에 퍼넣고 있는 나에게 말 걸기를 시도한다.
“ 저... 저기..... 이새흰... 아직도 화... 않풀렸냐...? ”
“ ............ ”
“ 어제는.... 정말 피치못할 사정이...... ”
“ ............ ”
“ 네가 입고 있는 옷..... 그,그거 내가 입힌 거 아니야....!! 옆집 여자한테 시킨 거다....... ”
“ ............ ”
“ ......내가 않깨워운 건...... 감기 기운이 있는 거 같길래......
시험 때문에 며칠 밤을 샜는데...... 그러니까 오늘 하루만 푹 쉬라고...... ”
“ ............ ”
“ 장모님 때문이라면..... 아수자식이.... 다 알아서... 한다고 했는데....... ”
“ ......다물어......... ”
“ 교복은........ ”
“ 아, 젠장!!! 제발 그 입 좀 다물고 있을 수 없냐?? 쫑알대지 말고 밥이나 쳐먹어!!!!!! ”
쨍강... 퍽..퍽.... 개주동이 억울하다는 눈으로 날 쳐다보는 건 상관 않고 열심히 죽만 입 안으로
넣었다. 개주동이 잠이 든 나를 집에 데려다주지 않았다는 건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그건 아수빈이
알아서 한다고 했다니까...... 지금 입고 있는 노란 잠옷?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다. 내 느낌이지만,
놈은 절대 그런 짓을 못할 거 같으니까. 대신... 지금 가장 열이 받는 건..... 교복이 없다는 것이다!!!
교복이 있어야 그 걸 입고 학교에 갈텐데!!!!! 저 망할 자식이 교복을 세탁소에 맡겨 뒀단다. 엄마가
하루하루 깨끗하게 빨아주고 또 그걸 심하게 더럽히지 않는 내가 입고 있던 멀쩡한 교복을 왜
세탁소에 맡긴단 말인가? 거기에 대해서는 입을 닫는 놈. 뭔가를 속이고 있다는 자체가 열받는다.
“ 야아~ 화풀면 안되냐? 언제까지 그렇게 꿍하게 있을 거냐? ”
“ ............ ”
“ 미안하다고 했잖아.... 이제 화 좀 풀어~ 응? 우리 착한 자기야~~ ”
웩... 저새끼가 어울리지도 않는 애교를 부려대네. 그래... 이미 늦은 걸 뭐 어쩌겠냐? 시간을 다시
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 놈 성격에 실실 쪼개며 용서까지 비는데.... 그냥 학주가 작대기를
후리면서 말을 해대면 땜빵이 없나 찾으면서 한 귀로 슬쩍 흘려 버리자. 그다지 아픈 것도 몰랐는데
그동안 무리한 일로 머리에 조금 열이 있었단다. 그런 날 위해 죽까지 끓여준 녀석. 도대체 죽 하나를
끓이는데 냄비가 몇 개나 나와 있고 가스렌지 곳곳에 죽이 떨어져서 마른 허연 자국과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는 국자.... 죽을 끓이는데 전혀 불필요한 분쇄기하며, 싱크대에 수북 쌓여있는 그릇들.
난감하다. 그냥 마트에서 일회용 죽을 사오면 될 것을.... 겉으론 평범해 보이는 흰 죽. 그러나 맛은
아주 굉장했다. 소금을 제대로 때려부워서 짜기도 하고... 설탕을 넣었는지 조금 달기도 하고....
그래도 계속해서 꾸역꾸역 입 안으로 밀어넣었다. 아, 이러다가 정말 병원에 실려가는 건 아닌지...
“ 개주동 너.... 이거 맛은 제대로 본 거야? ”
“ 아,아니! 맛보려고 하는데 그 때 네가 일어나서..... 왜? 이상해...? ”
“ 아니 뭐... 정말 흔하지 않은 맛이랄까.... 맛 끝내준다. 어쨌든 잘먹었어. ”
“ 야! 그럼 나 용서해주는 거냐?? ”
“ 네가 주장하는 피치못할 사정이..... 지금 네 얼굴이랑 관계있는 거냐? ”
“ ............ ”
좋아하던 녀석의 얼굴이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저 자식이 또 입을 다무네?? 아아, 모르겠다!!
