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도(生死島) 2-11
『흐흐, 순순히 비급과 계집을 넘겨주고 사라질 테냐, 아니면
숯덩이가 되는 맛을 볼 테냐.』
염라신의 느긋한 얼굴을 보며 절망에 잠겨 있던 육초량의 눈이
반짝 하고 빛났다.
(그러면 그렇지.)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자신의 짐작이 역시 맞았던 것이
다. 귀문의 무리들이 쏟아져 나오고 난 숲 속의 음침한 그늘로
또 다른 무리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은밀한 기척을 느낀 육초
량은 그 자들이 비천맹의 고수들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처
럼 사국천이 고맙게 생각된 적이 없었다.
(어부지리를 노린다.)
오직 단 한 번의 기회가 있을 뿐이었다. 육초량이 신중한 얼굴
로 옥청향과 염라신을 번갈아 바라보고 한숨을 쉬며 처연한 표정
을 지었다.
『휴, 귀하의 치밀한 안배에는 당할 자가 없겠소이다. 물건을
건네주면 무사히 보내 주겠소?』
『물론이다. 약속하지.』
염라신이 거푸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라도 육초량이 다른 까탈
을 부릴까봐 두려운 모양이었다.
육초량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품속에서 작은 보자기로 싼
물건 하나를 꺼내들었다. 마른침을 삼키며 염라신이 뚫어져라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육초량이 허름한 남색 보자기에 싼 물
건을 높이 들어 보였다. 모두에게 똑똑히 보이기 위한 행동이었
다.
무척 아쉽고 서운한 듯 입맛을 다신 육초량이 눈을 질끈 감고
보자기를 염라신에게 던졌다
『가져가시오!』
『고맙다!』
염라신이 훌쩍 몸을 날려 보자기를 잡아갔다. 육초량이 일부러
높이 던졌던 것이다. 단순한 실수로 보이는 행동이었기에 염라신
은 그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 그 한 번의 던짐에
육초량은 자신과 옥청향의 운명을 걸고 있었다.
염라신이 훌쩍 뛰어 올라 머리 위로 날아가는 보자기를 낚아채
려는 순간이었다.
파아앗-!
사방의 숲에서 번개처럼 날아드는 강전(强箭)의 폭우가 허공에
떠 있는 그의 몸에 집중되었다.
『크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숲을 흔들었다. 육초량이 던진 남색 보자기에만
신경이 쏠려 있던 염라신이 순식간에 고슴도치로 변해 떨어졌다.
그와 함께 소리 없이 쇄도해 든 일단의 고수들이 미처 정신을 차
리지 못하고 있는 귀문의 문도들을 급습했다.
당황한 누군가가 열화신통을 발사했다. 퍽! 하는 소리가 들리
더니 창백한 백색의 빛이 번쩍이고, 강렬한 열기가 훅 끼쳐왔다.
『아악-!』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서너 명이 불덩이가 되어 나뒹굴었다.
이미 피아를 가릴 수 없이 섞여버린 두 무리의 고수들이었다. 여
기 저기서 열화신통이 터지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벌어졌다.
누구나 위급한 순간에는 제 한 목숨이 우선인 것이다. 귀문의
문도들은 적과 동지를 가리지 않고 눈앞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열화신통을 쏘아댔다. 그리고 그 자는 또 다른 열화신통의 화기
에 휩쓸려 죽어갔다.
그 혼란 속에서 육초량이 덥석 청향을 옆구리에 끼고 몸을 날
렸다. 그의 눈부신 비연참 일격이 앞을 막아서는 자를 가리지 않
고 처 넘겼다. 아차 하는 사이에 육초량은 이미 숲 속 깊은 곳으
로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제 2 장 비천맹주(飛天盟主) 사국천(史國天)
<1>
순식간에 두 개의 산봉우리를 넘어온 육초량이 걸음을 멈추었
다.
『어리석은 놈들. 서로 실컷 싸우다 죽을 놈은 죽겠고, 살 놈은
살겠지.』
그가 가쁜 숨을 헐떡이면서 중얼거렸다. 위험한 순간을 넘기고
나자 그들의 한심한 작태에 실소가 새나왔다.
『육가가, 그들에게 던져준 건 뭐죠?』
옥청향은 그것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내 속옷을 싼 보퉁이야. 하하하...』
육초량이 생각만 해도 우스운지 허리를 꺾고 웃어댔다. 청향의
얼굴이 연민으로 찌푸려졌다.
