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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시대 사람은책을만들고책은사람을만든다
원출처 :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g1eexz/working_at_an_amusement_park_down_the_rabbit_hole/?utm_medium=android_app&utm_sourc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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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 놀이공원에서 일하는데, 괴물 중에 절반은 연기자가 아냐 24 – 토끼굴
나는 놀이공원에서 일하는데, 연기자 중 절반은 실제 연기자가 아니다. 내 촉대로 토끼 머리 소녀를 믿는 건 효과가 있었다. 다들 예상했겠지만 이제 데일과 그 가족은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의 도움을 청하지는 않았다. 데일이 왜 그랬는지 아예 이해 못 한다는 건 아니다. 그를 원망하지는 않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팔아먹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게 힘들어지는 법이다.
데일이 하루 종일 운전을 했던 걸 보면 공원 동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닌 듯했다. 그들은 정확한 위치도 모른 채 네비게이션에 의존해서 여기까지 찾아올 테고, 나를 다시 공원으로 데려가야 한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워린의 시간 제한을 맞출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렇게 말하는 게 슬프기는 하지만 이젠 잃을 게 얼마 없었다. 나는 될 대로 되라 식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토끼 머리 소녀와 나는 숲에 있는 작은 공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나는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방금 소녀에게 내기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 참이었다. 그녀는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주의깊게 내 말을 듣고 있었다.
“내 이름은 매들린이야.” 그녀가 갑자기 말했다.
“어… 뭐라고?” 예상치 못한 말에 나는 약간 당황했다.
“나한테 언니 이름은 안 알려줘도 돼. 그치만 내 이름은 매들린이야. 우리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야. 날 그렇게 불러 줬으면 좋겠어.” 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매들린의 귀가 살짝 쫑긋거렸다. “그나저나 이제 거의 다 왔어. 휴식을 잘 취하는 게 중요해. 들어가려면 완전히 제정신이어야 하거든.”
이미 짐작을 하고는 있었지만 나는 다시 물었다. “나를 지하세계로 데려가는 거지?”
매들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혹시 그래도 괜찮을까?”
“괜찮아.” 나는 얕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더 잃을 것도 없는걸... 근데 넌 왜 날 도와주는 거야? 야생의 것들을 왜 싫어하는데? 너도 그 중 하나잖아?”
“맞긴 한데, 난 그게 정말 싫어. 야생의 것들은 나쁜 놈들이야, 전부 다.” 그녀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1년 전에 그들이 날 데려갔어. 그전까지 나는 우리 엄마랑 아빠랑 동생들이랑 숲 근처에 살고 있었어. 이 숲 말하는 거야, 저쪽으로 쭉 가면 우리 집이거든.” 그녀는 내 뒤쪽 방향을 가리쳤다. “어느 날 잠이 안 와서 깨 있었는데 뭐가 창문을 통해 쑥 들어오는 거야. 여름이라서 창문을 열어 놨었거든. 두세 명 정도가 들어왔어. 한 명은 내 입을 막고 나를 침대에서 끌어내렸고 다른 놈은… 다른 놈은 내 이불 속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그게 나처럼 보이는 거야.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어. 나를 엄청 꽉 잡고 있었거든. 날 잡고 있던 놈은 창문을 통해 뛰어내려서 나를 데려갔지. 나를 가둬 뒀고… 뭐, 솔직히 말하면 원래는 나는 밖에 나가면 안 돼. 금지거든. 모두에게 금지된 거기는 하지만.
그런데 워린이 오니까 다들 워린한테 아부떠느라 난리더라고. 다들 워린을 위해 길을 비키길래 나는… 뭐, 그냥 워린 뒤에 숨어서 따라왔어. 그 역겨운 멍청이가 지나가고 있는데 고작 토끼 아이를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거든.” 그녀는 뿌듯해 보였다. “워린이 그런 행동을 해서 엄청 아슬아슬한 상황에 놓였다고들 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대들지 않아. 아직까지는 말이야.”
“네가 그렇게… 다른 사람이랑 바뀌었다니, 정말 안타깝다.” 나는 달리 말이 떠오르지 않아 짧게 말했다. “그런데 지하로 내려가면 내가 공원에 워린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을까?”