말하기 싫어하는 놈한테 자꾸 물어봤자 내 입만 아프고, 11시가 다 되어가는 지금 내 교복이 언제 올
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니까.... 식탁에 턱을 괴고 있다가 막 밥을 다 먹은 개주동을 잡아 끌었다.
“ 뭐,뭐야? 이새흰...!! ”
“ 아아, 시끄러! 잔말 말고 구급상자나 가져와. ”
“ 그건 왜? ”
“ 지금 네 얼굴이 어떤지 몰라서 묻냐? 어제 어디서 구른지는 몰라도 치료해줄 테니까 갖고 와 봐. ”
퉁명스럽기 짝이 없는 내 말에 반짝이는 개주동의 두 눈. 감동받았다는 말을 페이스 랭귀지로 보인
녀석은 헐레벌떡 난장판이 된 거실을 헤쳐나가 서랍장에서 구급상자를 꺼내왔다. 쇼파에 앉아서
내게 얼굴을 들이대고는 눈을 감았다가 내가 소독약을 묻힌 솜을 대려고 할 때 다시 눈을 번쩍 뜬다.
“ 악! 깜짝이야!!! 왜!? ”
“ 내 몸은 됐으니까 그냥 얼굴만 대충 해달라고.... ”
“ 미친놈. 누가 몸까지 해준다고 했냐? 그리고 눈 않감아도 돼! ”
이 자식... 얼굴만 다친 줄 알았더니 몸도 다쳤구나. 대체 왜 바보같이 맞고 다니냐고!! 괜시리 올라
오는 울컥함에 나도 모르게 개주동의 상처를 거세게 건드렸고, 도대체 남자의 존심이 뭔지 아프다는
소릴 못하는 개주동은 얼굴만 내내 찡그릴 뿐이었다. 이놈은 어떻게 얼굴을 찡그려도 잘생겼냐?
“ 이새흰 너.... 이거 한 두번 해 본 솜씨가 아니다? ”
“ 더 아프게 하기 전에 입닥치고 있어. ”
내 목소리에 입을 꾹 다무는 녀석. 얼굴 곳곳에 불그스름한 피멍이 자리잡고 할퀴고 찢어진 상처를
예의 그 실력으로 꼼꼼하게 치료해 나갔고 약을 거의 다 발랐을 때, 얼마 전 고소미가 갖은 호들갑을
떨면서 줬던 대일밴드를 찾아내 눈에 띄는 상처마다 붙여줬다. 역시... 나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알록달록한 토끼무늬가 그려진 밴드를 개주동의 얼굴 곳곳에 붙였다. 놈의 얼굴이 밴드로 도배됐다.
“ 다 됐다! 졸라 치사하게 얼굴을 이따위로 만들어 놓냐? 이젠 맞고 다니지마. ”
꽤 만족스러운 얼굴로 녀석을 향해 웃어보이는데 조금 시무룩한 얼굴의 개주동이 입을 연다.
“ 야....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냐? ”
“ 그건 또 뭔 시덥지도 않는 소리야? ”
“ 지금... 우리 둘 밖에 없는데...... 내 얼굴이랑 가까이 있어도.... 넌 아무 느낌도 않드냐? ”
“ 뭐라는 거야? 개주동 너 더위 먹었냐? 아악!!! 더우니까 이젠 좀 떨어져!!!!!
