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통령’인 대한축구협회장을 뽑는 선거는 아주 싱겁게 되어버렸다. 정몽준 현 회장의 ‘대항마’를 반드시 내겠다고 큰소리쳤던 ‘축구야당’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대신 축구계에선 이름을 듣도 보도 못한, 자신을 환경운동가라고 소개하는 사람이 후보로 등록해 겉모양만 2인 경선 구도로 잡혔다. 그러나 누가 봐도 상대가 안되는 싸움이다.
이제 오는 18일 열리는 대한축구협회 대의원총회가 정몽준 회장을 제50대 회장으로 선출하는 일만 남았다.
‘대항마는 누구일지’를 따져보며 재미있는 선거, 흥미로운 싸움을 기대한 입장에서 보면 허탈하다. 축구야당을 자처했던 사람들이 단일후보를 옹립해서 정회장을 끝까지 괴롭히는 그림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따지고 보니 애초에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정회장에 비판적인 인사들이 참여한 축구지도자협의회나 한국축구연구소의 힘을 과잉평가한 측면도 없지 않다.
용두사미로 끝난 축구야당의 행보를 보면서 ‘절대권력’을 갖고 있는 1인 장기집권체제에의 도전이 그만큼 지난한 일이란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평판이 좋거나, 바른 말 잘하는 축구계의 명망가들. 그들은 정권교체의 깃발까지는 올렸지만 여당인 축구협회를 이길 대권플랜이 없었던 것 같다. 후보 없인 정권교체를 할 수 없는 법인데도 끝내 축구야당은 ‘불합리한 선거제도’를 이유로 후보를 내지 않았다.
그것은 정회장의 4선 연임을 어쩔 수 없이 두고보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회장이 50대 회장에 취임하면 2009년 1월까지 4년 임기가 보장된다. 1993년 47대 회장에 취임했으니 16년간 재임할 수 있다는 얘기. 역대 회장의 평균 재임기간은 2년이라고 한다.
한때 대통령후보로 나섰고,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이기도 한 정몽준 회장에게도 대한축구협회장은 그렇게 매력적인 자리인 모양이다. 축구협회 정관에는 연임제한 규정도 없다. 정회장쪽 움직임에서 ‘조용한 연임’을 바랐던 느낌을 받는다. 축구야당 인사들이 정회장을 공격하며 선거바람을 잔뜩 잡는 바람에 ‘축구권력’의 매력이 세상에 알려진 게 불만일 수도 있겠다.
선거를 앞두고 정회장의 반대 진영에선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 가운데 축구협회 1년 예산이 수백억원인데 십수억원이 정회장을 위한 경비로 사용됐고, 그 액수가 회장의 1년 출연금보다 많다는 지적이 눈에 띄었다. 또 축구협회가 사조직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도 단골로 쓰는 공격 소재다. 이들도 물론 정회장이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서 일정부분 기여한 점은 인정한다.
그만하면 정몽준 흠집내기는 웬만큼 성공한 느낌이다. 시민단체와 토론회도 열고, 국세청을 찾아가 세무조사 요구를 하는 등 언론의 관심도 일정부분 끌었다.
한 조직의 수장이 자기 사람을 심어놓고, 판공비를 쓰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다. 부자 중의 부자인 정회장이 그런 덕 보자고 갖은 욕 먹어가면서 축구협회를 지키고 있는 것도 아닐 게다.
그 이유는 스포츠로만 존재하지 않는 축구에서 찾을 수 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확인했듯이 축구는 축구 이상이다. 때론 정치로 때론 권력으로 변했다. 정회장은 축구협회장 이전에 1988년부터 내리 5번 당선된 국회의원이자 대망을 품고 있는 정치인이다.
축구가 그렇듯이 축구협회장의 자리도 같다. 정치인 정몽준이 축구를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꿈이 있는 정치인이 축구를 축구로만 보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정몽준은 FIFA부회장으로서 탁월한 로비력, 행정력으로 2002월드컵 유치를 해냈고, 축구협회가 지금처럼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지게 될 때까지 뒷받침이 되어주었으며, 대표팀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으로 4강신화의 주역이 되었으며, 현대가 축구팀 3개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프로축구에 공헌한 인물입니다.
첫댓글 정몽준이 축구를위해 해준게 먼데 ㅡ.ㅡ?
정몽준은 FIFA부회장으로서 탁월한 로비력, 행정력으로 2002월드컵 유치를 해냈고, 축구협회가 지금처럼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지게 될 때까지 뒷받침이 되어주었으며, 대표팀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으로 4강신화의 주역이 되었으며, 현대가 축구팀 3개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프로축구에 공헌한 인물입니다.
뭐 장기집권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서 막연히 바뀌었으면 하고 생각했지만 축구야당 쪽에서 명확한 비전도 없이 네거티브 운동만 해댔으니...;; 아직은 정회장이 할 때인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