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익힘달 스무이틀, 블날, 맑음.
요즘은 『물리학 강의』라는 책을 읽는 중입니다.
전에 참으로 모처럼만에 들른 충북대학교 정문 앞에 있는
아주 오래된 서점 ‘민사랑’에 갔다가 눈에 띄어 사 들고 왔는데
헌책방에 갔다가 또 이 책이 눈에 들어와
사 두면 쓸 데가 있겠다 싶어 두 권을 갖게 된 책입니다.
특히 이 책을 두 권이나 사게 된 데에는
이 책을 추천한 이가 내가 존경하는 장회익 선생님이라는 점도
커다란 까닭이었습니다.
지금은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지만
오래 전에 선생님의 책 『삶과 온생명』을 읽으며 행복했던 시간들이 있고
이후 한 번 잠시 만난 자리에서 본 그분의 눈빛,
그 때 나는 선생님을 존경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리학 강의』를 쓴 사람은 장선생님의 제자인 듯 싶고
그렇다고 단지 그가 자신의 제자이기 때문에
추천의 글을 쓴 것은 아니라는 것이
그 짧은 글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것,
그런데 이 책은 그리 실속이 크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추천의 글에 ‘우리말을 살려 쓴 것’에 대한 칭찬이 들어 있는데
그게 오히려 약간은 혼란스럽기도 하고
간단하게 지나가도 될 것들에 대한 설명 때문에
그것이 말하려고 하는 내용을 오히려 가려서 혼란스러운 대목도 보이는데
추천사에 있는 대로 ‘입문서’라고 하니
그게 그리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좀 군더더기라는 생각이 드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습니다.
낮에는 책을 읽기도 하고 쉬기도 하다가
저녁때는 명상 모임인 ‘청주행복지기’에 다녀오니 해가 저물었는데
그 사이 어제 끌어안고 있었던 ‘어리석음의 문제’가
어제보다는 부드럽게 자맥질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생각의 시작은 ‘어리석음이 어리석음을 부추긴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을 누군가가 보면
그 본 사람 또한 어리석은 짓을 하고 싶거나 해도 되겠다는
충동을 느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가벼운 어리석음은 오히려 삶이나 관계의 활력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어리석은 짓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은
어리석은 짓은 언제나 삶의 이력에 얼룩을 남기기 때문이라는 것도
오늘 비로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지난날 저질렀던 어리석은 일을 지워버릴 수는 없는 노릇
결국 이것들을 잘 소화시키는 일이 남는데
소화의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거기서
승화가 이루어진다는 것도 보았습니다.
어제 주물러 부스러뜨려 흩어버린 뒤에 남은
깨지지 않는 덩어리들을 끌어안고
이것들을 다 소화시키려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거기에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 건지는 계산할 수 없지만
결코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니 끌어안고
천천히 소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받았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그게 불편하고 거북스러운 과정이긴 하겠지만
앞으로의 어리석음을 줄여가는 길이라는 것도 헤아리니
틈날 때마다 이것을 소화시키는 일에도
마음을 기울이고 살기로 한 오늘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