나도 너처럼 더위 먹기 일보 직전이니까 빨리 에어컨 좀 틀어줘. 야!! 않 틀어줄 거야?? ”
토끼무늬 밴드를 얼굴에 붙인 채 내 말은 싸그리 무시하며 내 얼굴만 빤히 쳐다보는 녀석 때문에
숨이 탁탁 막힌다. 혼자서 씩씩대며 창문이라도 열려고 일어나려는데, 내 팔을 잡아서 다시 쇼파에
앉히는 개주동. 놀라서 크게 떠진 내 눈 안으로 보이는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준수한 외모의
개주동이 가득 들어온다. 간만에 정면으로 보는 녀석의 새까만 눈동자. 이리저리 눈알을 굴러대며
아무리 힘을 줘도 빠지지 않는 팔목을 빼내려고 발버둥을 치는데, 어느새 녀석에게 꽉 잡힌 어깨.
‘ 이...이자식이 왜 이래? ’
순간 ‘ 두근- ’ 하며 심장이 떨리는 소리가 전해지더니 조금씩 빨라지는 심장 박동.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눈을 똥그랗게 뜬 채 입만 벙긋 거리는 나 이새흰. 변함 없는 새까만
눈동자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녀석의 얼굴이 서서히 내려와.... 꿈 속에서 아빠가 해줬던 이마에
살짝 키스를 해주고... 가볍게 하지만 아쉬운 듯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또다시 가까워지는 개주동의
하얀 얼굴. 놈의 따뜻한 입김이 내 입술에 살며시 닿고.... 나도 모르게 두 눈을 꼭 감았을 때.......
‘ 딩- 동- ’
“ 김주동님!! 어제 맡긴 옷 가지고 왔습니다!!!! ”
란 사내의 우렁찬 목소리는 화들짝 내게서 떨어진 개주동이 베시시 웃으며 머리를 긁게 만들었고,
그대로 얼어버린 난 밀려오는 쪽팔림과 민망함에 차마 눈을 못뜨고 고개만 아래로 숙이고 있었다.
“ 이봐. 네가 주인이냐? 이거 세탁한 거 맞아? 여기 아직 핏자국이 선명하잖아! ”
“ 아... 전 그냥 직원인데요. 불만이 있으시면 저희 세탁소에 가셔서...... ”
“ 대체 세탁을 어떻게 한 거냐고~! 지금 죽고 싶어서 내 앞에서 용쓰는 거지? 앙?? ”
내가 홍당무가 된 얼굴을 식히려 열심히 손 부채질을 할 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현관으로 간
개주동은 그저 세탁된 옷가지를 갖다주러 온 세탁소 직원에게 괜한 신경질을 마구 부리고 있었다.
녀석의 어이없는 행패에 겁에 질린 직원이 ‘죄송합니다!’ 를 연발하며 도망쳤을 때, 고요한 거실
안은 또다시 우리를 어색한 분위기 속으로 빠뜨렸고..... 서로 눈치를 보는 것도 잠시
“ 이자식아!!! 너 오늘 한 번 내 손에 죽어봐라!!!!!! ”
“ 아아악!!!!!!!!!!! ”
얼마 후 개주동의 처절한 비명 소리만이 집안 가득 울려 퍼졌다.
***
“ 야, 타. ”
“ 않 타. ”
“ 타라니까? 4교시 봉숙이 시간이라며? 그 시간에 늦고 싶냐? ”
“ 않 탄다고 했잖아!!!!!! 나는 택시타고 갈 거니까 네 녀석이나 먼저 가!!!!! ”
재빨리 교복을 갈아입고 집 앞에 선 우리. 아까까지만 해도 흐르던 어색함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지금은 옥신각신 말다툼만 해대고 있다. 약 10분 만에 다시 온 택시에 몸을 옮기려던 날 저지하고
그대로 보내버리는 개주동 자식. 아악! 저 얼굴에 붙여져 있는 토끼 밴드를 다시 떼버리고 싶다!!
“ 개주동 너 더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냐?? ”
“ 잠깐! 야, 이새흰. 이성적으로 생각해봐. 아무리 총알 택시라도 신호에 걸리면 못 가.
그리고 이제 겨우 15분 남았는데 여기서 학교까지 15분 안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
“ 썅!! 그럼 넌 갈 수 있냐?!! 넌 갈 수 있냐고!!!!! ”
“ 두 말하면 입 아프지~! 알아서 선택해라. 여기서 더 기다려서 택시를 잡아 타던지....