“당연하지. 지하에서 시간과 공간은 다르게 작동하거든. 설명하기는 힘든데 언니가 직접 눈으로 보면 알 거야. 위에서 큰 것들은 아래에서는 훨씬 작아. 그렇지만 엄청나게 조심해야 해. 언니가 공원에 있던 놈들을 공격했다고 다들 말이 많거든.”
”그럼 우리는 지금 모두가 나를 죽이려고 하는 악몽에 나오는 것 같은 지하세계로 들어갈 계획이라는 거지? 그런데 날 도와주면 너도 위험해지지 않을까?”
“첫 번째로,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 나는 워린이랑 모스랑 멀베리가 엄청 싫거든. 그 멍청이들이 속았다는 걸 깨달았을 때 짓는 표정이 보고 싶어. 땅 위에 살 수 있는 놈들은, 그냥…” 그녀는 정확한 표현을 찾으려 애썼다. “왜 걔네만 그러는데!! 나 대신 우리 집에 살게 된 놈처럼 변신이라도 하면 몰라, 걔네는 사람들 코앞에서 돌아다니잖아!! 좀 바보같은 말인 건 알지만 그래서 난 그 셋이 정말 싫어. 지하에 있는 것들 중에 그 셋이 가장 싫어.”
나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다. 매들린이 조금 유치하게 군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나를 공원으로 돌아가게 해 주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런 원한이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혹시 지하에서… 규칙은 누가 세우는 거야? 누가 지하세계를 지배하는 거야?”
매들린은 잠깐 생각을 한 다음 대답했다. “오래된 자들일걸. 워린도 그 중 하나야. 오래 살았을수록 먹이 사슬의 꼭대기에 있거든.”
“워린보다 더 오래 산 것들도 있어?”
흰 토끼는 고개를 끄덕였다. “있긴 한데 그렇게 많지는 않아. 워린한테 화가 난 것도 오래된 자들이야. 그렇게 계약을 함부로 깨서는 안 됐거든. 지하에서는 그런 짓을 하면 안 돼. 그리고 더 짜증나는 건 오래된 자들은 나를 거의 해충 취급해.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는 마, 아마 마주치지는 않을 거야. 게을러서 자기들이 자는 곳을 떠나지를 않거든. 가는 길에 만날 것 같지는 않아.”
나는 안도에 찬 한숨을 부드럽게 내쉬었다. 그나마 안심이 되는 말이었다.
“그래도 경고를 해야 할 것 같아. 인간들은 지하세계에 들어오는 걸 힘들어하거든. 내가 처음 들어갔을 때 몇 시간 정도는… 정말 끔찍했어. 공기 때문에 그런 거 같아. 혹시 입에 대고 숨 쉴 수 있는 게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옷의 목 부분을 끌어올려 입과 코를 덮었다. 매들린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거면 되겠지. 공기가 어떠냐면… 그 공기에 익숙하지 않으면 머리가 띵할 거야. 그러니까 너무 숨을 많이 쉬지 마.”
“나를 공격하려고 할까?” 나는 물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있다는 걸 눈치채면 안되지.” 매들린은 꺄르르 웃더니 장난끼 어린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내가 몰래 밖에 나올 수 있다면 안에서 몰래 돌아다닐 수도 있다는 소리 아니겠어? 눈에 띄지만 않으면 아무도 신경 안 쓸 거야. 그래도 만약 뭔가 잘못된다면… 언니 싸울 수 있지?”
나는 토끼 머리 소녀를 안심시키려고 미소를 지었다. “노력해볼게.” 나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리려 애쓰며 말했다.
“좋아, 또 뭘 말해줘야 되지… 내 옆에 붙어 있어. 그 밑에서 아무것도 먹지 말고 마시지도 말고, 나 빼고는 아무한테도 말 걸지 마. 그 목걸이는 아마 눈치챌 테니까 숨겨야 돼. 그렇지만 내가 언니라면 그걸 걸고는 있을 거 같아. 이상해지는 걸 막아 줄거야.” 매들린은 단호하게 경고했다.
“이상해진다고?” 나는 물었다. 목걸이를 소매 속에 숨길 수 있도록 목에서 풀어 손목에 둘둘 감던 참이었다.
