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프라우(Jungfrau)’의 ‘융(Jung)’은 젊음을, ‘프라우(Frau)’는 처녀를 의미한다
융프라우, 즉 젊은 처녀는 융프라우 아래의 인터라켄에 살던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수녀이다.
스위스인들은 이 젊은 수녀의 헌신적인 종교 활동에 감명을 받아, 가장 높은 봉우리를 ‘젊은 처녀의 봉우리’라고 이름 붙였던 것이다
융프라우는 장엄한 산봉우리와 광활한 초원, 중세풍의 도시와 호수의 아름다움까지 모두를 품고 있다
빼어난 알프스의 고봉들이 즐비한 가운데 융프라우는 알프스 최초로(200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다음날은 피르스트에서 쉬니케플라테까지 15.8km를 7시간에 걸쳐서 트레킹하였다
고원지대라서 산소가 부족한 탓에 두 배로 힘이 들고 어려웠다
하지만 융프라우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과 고운 야생화의 유혹에 빠져서 모두가 완주하였다
트레킹의 출발지 피르스트로 가기 위해서 다시 인터라켄 오스트역으로 갔다
역 광장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니 저절로 힘이 솟구쳐서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이곳은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절반 이상이 한국인으로 느껴졌다
환승하기 위해 아이거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해발 1,034m의 그린델발트(Grindelwald) 역에서 내렸다
아이거, 융프라우, 뮌히, 베터호른 등 알프스의 봉우리들을 거느린 아름다운 전원마을이다
그린델발트는 마을 가까이까지 빙하가 내려왔다고 해서 빙하 마을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현재는 빙하가 남아 있지 않고 빙하가 만들어 놓은 계곡만 흔적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이곳은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등산 열차의 환승역이자 피르스트 하이킹의 거점이기도 하다.
마을 어귀에는 알프스의 상징적 동물인 아이벡스(Ibex) 동상에 세워져 있었다
아이벡스는 유럽과 아시아, 북동아프리카의 산악지대에 서식한다.
알프스 아이벡스는 설산 지역에 서식하며 무리를 지어서 생활하는데, 늙은 수컷의 경우에는 항상 홀로 지낸다.
예전에는 알프스 산맥의 고산지대에 흔하게 서식했지만 지금은 그 수가 현저히 감소되었다.
물밀듯이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아이벡스의 거처를 빼앗지 않았나 하는 미안함이 엄습해 왔다
그린델발트에서 환승하여 알프스 트레킹의 백미인 피르스트 트레킹의 출발점 피르스트에 내렸다
피르스트 (First)는 ‘하늘 아래 첫 번째 마을’ 이라는 뜻으로 ‘퍼스트’로 읽으면 안 된다
피르스트는 스키와 하이킹으로 유명한데, 올라갈 때는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하이킹으로 내려온다
피르스트역에서 곤돌라를 타고 트레킹의 출발지로 올라간다
총 4,354m 길이의 곤돌라는 스위스에서 가장 길게 운행하는 곤돌라로 유명하다
중간에 다른 역이 있지만 내리지 않고 그대로 있으면 피르스트 정상까지 올라간다.
6인승 케이블카를 타고 25분 정도 올라가면 사계절 액티비티의 천국인 피르스트 정상에 내린다.
해발 2,168m에 있는 피르스트역은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 깎아지른 절벽 위에 있다.
이 절벽에서부터 심장 떨리는 모험이 시작된다.
피르스트에서 파울호른을 가로질러 쉬니게 플라테까지 가는 고산지대 하이킹은 알프스 지역에서 가장 클래식한 하이킹이다
융프라우지역이란 세 자매라 불리는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세 봉을 포함해 그 밑의 고원지대를 일컫는다
유네스코 목록을 뒤져보면 빼어난 산세, 빙하와 함께 끊임없이 계속되는 날씨 변화를 등재 사유로 적고 있다.
유럽 사람들이 정상에 느긋하게 머물며 날씨와 산세를 더불어 음미하는 데는 이런 사연이 있다.
산 위의 날씨가 시시각각 변하는 게 융프라우의 매력이라는 것이다.
구름 아래 숨어 있다가 가끔씩 얼굴을 내미는 고봉을 배경으로 삼아 카메라에 담는 것도 재미있었다
제(see)란 빙하호수를 뜻하는 현지어(독일어)로 호수가 많은 지명에 자주 등장한다.
해발 2,265m에 위치하며 산으로 둘러싸인 환상적인 경관의 바흐알프제(Bachalpsee) 호수에 당도하여 풍광을 즐기었다
푸른 초원 위에 잔설이 희끗희끗 남아 있고, 호수에 비친 고봉들의 모습이 지극히 아름다웠다
바흐알프제 호수에는 동화에서 보았음직한 풍경들이 고스란히 눈앞에 펼쳐져 있다.
