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해본 이번산행은 산행이기 보다 "등반"쪽이고 그 만큼 무리일거라는 생각이 지배했다.
식구들도 이 날씨에 설악산이라니 드디어 니가 돌았다는둥 다들 한마디씩 한다.
하지만 산친구들이 나를 부르고 산이 날 부르는 소리에 설악산행을 결심했다.
강원도쪽으로 갈수록 역시 하얀눈이 많이 보인다.
산입구는 생각보다 눈도 안내리고 그리 춥지 않았다.
깜깜새벽에 졸졸흐르는 계곡소린 정말 청명,청량 그 자체였다.
오색약수터쪽은 누가 그렇게 부탁했는지 반갑지도 않은 돌계단을 끝임없이 만들어져 있어 만만치 않았다.
가끔씩 하늘의 초롱초롱한 별들을 보면서 그렇게 조심조심한발 한발 산을 올랐다.
어느덧 동이트고 주위의 나무들과 눈덮힌 산등성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러셀이 안되어있는곳은 역시 허리 만큼이나 눈이 쌓여있었다.
악~ 몇시간이나 올랐을까 이제 그 악몽같은 오르막!
여기서 기록적인 11명의 중도하산한 님들이 생겨났을 것이다.
여태까지 살면서 이렇게 내다리가 천근만근 무거운적은 없었다. 내다리들은 아무잘못도 없이 주인잘못만나 이런 혹사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두다리가 거의 실신상태에 있을때 내 팔들이 가세를 해 네발로 산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 내가 개나 토끼면 얼마나 편할까?' 잠시 이런 바보같은 생각도 해보는데 이젠 허리마져 힘들다며 적신호를 보낸다.
허긴 내 개미허리가 그 힘을 다 어떻게 견뎌! 푸하하~
그런데 이 나잇메어의 오르막은 끝없이 펼쳐지는데 뒤따라오던 나목님 클레오 엉덩이 자랑그만하란 소리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그 자세를 유지 할수 밖에 없었다.
80먹은 노인의 신음소리가 나도 모르게 '에고, 아이구 절로난다. 거기다 강풍이 몰아쳐 내 볼들은 이미 감각을 잃고 얼어붙어 쩍쩍 갈라져가고 있었다.
얼마나 추웠으면 눈알 까지 시려울까!
정상이 코앞에 있었는데 아무리 올라도 보이지 않아 마치 사막에 신기루처럼 잡히지 않았다.
정상이 몇미터나 남았을까 정말 삶과 죽음의 기로에 있었을 정도도로 도저히 앞으로 갈 힘이 없는것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 그냥 코박고 몇분을 있었을까 그 와중에 졸음이 솔솔 오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난 몇칠전 폭설때 산에서 사고 난사람들이 번쩍생각났다. '자면 안돼,자면 죽어'
나의 구세주 나목님은 그런 나를 끌다시피 대청봉까지 끌어올려 주셨다. 언제나 외치는 그 "힘" 파워의 위력을 이제야 실감하는 순간!
드디어 대청봉이 손에 잡힐만한 거리에 있었을때,말없는 대청봉은 여기까지 사투를 벌이며 올라온 의지와 끈기의 산악인들을 비웃듯이 초강력,울트라,메가톤급의 회오리 강풍으로 우릴 단숨에 휙 날려 내리 쳤다.
그 위력이 얼마나 악명놓았으면 주위엔 나무한그루 찾아볼길 없고 시꺼면 바위들끼리만 서로 머릴맞대고 있었을뿐...
대청봉 바로 뒤에 산장이 눈에 보이자 오아시스를 찾은듯 어린아이처럼 그렇게 기쁘고 감격스러울 수가!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갔을때 그 따뜻하고 아늑한 기운 아~ 천국이 따로 없었다.
거기다 뜨거운 라면발과 국물이란 으음~~ 정말 임금님 수라상조차 비교가 안될맛이다.
배불리 먹고 정신차리고 거울을 보니 어디서 많이 본듯한 얼굴이 생각났다. 맞아! 엄길홍.(엄홍길인가? 암튼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산악인인데...갑자기 생각이 안나내요)
그 분처럼 얼굴이 얼어 빨갛다 못해 거뭇틱틱한것이 아닌가.
나목님의 철저한 사전 준비덕에 썬크림을 너나 없이 듬북바르고 하산길에 올랐다.
하산길의 에피소드는 단연 눈썰매장! 봅슬레이 코스까지 겸비하여 원없이 바지가 다 닿도록 신나게 타고 내려왔다.
한편으론 몇시간전에 죽을 힘을 다해 기어올라온 곳을 이렇게 재밌고 쉽게 내려오다니 참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다 와서 보니 바지가 여기 저기 긁히고 헤지고 다 젖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설악의 화장실은 호텔급과 맞먹을 정도의 시설때문에 손말리는 드라이에 엉덩이를 조금이나마 말릴 수 있었다. 따뜻한 바람이 아니라서 오래할순 없었다.
공덕님이 빨모님이 다 차에 타라고 하시는데도 나랑 단풍은 가고 싶지 않았다. 화장실의 히터가 넘 따뜻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앉아서 산행담을 하고 있으려니 시간가는줄 모른다.
암튼 고생스러운 만큼 할 말도 많고 기억할것도 많은 산행이였고, 나의 용감한 도전과 해냈다는 뿌듯함.
이제 그 어떤산도 다 수용할 만큼의 큰 자리를 가슴속에 분양 받은 기분이다.
마지막으로 다시한번 나목님의 살신성인 정신을 깊이 새기고 말로서는 다 표현 못할 감사함을 깊이 간직하며 존경하게 될것이다.
두서 없이 쓴글 부끄럽기 짝이 없고 여기 까지 읽어 주신 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카페 게시글
산행 일기 & 사진방
정상일기
'설악' 그 각본없는 드라마!!! (극장개봉예정작) 나목감독,주연의 "클레오 일병 구하기"
클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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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0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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