“응. 그거 말인데… 언니한테 겁을 주고 싶지는 않지만 난 지하로 끌려오는 사람들을 보고 또 봤어. 다들 저항하려고 하지만 반쯤 변화했을 때… 갑자기 이상해져서 엄청나게 행복해 보이는데 보고 있으면 진짜 소름돋거든. 나도 처음에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보면 진짜 무섭더라고.” 매들린은 바닥에 난 풀을 바라봤다.
“그렇게 정확하게 기억하는 게 신기하다.” 나는 말했다.
매들린은 어깨를 으쓱하고 일어서더니 내 손을 잡고 일으켰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잊은 적 없거든. 그게 다야. 이제 출발하자.”
다시 길을 떠났을 때부터 매들린은 내 손을 잡고 걸었다. 우리는 숲으로 점점 깊이 들어갔다. 커다란 나무 앞에 와서 그녀는 발걸음을 멈췄다. “이게 입구에 있는 표식이야.” 그녀는 약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설명했다. 그녀는 나를 데리고 나무를 빙 돌아갔다.
나무의 반대편 땅에는 칠흑처럼 검은 넓은 구멍이 있었다.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심연에 가까운 어둠을 들여다봤다. 매들린은 내 걱정에 찬 표정을 눈치챈 듯 큰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물었다. “하고 싶은 거 확실하지?”
“응.” 나는 긴장감을 삼키며 대답했다. 이상한 호기심이 차올랐다. 다시 롤러코스터에 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두려움, 기대감, 그리고 흥분으로 몸이 떨렸다.
“좋아. 그럼 가자.” 매들린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고 네 발로 바닥에 몸을 낮췄다. “내 뒤에 있어.” 그녀는 명령했다.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 그녀의 뒤를 쫓았다.
손과 무릎 아래 느껴지는 흙은 부드럽고 축축했다. 내 바지가 젖어드는 게 느껴졌고, 나는 가방을 메고 들어가기 위해 몸을 좀 더 낮춰야만 했다. 어두운 터널 속에 들어서자 바깥 세상의 환한 햇빛은 곧 잦아들었다.
“안에 들어가면 뭐가 보이긴 할까?” 나는 큰 목소리를 낼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속삭였다.
“응, 항상 빛이 조금씩은 있어. 작은 불 같은 게 사방에 있거든.” 매들린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앞에서 그녀의 하얀색 머리가 둥둥 떠가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우리는 한참 동안 터널을 기어갔다. 내 인생에서 가장 숨을 오래 참은 듯했다. 긴장감에 몸이 아주 살짝, 간지러운 듯할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터널의 끝에 다가갈수록 이 느낌은 점점 강해졌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게 느껴졌다.
갑작스럽게 아주 옅은 꽃향기, 썩은 과일, 그리고 신선한 흙의 냄새가 풍겨왔다. 우리가 아래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냄새는 점점 강해졌다. 매들린이 뛰어내려야 할 거라고 내게 주의를 줄 때쯤, 냄새는 내 코와 목을 가득 채운 듯했다.
“여기가 길의 끝이야.” 매들린은 살짝 헉헉거렸다. “이제 떨어져야 돼.”
그 말을 끝으로 그녀의 하얀색 머리가 갑자기 사라졌고 저 아래 어딘가에서 낮은 쿵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길을 짐작해 보려고 손을 내밀었다. 내 앞에는 바닥이 없었다. 얼마나 오래 떨어져야 하는지가 확실치 않았다. 나는 발로 착지할 수 있도록 몸을 돌리고 발이 미끄러질 때까지 조심스럽게 가장자리를 향해 후진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안전하게 착지했다. 내 발은 땅에 닿자마자 뭔가 안으로 푹 꺼져 들어갔다. 아마 낙엽 같았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마 그 이상한 냄새의 원천일 듯한 썩은 과일, 썩어가는 꽃, 그리고 시든 낙엽 더미가 정체 모를 초록색 늪 위에 쌓여 있었다. 내 발은 이 더미에 푹 빠져 있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내가 있는 곳은 동굴 같았는데, 천장은 높았고 벽에는 간이로 만든 등불이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매들린은 내 손을 붙잡았다. 발목까지 땅에 잠겨 버린 바람에 그녀의 맨발은 보이지 않았다.
