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이어가는
원산면옥 냉면집
한자리에서 반세기를 넘어 2013년에 창업 60돌을 맞이한 업소. 혹자는 이 업소를 공개적으로 모바일에 광고하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의혹의 눈길을 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걱정보다는 어떤 비결이 있기에 이렇게 롱런하면서도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는지에 관심을 갖는 게 더 좋을 것이다.
좋은 음식점을 많이 가진 도시의 사람들은 그만큼 행복할 것이고, 그런 정보도 서로 나눠야 이용이 가능하리라 믿기 때문이다. 작년에 서울 동국대학에서 여행작가 과정을 15주 학습하면서 맛집의 중요성에 새삼 주목하게 되었다. 신문이나 잡지가 전하는 여행정보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것이 이름난 맛집인 것은 이제 너무나 흔한 일이다.
50년 전, 직장 사람들을 따라 이 냉면집에 첫발을 디딘 후, 1970년대에는 어린 것들을 달고 가족끼리 가끔씩 들르기도 했었는데, 40년 가까이 통 걸음을 못했었다. 아마도 그 세월 동안 냉면 말고도 먹거리가 다양하면서도 풍족해진 것과 나의 생활근거지가 이 업소로부터 멀어진 것을 떠올리게 된다.
송도란 지명이 말해주듯 깎아지른 벼랑 위에도 송림이 빼곡했다. 벌써 하늘은 가을을 닮아 하얀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있고 은빛으로 눈부시게 반짝이는 바다…. 등에 땀이 흥건할 정도로 해안산책로와 백사장을 누비면서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대다가 갑자기 떠오른 냉면집. 그러자 시장기까지 느껴져 바로 차에 올랐다.
아직 정오가 되지도 않았는데 90석 정도의 홀엔 노부부를 비롯한 젊은 주부들까지 절반 이상이 자리를 잡았다. 그동안 냉면하면 무조건 비빔만 먹어왔던 내가 오늘은 갈증 때문에 ‘평양식’을 주문하자, 먼저 돈 만 원부터 받아 챙긴다. 그러곤 주방에다 대고 ‘냉면 하나’하고 소리친다.
뜨거운 육수 주전자와 물 컵 그리고 가위가 먼저 식탁에 놓인 후 10분 가까이 지나자 드디어 물냉면이 도착했다. 순전히 국산만 사용한다는 식재료에는 生자가 붙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나와 있고, 함흥냉면은 고구마전분으로만 만드는데 비해, 평양냉면은 메밀과 고구마전분을 섞어서 만든다는 안내판도 붙어있다.
그런데 그 흔한 맛자랑 유명업소 방송출연 사진이 한 장도 붙어있질 않아서 신선했다. 대신 호랑이와 용 같은 민화가 고급액자에 담겨 벽면에 걸려 있어 품격을 느끼게 한다. 도착한 냉면엔 반찬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쫄깃한 면발과 약간은 얼큰한 것 같으면서도 담백한 국물 맛이 몇 십 년 전의 그 미각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다.
영화관이 그러하듯 식당도 혼자 드나들기가 어색한 곳이지만 은퇴자 신세가 된 후 나는 혼자 쏘다니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러다 보니 찬밥 더운밥 가릴 형편이 못되어 이젠 흔한 일상이 되고 말았다. 여름이 물러갔지만 부산 원도심의 중심인 남포동에서 오늘도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아래 업소를 찾아 진미를 느껴보는 것도 행복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