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속 갈등구조의 한축을 담당했던 악녀의 모습이 시대변화에 따라 오히려 연민을 느끼는 시청자가 늘고 있다. 최근 종영된 <위풍당당 그녀>
ⓒ2003 MBC
드라마 속 악녀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드라마 갈등구조에 자주 등장하는 선녀(善女)와 악녀(惡女)의 역할은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시청자들의 반응은 달라지고 있는 것.
지난 8일 종영한 MBC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에 등장하는 악녀, 김금희(김유미)에게 보이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를 뒷받침한다. 극중 금희는 태성그룹의 친손녀 은희(배두나)의 삶을 대신 살고 있는 인물이다. 가짜 인생을 진짜처럼 살아내기 위해 비열한 행동들도 서슴지 않고 해낸다.
상식을 벗어난 악행이 이어지자 ‘위풍당당 그녀’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런 금희를 비난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
그러나 눈에 띄는 것은 ‘나는 금희가 좋아’라고 외치는 네티즌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는 점이다.
성공향한 처절한 몸부림에 시청자들 연민
금희를 좋아하는 네티즌들은 “악녀로 등장하는 금희를 보고 있으면 나의 삶이 자극된다. 성공을 향한 야망으로 가득 찬 금희의 모습은 기계적으로 회사생활을 하던 나를 뒤돌아보게 한다”라며 악녀의 매력을 예찬한다.
악녀 동정론을 펼치는 네티즌도 있다. 아이디 SSUNE2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고지가 눈앞이야. 이제 다 됐어’라며 그룹의 후계자가 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금희가 너무 처량합니다. 살아 남기 위해 저럴 수밖에 없는 금희도 희생자가 아닐까요”라고 적고 있다.
성공을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악녀에게 강한 생존력과 연민을 느낀다는 시청자들의 의식의 변모는 ‘악녀’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던 과거와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시대변화따라 수동적女 보단 능동적女 호감
지난해 방송됐던 SBS 드라마 ‘라이벌’의 정채연(김민정)도 비난과 사랑을 동시에 받은 악녀. 극중 정채연은 부잣집 입양아로 자신이 언제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성장하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으로 그 불안함을 해소하고자 한다. 극중 라이벌이자 아버지의 친딸인 정다인(소유진)에게 악랄함도 과시하지만 드라마 홈페이지는 악녀의 해피엔딩을 기대한다는 글들이 가득했다.
이처럼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악녀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악녀 역시 선녀와 마찬가지로 아픔이 있고, 그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인물이라는 점. 무조건 지고지순한 전통적인 여성에서 탈피해 능동적이고 강인한 여성을 대변하는 점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박진형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방송 모니터 담당관사는 “식상해질 정도로 획일화되었던 악녀에서 탈피해 자책하고 반성할 줄 아는 악녀의 등장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기존의 선악구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변형된 악녀 역할 또한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방송사의 고육지책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지적했다.
첫댓글 악녀도 상식이하의 악녀들이 많은게 탈이라고 봅니다..전부 이쁘고..부잣집 딸내미들로 나오고..어떤떈.. 주인공인 착한 여자를 더 착하게 보여주기 위해서 더 악하게 그리는데.. 안됬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