“가자.” 그녀는 부드럽게 나를 끌어당기며 속삭였다. 그녀가 발을 내딛을 때마다 찌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통로의 맨 끝에는 또 다른 통로가 보였다. 이번 통로는 더 크고 움직이기 수월해 보였다. 통로에 들어서기 전에 매들린은 내게 뒤에 있으라고 신호를 보내고 급하게 몸을 숙여 모퉁이 뒤를 살폈다. “좋아, 아무도 없어.” 그녀는 크게 속삭이며 내게 오라고 손짓을 했다.
통로에서 나오자마자 어디선가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주위를 돌아봤다. 더 큰 동굴이었다. 통로가 끝나는 쪽의 벽에는 옹달샘 같은 것이 있었는데 어두운 흙탕물이 계속해서 솟아 흐르고 있었다. 물은 바닥에서 도랑을 이뤘다. 도랑은 작은 강처럼 동굴 전체를 거쳐 흐르고 있는 듯했다.
매들린의 충고를 떠올리고 나는 온 사방의 향기로운 공기를 너무 많이 들이마시지 않기 위해 옷으로 얼굴 하관을 덮었다. 토끼머리 소녀는 빠르게 길을 안내했다. 터널들과 동굴들은 놀랍게도 텅 비어 있었다. 왜 아무도 없냐고 입을 떼기 직전에 매들린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쉿!”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그녀가 말했다. “저 소리 들려?”
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신경을 집중했다. 낮고 희미해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저 멀리 어딘가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괜찮아, 패닉하지 마.” 매들린은 더듬거렸다. 내게 말하는 것보다는 혼잣말에 가까워 보였다. “결국 누군가를 만날 거긴 했어. 잘하면 안 들키고 지나갈 수 있을 거야.”
말소리가 흘러나오는 곳은 옆의 동굴이었다. 여태까지 본 것 중에 가장 큰 공간이었다. 놀랍게도 안에는 나무와 덤불들이 자라고 있었다. 지하에 있는 작은 숲의 공터처럼 보였다. 어두운 물이 흐르는 개울은 공터를 반으로 가르듯이 가운데로 흐르고 있었다.
두 명의 사람, 아니 생물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 나는 그들을 자세히 보기 위해 눈을 찡그렸다. 둘 다 어느 정도 인간의 형태와 비슷한 생물인 듯했지만 팔다리가 엄청나게 길었다. 그들의 팔과 다리는 전부 길이가 달랐다. 저런 팔다리가 있다면 걷는 것은 물론이고 일어서는 것조차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은 낮고 쉰 목소리로 조용히 대화하고 있는 듯했다.
매들린은 내게 따라오라고 손짓하고 급하게 공터에 들어가 덤불 뒤에 몸을 숨겼다. 나 역시 그녀처럼 따라갔다. 다행스럽게도 두 생물은 우리가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우리는 두꺼운 초록색 이파리들에 몸을 숨긴 채 동굴 가장자리를 따라 기어가기 시작했다. 가는 동안 나는 그들이 하는 말을 좀 엿들을 수 있었다.
당황스럽게도 그들은 대화를 하는 게 아니었다. 말이 안 되는 순서로 그냥 단어를 문장처럼 만들어 말하고 있을 뿐이었다. ‘잠’ 또는 ‘잎’ 이라는 단어가 간간히 들려오는 듯했지만 확인할 길은 없었다. 꽤나 괴기스러운 광경이었다.
동굴 끝에 도달했을 때까지 두 생물은 우리를 눈치채지 못했다. 매들린은 빠르게 일어나 다음 통로로 달려들어갔고 나는 옷의 천을 얼굴에 덮은 채로 다급하게 그녀를 따라갔다. 그녀가 갑자기 멈춰 버려서 나는 그녀에게 부딪힐 뻔했다. 그녀는 몸을 돌려 다급하게 우리가 방금 나온 덤불 속으로 나를 다시 밀어넣었다. 작은 손으로 내 입을 막고 그녀는 속삭였다. “누가 오고 있어!”
나뭇가지와 잎사귀들 사이에 웅크리고 우리는 뭔가 거대한 것이 터널에서 나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바닥에 몸을 납작 엎드리고 있어 처음에는 그것의 발과 손 말고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그것은 네 발로 걷고 있었다. 그렇지만 고개를 살짝 들자 몸 전체가 눈에 들어왔다. 그냥 가만히 있을 걸 후회가 들었다.