아니면 내 바이크를 타고 가서 않그래도 받을 벌을 조금 줄여보던지....... ”
아아... 이럴 수가.... 틀린 답 확률 100%의 멍청한 개주동의 잔머리에 내가 이렇게 무너져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자꾸 녀석의 말에 홀깃하는 내 귀를 어쩔 수 없다. 내가 자기 뒷자리에 올라타자
하나뿐인 헬멧을 씌어주며 싱글벙글인 초단순한 단무지 녀석. 그런 놈에게 들리지 않는 욕을 살짝
읊조려 주고는 녀석의 허리를 안고 꽉지를 꼈다. 부앙부앙 시동을 걸다가 순간 움찔하는 개주동.
“ 아씨.... 진짜... 이딴 짓 정말 싫어하는데..... 오늘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아아악~! ”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앞으로 뻗어나가는 개주동의 검정 바이크. 날 태운 이래 처음으로 속력을
내보는 바이크는 무수한 가로수들을 지나 미끄러지듯 도로 위를 달렸고, 차들 사이를 교묘히 빠져
나가며 마치 묘기를 보이는 것처럼 활주했다. 위험한 듯 하지만 짜릿하고 스릴있는 주행에 나는
나도 모를 희열감을 잠시 느꼈다. 녀석의 등을 타고 느껴지는 불규칙한 심장 박동이 듣기 좋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대로 녀석의 바이크를 타고 세상 끝까지 가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 세한고교 ]
“ 3분 남았다. 빨리 들어가봐. ”
“ 어.... 근데 개주동 넌 않들어가냐? ”
“ 너 같으면 봉숙이 얼굴 보고 싶겠냐? 뭐, 따로 할 일도 있고.... 간다!! ”
약간 붉어진 얼굴로 베시시 웃고는 바이크를 타고 빠른 속도로 가버리는 개주동. 점점 작아지는
녀석을 보며 이젠 점이 되버렸을 때 살짝 웃어준 후 현관을 향해 최대한 빠른 스피드로 달려갔다.
‘ 띵동댕동~ 동댕동띵~ 띵동댕....... ’
이 학교를 다닌 후 단 한 번도 지각, 결석, 조퇴를 해 본적이 없던 내가 복도 가득 4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동시에 뒷문을 열고 뛰쳐 들어오자 반 녀석들은 호기심이 잔뜩 어린
눈으로 날 쳐다본다. 시험이 끝나면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지던 고소미. 오늘은 지옥의 신 하데스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컨셉의 색조화장을 한 봉숙 여사 때문에 자리에 앉아있지만, 나를 끊임없이
바라보는 걱정이 가득 담긴 시선이 느껴진다. 아, 젠장. 내 얼굴 다 닳겠네....역사책을 읽으며 히스
테리 적인 목소리의 자태를 뽐내는 노처녀를 쭈욱 쳐다보는데 갑자기 몸이 부르르하고 떨렸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봉숙이를 피해 책상 밑으로 폴더를 열었다. 낯선 번호. 액정에 찍혀진 글씨.
[ 오늘 만나자. 잠깐이면 돼. - 아수빈 - ]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장편 ]
넌 미친놈이야… # 09
에어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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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29
05.09.14 02:35
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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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친구가 추천해져서 보게 됬는데 완전 재밌어요*=ㅠ=* 벌써 다음편이 기대되요!!! 이히히히~
[당돌한렁쇠] 님!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벌써 다음 편이 기대되신다는데, 오늘 10편을 쓰고 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ㅑ!!!!!!!!!!! 주동이랑 새흰이의 애정행각 >//< ㅎㅎㅎㅎㅎㅎ
[‡♥‡…고백))] 님! 코멘트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많이 찾아주세요~! 흐흐
드디어 올라왔군요-_-!!!!!! 오늘 내용 완전 초대박이에용 , !ㅋㅋㅋ 회를 거듭할수록 재밌는 소설-_-!!! ㅋㅋ 쪼아쪼아 , ㅋㅋ
[§슬픈사랑§] 님! 회를 거듭할 수록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쪼아, 쪼아!!
