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현제명의 ‘고향생각’ 중 일부)
자유계약선수(FA)의 타 구단과 교섭 기간이 2일로 끝났다. FA 협상 기간은 3기로 나뉜다. 원 소속 구단(1기), 원 소속 구단을 제외한 구단(2기), 원 소속 구단을 포함한 모든 구단(3기)이다. 2기가 지났고 내년 1월 15일까지가 3기다.
FA를 신청한 8명 가운데 장성호(전 KIA), 최기문(전 롯데), 박한이(전 삼성) 3명이 아직 계약을 못했다. 역대 FA를 통틀어 3기에 타 구단과 계약한 경우는 없다. FA 시행 첫해인 1999년(2000시즌)에 자격을 얻은 16명 가운데 5명이 신청을 했다. 그중 송유석(전 LG)과 김정수(전 해태)가 2기까지 계약을 못하고 잔류했지만 이미 괘씸죄에 걸린 뒤였다. 김정수는 연봉이 깎였고 송유석은 동결됐다. 그리고 2000년 3월 곧바로 트레이드됐다. 박한이와 최기문은 재계약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구단이 FA 신청을 만류했던 장성호는 난항이 예상된다.
장성호에게는 애초부터 높은 장벽이 있었다. 바로 보상 규정이다. 올해 연봉 5억5000만 원인 그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24억7500만 원(연봉의 450%)이나 16억5000만 원(연봉의 300%)에 선수 1명을 내줘야 한다. 전성기가 지난 그에게 이런 투자를 하긴 쉽지 않다.
보상 규정은 구단 입장에서 소속 선수를 쉽게 뺏기지 않는 안전장치이지만 대어급이 아닌 선수에게는 족쇄다. 미국과 일본에도 보상 규정은 있다. 한국과 다른 점은 FA를 등급으로 분류해 지명권(미국), 보상금(일본) 등을 달리한다는 점이다. 그해 연봉과는 별개로 등급이 낮으면 보상 장벽은 거의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FA 등급제를 검토했지만 등급 산출 등 기술적인 부분이 복잡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지명권 양도나 보호 선수를 늘리는 문제의 경우 선수층이 엷은 현실에서 구단이 반대할 게 뻔하다. 그래도 지금의 규정은 손질을 해야 한다. 해가 지기 전부터(2기) ‘찾아오는 사람’을 아예 막아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