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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윤석열씨가 기습적으로 계엄을 발표하기 하루전인 12월 2일 서필리핀해 해역에서 러시아의 킬로급 디젤 잠수함 1척이 예인선 1척과 함께 수상항해중인 모습이 포착되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소식에 대해서 쓸까 하다가 일도 있고 계엄 사태까지 일어나서 손을 못댔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다시 생각이 나서 글을 쓸까 합니다.
우리는 계엄의 10여일동안 잠깐 1970~80년대의 독재시절로 회귀해버렸으나, 지구는 여전히 계속 돌았고 세계도 여전히 계속 바쁘게 움직인 듯 합니다. 그것도 전쟁을 향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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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일 국내기사.
https://v.daum.net/v/20241202152857824
// 러시아의 최신형 공격용 잠수함이 최근 남중국해에서 포착돼 필리핀군이 추적에 나섰다.
2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인콰이어러는 복수의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해군의 킬로급 공격용 잠수함 ‘우파(Ufa)’가 지난달 28일 필리핀 중부 옥시덴털민도로주에서 서쪽으로 약 148km(80해리) 떨어진 해상에서 처음 포착됐다고 전했다.
우파함은 이례적으로 수면으로 떠오른 상태로 주말까지 북쪽으로 천천히 이동해 필리핀 영해를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잠수함이 수면으로 떠오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
// 우파 잠수함은 2016년 체결된 태평양함대를 위한 6척의 신형 디젤·전력 엔진 잠수함 건조 사업에 따라 생산된 네 번째 잠수함이다.
이 잠수함들은 세계에서 가장 은밀하게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까닭에 ‘블랙홀’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또 수면 및 수중에서 탐지된 목표물 파괴, 순찰·정찰 등 폭넓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중략)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때 사용한 칼리브르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
// 미해군연구소(USNI) 뉴스에 따르면 우파함은 지난달 23일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 해군 기지를 방문한 뒤 남중국해에서 작전을 수행했다.
우파함은 캄차카 해군 기지에 있는 러시아 태평양 함대의 잠수함 기지로 돌아갈 예정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25일에는 초계함 레즈키함·그롬키함 등으로 구성된 태평양 함대 수상 작전 그룹이 태국 사따힙 해군기지를 방문한 뒤 남중국해로 향했다.
러시아 해군은 지난달 초 인도네시아 자바해에서 인도네시아 해군과 첫 합동훈련을 하는 등 최근 동남아 각국과 교류를 강화하면서 남중국해에서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
// 이와 관련해 지난주부터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CVN-72)함이 이끄는 항모전단이 남중국해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인콰이어러는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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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USNI News기사.
https://news.usni.org/2024/12/03/advanced-russian-attack-submarine-operating-in-the-east-china-sea
일단 이 Ufa라는 녀석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드릴 필요가 있을듯합니다.
Ufa(B-588)는 러시아의 Kilo급 디젤 잠수함(SSK)입니다. 그 중에서도 Kalibr 순항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최신개량형인 Project 636.3에 속합니다.
Kilo급은 2차대전 이후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건조된 군용 잠수함이기도 합니다(총 83척). 정숙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블랙홀'이란 별명도 가지고 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Kilo-class_submarine
Kilo급은 현재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실전을 처음으로 치루고 있습니다(* 사실 2차대전 이후로 군용 잠수함이 실전을 겪은사례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대함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인해 러시아 흑해함대 소속 수상함들의 활동이 제약받고 있는 상황속에서 주요한 지상타격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Kilo급 중에서 Ufa함(B-588)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건조되어 발트해에서 시운전을 마치고 2022년 11월 16일에 러시아 해군에 취역하였습니다.
https://www.navalnews.com/naval-news/2022/11/russian-navy-commissions-project-636-3-submarine-u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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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링크하였던 USNI News 기사에 따르면 Ufa의 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대략 2023년 12월에 지중해를 거쳐 시리아의 Tartus 해군기지에 주둔하며 시리아 내전과 관련된 작전들을 수행하였고, 올해 9월 말에서 10월에 러시아 태평양 함대로 배속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2. 올해 10월에 Ufa는 예인선 Alatau와 함께 인도의 Kochi에 방문하였고, 11월 7일에서 10일까지 인도네시아의 Surabaya에 방문했습니다.