베시시라니....ㅠ_ㅠ 주동이 귀여워 죽겠어요!! 주동아!! 넌 매력덩어리야ㅠ0ㅠ!!!!!
[뿌요뿌요♥] 님. 닉네임 뒷쪽이 살짝 바꼈네요. 하하하... 앞으로 주동이 많이 사랑해주시고, 제 소설도 많이 찾아주세요. 감사합니다!!!
>_< 꺄악꺄악! 첨으로 등장한 러브씬//♡ 아쉽게 됐네용!!!>_<ㅋㅋ 갈수록 귀여워지는 주동군>_<
[♥ires] 님! 오늘도 코멘트를 남겨주시는 센스를 갖추셨네요. 흐흐...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앞으로 러브씬 자주 넣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하루 되세요~!
「 간만어l 소설ㅇl 올라왔너l요! 오늘도 실망ㅅlㅋlㅈl 않는 나l용、자l밌어요!! 늘 코먼l트 남ㄱl면 답글 달아주ㅅl는 어l어즐님,, 넘 좋아요^^* 」
[멀l로ㄷl〃♡] 님! 님이야말로 늘 꼬리말을 남겨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방금 10편 올리고 왔답니다. 부족함이 많은 소설이지만, 재밌게 읽어주세요.
꿈에 나타난 아빠가 주동이 같은데....ㅋㅋㅋ 빨리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음!
[솔직한그대로] 님, 안녕하세요! 흐흐흐... 저도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글쎄요. 주동이의 일방적인 사랑이 계속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하구요, 늘 즐거운 하루 되세요!!
이글을 보자 마자 끄면 아버지가 죽습니다.. 이글을 싸이트 5곳에 안올리면 반쪽 얼굴이 잇는 애가 나타나고 안나타나면 혼령이 자신을 따라 다닐 겁니다. 이글을 복사해도 좋습니다... 명심 하십 시오 시간은 77분입니다
장난하냐? 장난해? 그렇게 멀쩡한 남의 아버지 죽이고 싶냐? 반쪽 얼굴이 있는 애가 나타나고 않나타나면 혼령이 따라다닌다고 누가 그러냐? 그러는 넌 이 글 5곳에 올렸냐? 얼빵하게 속고 싶냐? 세상 그렇게 살고 싶냐? 차라리 나가 죽는게 옳은 듯 싶다.
꺄아꺄아>_< 왜 하필 여기에 글을 올리고 그러쎄용!!! 빨리빨리 지워주세요!!!>_< 근데 10편은 언제 올라오나요?? >_<ㅋ
삭제해주셨음 하네요. 네티켓을 지킵시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저주글ㅠ [ㅋㅋ 난 공주] 님! 지워주세요~~!
여하튼 1편부터 잘봤습니다. 재밌습니다. 저딴 저주글은 무시하시고 다음편 빨리 올려주세요.
[쥬피타파] 님! 1편부터 봐주셨군요. 흑흑... 그냥 봐주시는 것도 감사한 일인데,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 10편 올렸어요!!!
아~ 빨리 좀 올려주세요 >ㅅ< 진짜 재밌어요 아~ 다음편 궁금합니다.
[세실리아ː] 님! 늘 빨리 올려야지 하는데 게을러서 그게 잘 안되네요. 흑흑... 재밌게 읽어주시는 님들이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10편 올렸구요, 앞으로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에어즐님의 소설이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네요. 역시 재밌으니까 그렇겠죠? 티격태격 하면서도 잘 어울리는 커플... 다음편이 기대 되네요^^
[사랑했었다_。] 님! 늘 한결같이 좋은 꼬리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많은 일을 겪게 될 새흰이와 주동이 계속 지켜봐주시고, 또 사랑해주세요.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기 바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