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늘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마6:31) 궁리 한다. 즉, “죽기를 무서워하므로 일생에 매여 종노릇하는”(히2:15) 자이다. 그런데 이런 우리를 사망의 권세에서 풀어 주시려고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죽으셨다.
본 시편은 ‘온전히 아름다운 시온에서 빛을 발하시는 하나님’(2절)을 소개하고 있다. 참으로 인생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지는 말씀이다. 시온이 어떤 곳인데 그냥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온전히’ 아름답다고 하는지, 또 그 시온에서 왜 하나님은 빛을 발하시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우선 시온을 온전히 아름답다고 했는데 그 이유부터 알아보자. 시온은 성전을 가리키는데, 성전의 아름다움은 주변 경치가 뛰어나거나 건축물이 웅장하고 화려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성전에서 행해지는 사건이 의미 있고 하나님이 흡족해하실 만한 것이기에 온전히 아름답다고 했다.
성전은 제물의 피가 있는 곳이며, 하나님의 언약이 성취되는 곳이며, 사죄의 은총이 있는 곳이며, 감사의 찬양이 터져 나오는 곳이기에 온전히 아름답다고 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구약에서 시행된 성전의 제사는 장차 오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피 뿌려 이루실 그 대업을 두고 하신 예언의 말씀이다.
이 예수님의 사역은 어둠가운데 빛을 발하시는 일이며, 이 빛만이 죽은 생명을 살리는 능력이 된다. 그런데 시온에서 빛을 발하시는 하나님이 임하실 때, 잠잠치 아니하시고 “그 앞에는 불이 삼키고 그 사방에는 광풍이 불리로다”(3절)라고 했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은 내용이다. 온전히 아름다운 곳에서 빛을 발하시면 그 광경을 보고 박수를 치면서 함께 기뻐하면 될 것 같은데, ‘불이 삼키고 광풍이 분다’고 하니 이게 무슨 의미인가?
이것은 결국 십자가 사건을 놓고 생각해야 풀릴 수 있다. 성전에서 제물의 피가 뿌려지는데 그 제물의 희생은 바로 죄인인 우리가 죽어야할 자리요, 하나님의 진노가 쏟아지는 곳이기에 불이 삼키고 광풍이 분다고 표현한 것이다. 참으로 끔찍한 장면이다.
우리는 십자가 사건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예수님이 우리 죄를 대신해서 죽으셨고, 그 공로로 우리는 용서 받아 의롭게 되었다. 그 사랑은 참으로 크고 놀랍다.’ 이런 식이다. 그러나 그 십자가는 하나님이 죄를 얼마나 싫어하시고 미워하셨는지 너무도 극명하게 표출된 현장이다. 즉 하나님이 자기 사랑하는 독생자를 버리고 처참하게 죽인 자리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 앞에는 불이 삼키고 그 사방에는 광풍이 불리로다”는 말씀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그 진노는 진노로 끝나지 않았다. 진노 속에 사랑이 담겨 있었고 용서의 은총이 숨겨져 있었다. “나의 성도를 네 앞에 모으라 곧 제사로 나와 언약한 자니라”(5절)는 말씀을 보라!
성도는 “제사로 나와 언약한 자”라고 했다. 이 말씀은 아들의 희생을 통해 용서받을 자가 있는데 그들이 바로 성도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약속했다는 말씀이다.
성경은 바로 이 언약이 핵심이다. 많은 내용의 말씀이 기록되어 있지만 결국은 언약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나님은 언약의 하나님이며, 예수님은 새 언약의 완성으로 오신 분이다. 그래서 예수님이 지신 십자가는 모든 것을 다 이룬(언약의 완성) 사건이다.
세상 만물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통해 이루신 언약을 중심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십자가를 통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성립될 수 없다. 하나님이 영광 받으시는 것도 오직 십자가를 통해서, 죄인이 용서받는 것도 십자가를 통해서, 주님과 더불어 영생 얻는 것도 십자가를 통해서, 지옥 형벌에 떨어져 비명을 질러대는 자도 십자가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아버지와 아들간의 언약을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제사를 드리면서도 그냥 짐승을 잡아 피 뿌려 죽이면 되는 것으로 여겼다. 절기가 되면 또 절차에 따라 거듭 짐승을 죽여 제사를 드렸다. 그러나 더 이상 하나님은 이런 것들을 원치 않으신다고 하셨다. “내가 수소의 고기를 먹으며 염소의 피를 마시겠느냐”(13절)고 하시면서.
이제 정말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하나님은 자기 아들과 언약하신 내용만으로 만족하시고 영광 받으시는 분이다. 짐승의 피를 뿌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보고 기뻐하신다. “감사로 하나님께 제사”(14절)를 드리는 것은, 십자가의 은혜를 믿는 것이며, 이런 자들을 향해 주님은 “내가 너를 건지리니”(15절)라고 약속하셨고, 그 십자가 은혜를 감사하고 찬양하는 것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일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