생물은 주먹을 쥐고 손가락 마디를 땅에 댄 채 걷고 있었다. 사람과 어떤 커다란 영장류를 반반 섞어놓은 듯했다. 그것만으로는 그렇게 놀랍지 않았지만, 그것은 얼굴의 일부가 없었다. 머리의 절반 정도가 두개골로 녹아들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나는 숨을 삼켰다. 매들린은 손을 뻗어 내 손을 꽉 잡아 주었다. 나는 고맙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 생물이 드디어 지나갔을 때 우리는 몸을 일으켜 급하게 동굴을 지나 뛰었다. 나는 민첩하게 뛰는 매들린을 따라잡으려고 애썼다. 우리는 작은 강을 따라가고 있는 듯했다. 우리가 통과하는 터널마다, 우리가 몰래 지나가는 동굴마다 작은 강이 있었다. 가끔 가다가 강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다음으로 들어간 방에는 다시 강이 나타나곤 했다. 한번씩은 땅 위로 나갈 수 있는 작은 터널로 이어진 입구가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복잡한 미로에 나 혼자 있다면 길을 잃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매들린은 솜씨 좋은 가이드였다. 그녀는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듯했다. 그녀가 내딛는 매 걸음이 확신에 차 있었다.
우리가 가는 길에 지나친 생물들은 어떻게 생긴 건지 이해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매들린의 능력 덕분에 아무도 우리가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생물들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텅 비어 있는 동굴들도 있었지만 한번은 다섯 마리의 생물들이 들어 있는 동굴을 보기도 했다.
토끼머리 소녀는 점점 더 자신감에 차오르는 듯했다. 내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를 확인하느라 계속 뒤를 돌아보는 것을 그만둔지 오래였다. 아마 우리가 스무 번째 터널을 지날 즈음이었을 것이다. 매들린은 갑자기 걷는 자세 그대로 얼어붙었다. “안 돼.”
그녀의 시선 끝을 바라보자 나 역시 그녀가 왜 갑자기 그렇게 놀랐는지를 알 수 있었다. 우리가 향하고 있던 통로 맨 끝자락에 워린이 서 있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그는 우리에게 뒷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는 더 작고 다부져 보이는 생물과 대화하는 중이었다. 그 생물 역시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매들린은 옆에 있던 나무의 넓은 그루터기 뒤로 나를 빠르게 끌어들였고 나는 그 뒤에 가능한 한 보이지 않게 숨었다.
“오래된 자들 중 하나야,” 그녀는 걱정에 가득 찬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는 잠시 기다렸다.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듣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워린의 이미 비틀린 얼굴에 드러난 표정으로 짐작하건대 아마 대화에 점점 열이 오르고 있는 듯했다. 한참 후 오래된 자는 작은 터널로 사라졌고 워린은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쿵쿵대며 걸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숨을 참고 무릎을 꿇은 채 나무의 밑동에 한껏 몸을 붙였다. 매들린은 자는 척을 하며 누워 있었다. 워린은 그녀에게 전혀 신경쓰지 않고 지나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순간 차갑고 메마른 손가락이 뒤에서 내 목덜미를 붙잡는 게 느껴졌다. 그는 나를 강제로 일으켜 몸을 돌리게 만들었다. 워린의 유령처럼 창백한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환희에 차서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안녕.”
그는 크고 사납게 낄낄대며 웃었다. 순간적으로 그의 이름을 알기 전, 놀이공원에서 내가 알던 웃는 카우보이가 떠올랐다. 권총을 들고 있지 않다는 것에 나는 머릿속으로 저주를 날렸다. 왜 하필 이렇게 다급한 상황에 그런 생각이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가 말을 할 수 없을 때가 더 좋았다. 그의 입에서 바퀴벌레가 기어나가더니 머리카락으로 들어갔다.