평화로운 알파인 목초지가 펼쳐져 있으며 호수 위로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이 거울처럼 반영된다
초록 대지와 잔설과 야생화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질투가 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바흐알프제 호수는 텐트를 치고 며칠이고 머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곳이다.
길은 떠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길을 만들기 이전에는 모든 공간이 길이었다.
인간은 길을 만들고 자신이 만든 길에 길들여져 있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들이 만든 길이 아니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대개 길을 가면서 동반자가 있기를 소망한다.
어떤 인간은 동반자의 짐을 자신이 짊어져야만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어떤 인간은 자신의 짐을 동반자가 짊어져야만 발걸음이 가벼워진다...............이외수 <길에 대한 명상 수첩>중에서
높이 2,681m의 파울호른(Faulhorn) 정상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하였다
점심이라야 바짝 마른 빵과 비타민 음료 한 병이지만 허기를 달래기엔 충분하였다
거침없이 몰려오는 안개바람으로 인해 한기가 느껴져서 고어텍스 자켓을 걸쳐 입었다
산 이름은 ‘부서지기 쉬운 바위’라는 뜻이라고 한다.
거칠고 메마른 파울호른 정상의 안개 속에서 스위스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의 가슴엔 아름다운 자연과 자랑스런 역사에 대한 자긍심으로 가득 차 있다는 느낌이다
어느새 몰려든 짙은 구름이 품 안에 풍경을 숨겼다가 꺼내놓기를 반복하지만 대자연의 풍광은 일행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산꼭대기에는 1832년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지어진 산악 호텔이 아직까지 영업을 하고 있으며 여름에만 문을 연다.
호텔의 화장실이 개방되어 있었는데 따뜻한 물이 나오고 휴지까지 비치되어 있어 감동...
화장실 출입문 앞에 붙어있는 그림은 백 마디 언어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이곳에서 발생되는 오물을 그린델발트까지 헬기로 운반한다는 점을 생각하라는 의미로 읽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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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살라
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류시화 <들풀> 부분
숲에 둘러싸여 비탈길을 오르내리는 그런 아기자기함이 한국산의 재미라면 융프라우의 매력은 상상을 뛰어넘는 웅장함에 있다.
장엄한 풍경으로 시선을 압도하는 알프스를 걷다 보면 방대한 자연 속에 홀로 내던져진 것 같은 기분에 빠진다.
처음엔 조금 막막할지라도 그 길을 걷는 이들에게 결국 천천히 깃드는 건 고요, 그리고 평화....
그저 흘러가는 물소리에도 마음의 때를 씻어낼 수 있는 것이 산이다.
바위에 새긴 그림 기호만이 유일한 표지판이다
바람에 삭히고 빗방울에 녹았어도 이 길은 걷고 또 걸은 사람들이 남겨놓은 선명한 흔적을 따라 그렇게 또 걸어갈 뿐이다.
적나라한 인간의 삶과 신성한 자연의 경이가 조금의 서먹함도 없이 어우러져 있는 길.
융프라우 일대를 흐르는 이런 트레일은 무려 70개가 넘어 산객을 곳곳으로 데리고 간다.
마을에서 마을로, 풍경에서 또 다른 풍경으로...동화나 엽서 속 자주 등장하는 평온한 풍경은 알프스의 무수한 이미지 중 한 조각일 뿐.
그렇지만 현실에서 직접 트레킹을 하기란 생각만큼 수월하지만은 않다.
평균 고도 2500m로 워낙 고산지대인데다가 부드러운 초원부터 척박한 험로까지 다양한 산세가 채워지는 곳.
길가의 바위에는 트레킹 안내 표시가 있는데, 빨간 색이 들어갔다는 건 난이도가 높다는 뜻이다
거칠고 메마른 바윗길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보드랍고 촉촉한 초원길이 펼쳐진다.
그런가 하면 여름 향기가 짙게 번져드는 가운데 아직 머뭇대던 겨울의 자취가 살며시 스며든다.
시공간에 한데 뒤엉킨 초현실의 풍경 속에 아웅다웅하던 현실은 어느덧 사라지고 만다
해발 2,344m에 다다르니 그림같이 예쁜 롯지가 나타나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어린 시절 읽던 안데르센 동화 속 마을이, 달력에 있던 그림 같던 알프스 풍경이 혹 이곳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식사를 하거나 숙박하는 트레킹족 외에는 출입이 허가되지 않아 매우 실망하였다
우리는 롯지를 지나쳐서 눈쌓인 길을 한참 걸어 내려와 널찍한 바위 위에서 휴식을 취하였다
천만년이 넘은 깊고 깊은 겨울을 머리 위에 두고 여행자의 발아래 밟히는 건 싱그러운 초원의 여름.