3.11월 20일에서 23일까지 말레이시아의 잠수함 사령부가 있는 Kota Kinabalu에 방문하였고, 그 직후에 말레이시아 해군소속 스콜펜급 디젤 잠수함 1척 및 수상함 1척과 함께 항행훈련을 실시했습니다.
4. 5일 뒤. 11월 28일을 전후하여 수상항해중인 Ufa가 필리핀군에 의해 서필리핀해 해상에서 관측되기 시작했습니다. 11월 28일에는 필리핀 해군 호위함 Jose Rizal함이 Ufa와 무전교신.
* 이때 Ufa는 Alatau와 따로 떨어져 항해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11월 23일에서 최소 11월 28일까지는 잠수항해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사에서는 이러한 디테일은 서술하지 않았더군요.
5. 3일 뒤. 12월 3일에 Ufa와 Alatau가 일본 자위대에 의해 오키나와 서쪽 요나구니섬과 이로모테섬 사이의 해협을 통과한 것이 관측되었고, 해자대 급유선 1척과 P-3C 해상초계기 1기가 추적하였습니다.
6. 6일 뒤. 12월 9일에서 12일까지 Ufa와 Alatau가 중국 칭다오에 방문하였습니다.
* 러시아 국영 언론사 TASS통신 기사를 통해 칭다오 방문 소식이 전파되었으나 서방언론은 Newsweek를 제외하면 칭다오 방문소식부터 관련 보도를 일제히 멈추었음. 흠...
https://tass.com/defense/1884587
https://tass.com/defense/1886253
https://www.newsweek.com/russia-news-attack-submarine-calls-chinese-port-1997716
8. 12월 12일에서 지금 현재까지 Ufa와 Alatau의 행적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음. 블라디보스토크 입항예정이라는 것밖에.
* 현재 Ufa는 Alatau와 따로 떨어져 잠수항해 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한해협을 수상에서 항행하면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 군에게도 포착되니까요.
여기까지가 간단한 버전의 Ufa의 여정입니다. 네. 간단한 버전입니다.
왜냐하면 제 생각에 Ufa의 여정은 2024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중국과 미국의 남중국해를 둘러싼 거대한 힘겨루기의 한 단면facet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Ufa의 여정을 둘러싼 더 큰 그림을 정리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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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더 큰 그림. 이것저것 다 끌어다 이어붙였습니다.
1. 2024년 10월부터 2024.12.03까지.
- 인도네시아, 미얀마, 말레이시아, 태국, 러시아, 중국해군의 광범위한 지역(오키나와 인근, 대만 인근, 남중국해 일대)에서의 방문-훈련-항행활동이 이어져 왔음.
+ 2024년 10월 XX일. Ufa와 Alatau가 인도 Kochi를 YY일간 방문. 인도네시아 Surabaya를 향해 대략 ZZ일 항해(추정).
2. 2024년 11월 4일부터 11월 12일 이전.
- 호르무즈 해협 동쪽(이란 바로 아래)에 머물던 미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투단이 아덴만을 향해 기동.
3. 2024년 11월 7일부터 11월 10일.
- Ufa와 Alatau가 인도네시아 Surabaya를 방문. 말레이시아 Kota Kinabalu를 향해 10일간 항해.
4. 2024년 11월 12일.
- 미 링컨 항모전투단이 아덴만을 찍고 인도양을 향해 동진.
+ 2024년 11월 18일. 미 링컨 항모전투단이 인도남쪽 해상에서 말라카 해협을 향해 동진.
5. 2024년 11월 20일부터 11월 23일.