나는 입술을 깨물고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다가 온 힘을 다해 그의 배를 차는 데에 성공했다. 그는 놀라 숨을 헉 하고 들이쉬더니 나를 잡고 있던 손을 놓쳤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앞의 터널을 향해 최고로 낼 수 있는 속도로 달렸다. 나는 멀리 가지 못했다. 워린은 나를 붙잡아 당기더니 바닥에 쓰러뜨렸다. 그는 엎어진 내 등에 발을 올려놓았다. 그가 내 척추에 올려놓은 발에 무게를 싣자 연약한 살에 그의 발꿈치가 고통스럽게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손목에 두르고 있던 로켓이 기억나 나는 손을 그의 발목에 갖다댔다. 워린이 데인 듯 뒤로 물러나는 걸 보니 옷 위로도 효과가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허둥지둥 일어나 워린이 다시 달려들 준비를 하는 걸 보고 주먹을 말아쥐었다. 나는 그의 가슴팍을 세게 강타했다. 주먹이 총상의 가장자리에 명중하자 만족스럽게도 그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지만 내 승리감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내가 몸을 피하기도 전에 그는 내 팔을 붙잡아 아프게 뒤틀었다. 그는 로켓을 차고 있는 내 다른 팔 역시 붙잡으려고 하다가 갑자기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매들린은 더 이상 바닥에 누워 있지 않았다. 그녀의 커다란 앞니가 워린의 무릎 바로 위의 살에 깊숙히 박혔다. 그녀가 하악질 같은 소리를 내며 고개를 강하게 쳐들자 작은 살점이 뜯겨나갔다. 그녀는 앞으로 몸을 날려 내 팔을 붙잡았고,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미 우리는 달리고 있었다.
뒤에서 워린이 우리를 다시 쫓아오기 시작하며 분노에 가득 찬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더 이상 숨지 않았다. 우리는 숨이 턱까지 차오른 채로 터널과 동굴로 가득 찬 미로를 뚫고 달렸다. 우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가는 길에 야생의 것 여러 마리를 마주쳤다. 몇몇은 매들린이 나를 끌고 달리고 있다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한 듯 멍하고 무감각해 보였다. 그렇지만 몇몇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우리를 쫓기 시작했다. 매들린이 땅 위쪽에 있는 구멍을 가리켰을 때쯤엔 뒤에서 급한 발걸음 소리와 흥분에 찬 목소리들이 점점 가까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나는 먼저 뛰어올라가 구멍의 가장자리를 붙잡고 가능한 한 빠르게 몸을 끌어올렸다. 나는 망설임 없이 뒤로 돌아 매들린에게 두 손을 뻗었다. 그녀는 내 손을 잡았고 나는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그녀를 터널에서 끌어올렸다. 우리는 다급하게 기어서 구멍을 벗어났다. 지는 노을의 붉은 빛깔이 우리를 반겼다.
나는 가방을 뒤져 몇 개 안 남은 월계수 가지와 세이지 잎사귀를 꺼냈다. 나는 입구 주변에 그것들을 뿌리고 내 로켓에서 붉은 버베나 꽃을 꺼내 그것 역시 뿌렸다. 몇 개는 구멍 안쪽에 놓기까지 했다.
“이렇게 하면 우리를 못 쫓아오겠지?” 나는 불안하게 물었다.
매들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나라면 다시 이 근처에는 안 올래. 그리고 어차피 워린은 따돌렸어. 터널 안에서 아마 따돌린 것 같아. 다른 것들은 어차피 밖으로 나오는 게 허용되지 않거든.”
조금은 안심이 되는 말이었다.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옆구리가 결리고 다리 근육이 당겨왔다. 우리는 계속해서 길을 걸었다. 숲 어딘가에 있는 것 같았지만 우리가 들어왔던 그 숲이 아니었다. 근처에 고속도로가 있는 듯 자동차들이 지나가는 소리와 타이어가 끼익대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당연히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미안해, 공원으로 데려다주려고 했는데.” 매들린은 엄청나게 실망스러운 목소리로 신음했다. “이제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
“괜찮아, 그냥 우리가 탈출했다는…” 도로변에 가까워지자 나는 말끝을 흐렸다. 아는 장소였다. 부모님을 만나러 본가에 갈 때마다 지나가는 길이었다. 여기서 공원까지는 두 시간 정도만 차를 타고 가면 될 터였다.
“할 수 있을 거야!!” 나는 흥분감에 차 토끼 머리 소녀의 털을 쓰다듬으며 작게 소리를 질렀다. 나는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아 주머니를 뒤졌다.
