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는 24절기의 스물두 번째,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동지였습니다. 오전에 사택 현관문을 세차게 두드려서 나갔더니 얼마 전 집을 짓고 이사 오신 어르신이셨습니다. 동지라고 팥죽을 쑤셨다고 가져오셨습니다. 좋은 이웃이 되어야지 싶습니다.
그동안 동지라고 특별히 팥죽을 쑤어 먹은 적이 없는데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동지에 팥죽을 먹는 이유는 무속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 자체로도 필요한 먹을거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찾아보니 ‘팥이 들어가는 음식은 소원을 이루어준다고 믿었지만, 그 사실 여부를 떠나 팥이 지닌 여러 가지 효능으로 보아 건강식품임에는 틀림없다. 팥은 피부가 붉게 붓고 열이 나고 쑤시고 아픈 단독에 특효가 있으며, 젖을 잘 나오게 하고 설사, 해열, 유종, 각기, 종기, 임질, 산전산후통, 수종, 진통에도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한 번 먹는 것으로 그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나 재앙이 있을 때에도 팥죽, 팥밥, 팥떡을 해서 먹는 풍습이 있는 걸 보면 오늘의 우리 보다 자주 먹었지 싶습니다. 동지 팥죽을 먹었으니 긴 겨울을 잘 보내길 기도합니다.
2. 어제 청소를 마치고 춥다며 종종 걸음으로 문을 향해 가는데 고향이 한 마리가 놀라서 도망을 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상황을 보니 배가 고파서 왔는데 빈 그릇인 것입니다. 저희는 아침과 저녁에만 사료를 주고, 가끔 고양이들이 밥 주는 주변에서 서성이면 주기도 합니다. 아마 그 고양이는 빈 그릇 앞에서 넋을 잃고 쳐다본 모양입니다. 그러다 제 발소리를 못 듣다가 제가 가까이 와서야 듣고 놀래서 도망을 간 것입니다. 밥도 먹지 못하고 놀라서 가는 고양이를 보면서 밥 주는 그릇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작은 그릇 6개에 나눠서 줍니다. 싸우지 말고 먹으라는 의도인데 가끔 여섯 마리가 넘으면 작은 다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여기에 아예 큰 그릇 하나에 사료를 충분히 담아서 놔두면 언제든지 와도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 생각대로 제가 할지 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 이 추운 겨울에 빈 그릇만 보고 놀라서 간 고양이가 안쓰럽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넘어 많은 동물들도 긴 겨울을 잘 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