『가엾은 사람들... 그 냄새나는 속옷 때문에 서로 죽이고 죽다
니...』
아직도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옥청향이었다. 그녀는 괴
한들이 육초량을 핍박한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육초량은
그녀의 순진한 말에 다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와하하하-』
그가 땅바닥을 뒹굴며 웃을 때였다.
『육가야, 아직 마음을 놓기에는 이르다고 생각되는데?』
싸늘한 일성이 그의 웃음을 잘랐다.
벌떡 뛰어 일어난 육초량이 본능적으로 청향을 가리며 탄성을
발했다. 방심하고 있었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고수다!)
느릿느릿 다가오고 있는 상대의 기세에서 그것이 느껴졌다. 재
색 무복에 재색 두건으로 머리를 덮었고, 화려하게 치장된 고검
(古劍) 한 자루씩을 허리에 차고 있는 세 명의 준수한 사나이들
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뒤에는 십여 명의 흑의대한들이
흉흉하게 눈을 빛내며 따르고 있었다.
『귀하들은?』
바짝 긴장한 육초량이 주춤 한 걸음 물러서며 묻자, 가운데 서
있는 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들어 보았겠지? 비천맹의 팔패(八覇) 중 삼패(三覇)인 우소명
이 바로 나다.』
그가 다시 좌측과 우측의 미청년들을 차례로 가리키며 소개했
다.
『사패인 갈평과 오패 유일기지.』
육초량은 그들 팔패의 일인인 육고헌과 겨루어 본 적이 있었
다. 비록 그를 베기는 했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검력을 지닌 자였
다. 사국천은 육고헌이 팔패 중 여섯 번째라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보다 더 강한 자들 세 명이 한꺼번에 나타난 것이다.
혼자 몸이라면 자신이 있었다. 육고헌과 겨루었던 지난 가을
보다 두 배는 더 강해져 있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는 육초량이
었다. 하지만 문제는 잔뜩 겁먹은 얼굴로 옷자락을 꼭 붙들고 매
달려 있는 옥청향이었다.
눈앞의 세 명을 상대하는 동안 십여 명의 흑의장한들이 옥청향
을 붙잡는다면 모든 것이 허사였다. 그녀를 인질로 내세우면 손
을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 난관을 무
사히 헤쳐 나갈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역시 비급 때문이라면 헛수고다.』
우소명이 하하 웃으며 나섰다.
『귀문의 나졸들을 치던 솜씨를 보았다. 대단한 권격이더군. 듣
기로 너는 살검만을 휘두른다고 하던데 그 권격은 어찌된 거지?
그것이 혼원장인가?』
육초량의 말에 현혹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런 자에
게는 무슨 말을 해도 쓸데없었다. 육초량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허탈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하하, 글세... 그럼 나도 그 주먹질에 이제부터는 혼원장이라
는 이름을 붙여 볼까?』
『받아라, 냄새나는 네 물건이다. 그리고 진짜를 내놓아라.』
뒤에 지켜보던 갈평이 육초량의 남색 보자기를 던졌다.
육초량은 어이가 없었다. 이들 비천맹과 귀문의 무리들이 이처
럼 끈질기게 비급에 대한 집착을 보일 줄은 뜻밖이었다. 육초량
은 골치가 아팠다. 이미 없애버린 그 비급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더 시달려야 할지 깜깜하기만 했다.
치고 달아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자, 망설이지 않고 눈앞의
우소명에게 강렬한 일장을 갈겼다.
콰아아-!
장심에서 뻗어 나가는 혼원지기의 막강한 잠력이 강하고 빠르
게 공간을 압축하며 우소명의 가슴을 눌러갔다. 놀란 기파가 사
방으로 해일처럼 밀려났다.
대비하고는 있었지만 이처럼 신속하고 강하게 쳐 나올 줄 몰랐
던 우소명이 물러서며 마주 일장을 때렸다.
파팡-!
두 개의 웅장한 장력이 허공에서 부딪치자 가죽 북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우소명은 장심을 뜨겁게 달구며 밀려드는 육
초량의 노도 같은 장력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가 낯빛이 창백해
져서 거푸 물러서며 신음을 흘렸다.
『차합!』
그 틈을 노린 육초량이 쏜살같이 달려들며 갈평과 유일기에게
일검을 쳐냈다. 사납기로 이미 널리 알려진 그의 눈부신 뽑아치
기였다. 발검과 격검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쾌검 일자낙홍(一字落
紅)이 갈평과 유일기의 눈을 번쩍, 뜨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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