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배구판이 삼성화재의 독주로 말들이 많습니다. 비록 삼성
의 일방적인 독주로 배구판이 싱거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
도 위안이 되는 것은 불세출의 스타 신진식의 존재입니다.
수십년째 배구를 보아왔지만 신진식만큼 공수를 완벽하게 갖춘
선수는 거의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과거 장윤창, 노진수 같은
선수들이 공수를 두루 갖춘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유명했지만,
신진식의 경우에는 경기를 지배할만한 엄청난 파괴력을 보유했
다는 점에서 그들을 능가하고 있습니다.
또하나 신진식의 특출한 점은 선배들과는 다르게 전성기가 무척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80~90년대의 내노라하는 스타
들인 마낙길, 하종화, 임도헌 등이 모두 실업무대에서 몇년간
반짝하다가 쓸쓸히 사라져간 것에 비하면 신진식의 경우에는 무
섭게 성장해오는 후배들을 압도해가며 아직까지도 건재를 과시
하고 있습니다.
마치 지난 80~90년대에 근 십여년에 걸쳐 한국을 괴롭힌 일본의
거포 나카가이치를 보는 듯 합니다.
실력 못지 않게 신진식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다름아닌 그
의 성실성입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신진식을 두고 "경기
장이 아닌 연습장에서 MVP를 주어야 할 선수"라고 했습니다.
경기당 수백번씩 점프를 반복하는 배구의 습성상, 배구 선수의
경우에는 대개 발목과 무릎 관절에 부상이 많아 장수하는 선수
를 찾아 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더우기 부상에서 일시 회복한다 해도 혹독한 훈련과정에서 부상
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유명 배구스타들은 한창 뛸 나이임에
도 일찍 조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힘이 장사로 알려진 신진식 선수의 경우에도 부상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그는 타고난 체력과 성실성으로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내며 벌써 7년째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해 오
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 신진식이 특출한 선수라는 것은 그의 국제적인 활약과
지명도에 있습니다. 한국이 과거 적지인 일본에서 올림픽 티켓
한 장을 놓고 숙적 일본과 건곤일척의 한 판 승부를 벌일 당시
신진식은 혼자서 무려 30점이나 올리는 원맨쇼를 펼치며 한국
배구를 올림픽 본선무대에 올려놓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코트를 찾은 일본의 많은 팬들과 매스컴들은 망연자실해
하며 그를 두고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일본은 한국에 패한 것
이 아니라 신진식이라는 괴물에게 진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서구 유럽의 장신 거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신진식의 명성은 지난 시드니 올림픽에도 그대로 이어졌습니
다. 유고나 러시아와 같은 배구 강국들과의 경기에서 한국 선
수로는 유일하게 그들의 코트를 유린한 것도 다름아닌 신진식
이었던 것입니다.
오죽했으면 고비가 닥칠 때마다 KBS의 이세호 해설위원은 흥분
을 감추지 못하며, "다른 선수는 필요없어요, 우리는 신진식의
두 어깨를 믿어야 합니다" 라고 외쳤을 정도입니다.
배구선수로는 단신인 188cm의 신장임에도 신진식이 최고의 선수
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무엇보다 그의 놀라운 순발력과 번개같은
스윙 스피드에 있습니다. 2m 대의 장신 블로커들이 대형을 갖추
기도 전에 발군의 스피드와 온 몸을 이용한 엄청난 파워로 상대
의 블로킹벽을 무력화시키는 능력이 바로 그의 장점이자 주특기
입니다.
현대와의 결승 시리즈에서 신진식이 보여준 백어택은 워낙 빠르
고 강해서 흡사 시간차 공격을 보는 듯 했습니다.
게다가 한 두번 상대의 블로킹에 걸려도 주늑들지 않고 강타를
뿜어내는 그 두둑한 배짱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그 만의 강점입
니다.
배구코트를 두동강이 낼 듯이 무섭게 내리꽂히는 파괴력 만점의
강타,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스파이크 서브, 안정된 서브 리시
브를 포함한 견고한 수비력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무쇠같은 체력이야말로 신진식 배구의 요체이자 그를 여타의 선
수들과 구별짓게 만드는 그 만의 매력인 것입니다.
첫댓글 마낙길,하종화.임도헌......잊혀져간 나의 배구 스타들~~ 이름만으로도 감회가 새롭네요
전 임도헌이랑 강성형이 있던 현대차서비스를 좋아했었는데.. 갠적으로 강성형을 좋아했고..^^
강성형 하종화의 뒤를 이어 현대차 코치 한다고 하든데... 한때 하종화 펜이었죠.. 경기장에도 많이 갔었고...지금의 대한항공 소속의 몇몇 선수들과 밥도 많이 먹으러 다니고 술도 많이 마셨는데...그립다....
아무튼 삼성의 독주는 끝나야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