한 걸음 차이로 간단히 계절을 건너뛰는 대자연 속에서 걷는 이의 마음도 단순해진다.
세상의 슬픔이나 기쁨이나 멀리서 돌아보면 결국 하나의 언덕..오르막과 내리막 차이에 불과한게 아닌가...?
하늘이 무시로 표정을 바꾸며 신비로움을 더하는 길....
산은 풍경을 감추고 일행에게 잠시나마 오롯이 나를 만날 시간을 내어준다.
나는 어디로 가는가.
나는 그저 이 산속을 떠돈다.
나의 고독한 마음의 휴식을 찾아서...
트레킹의 종착지 쉬니케 플라테 역은 가도 가도 나타나지 않았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한참 전에 내가 섰던 곳이 아득하게 멀어져 있다
언덕을 넘어온 바람이 등을 떠밀고, 들풀은 그냥 쉬어가라고 은근한 미소로 우리를 유혹한다
드디어 7시간의 트레킹의 종착지 쉬니케 플라테(Schynige Platte)에 도착하였다
수많은 하이킹 코스가 있지만 대표 코스중 한 곳을 꼽으라면 ‘톱 오브 스위스’라고 불리는 쉬니케 플라테이다.
매년 5월이 되면 1893년에 개통된 톱니바퀴 철도를 따라 열차가 운행을 시작한다.
해발 1,967m에 위치한 이곳은 600여 종의 야생화가 자생하는 비밀의 화원이다.
겨울을 견디고 눈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야생화는 5월부터 10월까지 시기를 달리해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융프라우, 묀히, 아이거 세 봉우리가 보이는 이곳을 보면 스위스를 모두 본 것이라고 해서 ‘톱 오브 스위스’라고 부른다.
알프스는 산악열차외 곤돌라, 케이블카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스위스 트레킹은 기차나 곤돌라를 타고 어느 정도 높이까지 올라간 다음 내려오면서 즐길 수 있다.
어떤 이는 정복을 꿈꾸는 도전의 정상. 또 어떤 이에게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삶의 의욕을 얻게 하는 것이 산이다.
빌더스빌로 내려오는 산악열차에 탄 우리 일행들의 얼굴에 그윽한 행복이 서려있다
우리는 19세기 철도 기관차와 나무의자로 된 고풍스런 톱니바퀴 열차를 타고 내려가며 알프스의 풍경을 즐겼다
융프라우지역의 2일 패스권을 사면 이틀 동안 산악열차, 곤돌라, 케이블카를 마음껏 탈 수 있다
매우 편리하긴 한데 한 가지 단점은 1인당 20만원 이상으로 비싸다는 것이다
열차 안에서 검표원이 표 검사를 하고 나서 이런 초코렛을 하나씩 주고 가는데 이것 또한 소소한 기쁨이다
빌더스빌(Wilderswi)역에 내려서 인터라켄으로 가는 열차로 환승하였다
작은 휴양지인 빌더스빌은 여행객으로 붐비는 인터라켄의 인근 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인터라켄의 북적임에서 벗어나 한적하게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지역이다
또한 하이킹, 쇼핑 및 겨울 스포츠, 여행을 위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중심적인 위치에 있다는 장점도 함께 가지고 있다
트레킹을 마치고 토요일 오후 6시에 집전되는 인터라켄성당의 특전미사에 참례하였다
흑인 신부님이 집전하는 미사는 경건하였으며, 현지 신자들은 우리를 따뜻이 맞아주었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분위기와 느낌만으로도 주님의 은총을 충분히 만끽하였다
미사를 마치고 인터라켄의 한인식당 <강촌>에서 저녁식사를 하였다
삼겹살은 고향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하였으나 서비스나 환경은 개선해야할 점이 많아 보였다
이곳은 해가 9시 반에 넘어가기 때문에 식사를 마치고 나온 시각에도 대낮처럼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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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行을 다녀와서
알프스 트레킹(2)-젊은 처녀 융프라우의 유혹에 빠지다
나마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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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15 22:17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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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진 풍광과 함께.. 회원님들의 찐한 우정이
묻어납니다.
몸은 힘들었어도 가슴엔 설레임과 뿌듯함.. 경이로움..
만감이 교차했겠군요..
그날의 발자취에 제가 마치 동참하는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올라간듯한 느낌
알프스는 같은 공간에서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이름을 알 수 없는 야생화들의 소박한 아름다움은 특별했습니다
케이블카와 산악열차에서 내려서 걸었던 트레킹이 참 좋았습니다
고산지대라서 두 배로 힘들었지만 알프스의 속살을 자세히 볼 수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