나는 다리우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하필 그를 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평온한 태도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는 아무 질문도 하지 않고 알겠다고 대답했다.
매들린과 나는 도로변에서 그를 기다렸다. 다리우스의 차가 서자마자 우리는 급하게 올라탔다. 다리우스는 토끼 소녀를 보고 나를 봤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 순간적으로 환각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눈을 의심했던 것 같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간략하게 그에게 설명했다. 우리 신중한 다리우스는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상황을 받아들였다.
우리는 아직도 차를 타고 가는 중이다. 공원에 도착할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자신감이 생긴 기분이다. 워린이 나를 몇 초 정도 만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나는 탈출에 성공했다. 그러니 나를 붙잡았다고 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정말로 우리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ㅋㅌ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짤 존내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손에 땀나는거 닦으면서 봤어... 매들린 넘 고맙다ㅠㅠㅠ 이 세계에도 착한 사람..(? 착한 것이 있구나 생각들기도 하고ㅠㅠ 워린 미친놈
사람이었다가 변해서 그런듯 ㅠ
와 여시 능력 미쳤다 진짜 전문 번역가 같아,,, 너무 고마워 당신의 수고로 많은 여시들의 행복이고 희망이고 빛이고 무한한 감사....
와... 진짜 대박이다 긴장감 쩐다..... 와 이거 앨리스 모티브도 있는거같은데 진짜 글 존잼이야....ㅠㅠㅠㅠ 번역해준 홍시 너무 고마워ㅠㅠㅠㅠ
와씨 개떨려 ㅠㅠㅠ 힘내 조금만 더 힘내자 ㅠㅠㅠ 갈수있어 ㅠㅠ
와 제발....
긴장감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땀나 ... 미텼다....
와 긴장감 장난아녀ㅋㅋㅋㅋ담편이 완결이라니 벌써ㅠㅠㅠㅠㅠ
그냥 콜택부르지...
와 영상으로 보고싶다 존잼... 이 다음편이 완결이겠지 ! 어떻게 끝날지 궁금해
제발ㅜㅜㅠ
와 진짜 숨막혔다 ㅠㅜㅜㅠㅠㅠ 대박존잼 워
토끼소녀ㅠㅠ 앞니로 물었니ㅠㅠ 고마워ㅠㅜ
토끼소녀 안 죽어서 다행이다 ㅠㅠㅠ
매들린최고야ㅜㅜㅜ 다리우스불안하다 다 한패일거같아ㅜㅜㅜㅜㅜㅜㅜ
아존나.. 소름돋아 막 추우려그래ㅋㄱㄱㄱㅋ
이번 편 bgm 추천 박고갑니다!! 존나 찰떡
하ㅜㅜㅜㅜㅜㅜㅜ한편 남았다니 너무 아까워..
여샤 잘 읽었어!! 넘 몰입해서 숨도 못쉬었다 ㅋㅋㅋㅋ
아아악 매들린 토끼소녀 고마ㅝ!!!
잠깐만............여주도 바뀐 아이 아니야?그러니까 매들린 행세를 하고 있는 요정같은 존재...어릴때 겁쟁이였다가 급겁없어진것도 그렇고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 까먹고 이름 다시 묻는것도 그렇고 놀이공원을 친숙하게 느끼는 것도 다..........
긴장감 미쳤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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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요정의 이름을 알게 되면 영향력 행사할 수 있다고 했던 것 같아!! 토끼 요정이 이름 너무 쉽게 알려줘서 놀란 듯 ??
매들린 ㅠㅠㅠㅠㅠ
토끼 애기 귀여워 죽겠다 ㅠㅠㅠㅠ 너무 귀여워 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불안해라
와 숨막혀ㅠㅠㅠㅜㅜㅜㅠㅠ토끼야 죽지마ㅠㅠ
택시 타는게 빠를것같은데.. 매들린은 인형탈 쓴거라고 둘러대고.. 암튼 성공하길ㅠㅠ
매들린 오해해서 미안해 진심이였구나
하 제발 좋게좋게 끝나라...제발..따흐흑 잘풀리는데 넘 불안해요
매들린 ㅠㅜ
홍시 덕분에 개재밌게 읽었어 번역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아 해피엔딩 아니라고 했던게ㅠㅜ걸려ㅜ
토끼야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