- Ufa와 Alatau가 말레이시아 Kota Kinabalu를 방문. 필리핀 Cape Calavite 서쪽 80해리 해점을 향해 5일간 항해.
+ 2024년 11월 23일. 미 링컨 항모전투단이 말라카 해협에 접한 말레이시아 Port Klang을 방문.
6. 2024년 11월 28일 전후.
- 수상항해중인 Ufa가 필리핀군에 의해 서필리핀해 해상에서 관측되기 시작. 11월 28일에는 필리핀 해군 호위함 Jose Rizal함이 Ufa와 무전교신. 루존해협을 지나 오키나와 서쪽을 향해 북북동으로 5일간 항해.
* 이때 Ufa는 Alatau와 따로 떨어져 항해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11월 23일에서 최소 11월 28일까지는 잠수항해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사에서는 이러한 디테일은 서술하지 않았더군요.
+ 2024년 11월 29일부터 11월 31일.
- 쓰시마 해협 및 미야코섬 북서쪽 80해리 해점에서 중국 호위함 각각 1척씩 항행.
- 2024년 11월 29일. 호주공군 P-8A 해상초계기 2기가 Operation Gateway를 실시. 말레이시아의 Base Butterworth 공군기지에 항공기들이 전개하여 북인도양과 남중국해를 초계.
* 마치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에서의 '해상활동'이 감지되자 미 항모전투단과 호주공군이 남중국해 방면에서 말라카 해협으로 빠져나오려는 해상세력을 차단하려는 듯한 기동을 실시.
7. 2024년 12월 3일.
- 일본 자위대에 의해 Ufa와 Alatau가 오키나와 서쪽 요나구니섬과 이로모테섬 사이의 해협을 통과한 것이 관측됨. 해자대는 급유선 1척과 P-3C 해상초계기 1기로 추적. 중국 칭다오를 향해 북쪽으로 6일간 항해.
8. 2024년 12월 8일부터 12월 11일.
- 말 그대로 중국이 90여척의 함정을 동원하여 대만을 둘러싸고 손에 꼽을 정도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아무런 사전발표없이 기습적으로 개시.
// There was no immediate public announcement by the PLA or Chinese state media about increased military activity around Taiwan. //
* Ufa의 항해 스케쥴은 중국측의 대만을 둘러싼 대규모 군사훈련 일정과 사전에 조율된 것으로 보임.
9. 2024년 12월 9일부터 12월 12일.
- Ufa와 Alatau가 중국 칭다오를 방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향해 ??일간 항해.
* 러시아 국영 언론사 TASS통신 기사를 통해 칭다오 방문 소식이 전파되었으나 서방언론은 Newsweek를 제외하면 칭다오 방문소식부터 관련 보도를 일제히 멈추었음. 흠...
10. 12월 12일부터 지금까지.
- Ufa와 Alatau의 행적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음.
* 현재 Ufa는 Alatau와 따로 떨어져 잠수항해 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한해협을 수상에서 항행하면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 군에게도 포착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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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략적인 큰 그림을 얼기설기 대강 이어다 붙여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것들을 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젠 피곤하기 때문에 짧게 줄이자면, 저는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어디에서나 펼쳐지고 있는 전쟁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땀과 석유만 흘렸지만 앞으로는 피까지 흐를지도 모르겠단 끔찍한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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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내용.
어쩌면 미국을 비롯한 파이브아이즈 국가들은 Ufa의 여정 그리고 12월 8일에서 12월 11일에 벌어진 중국의 기습을 사전에 감지하고 일련의 대응을 구상 및 실행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러한 액션과 대응은 남중국해 혹은 인도-태평양 전역에 대한 매우 치열한 정보활동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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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리아에선 망신을 당했지만 나 아직 안죽었다, 이놈들아! 란 푸틴의 포효가 들리는듯 합니다.
말레이시아와 태국 포지션이 좀 재밌네요. 말레이시아는 해군기지 러시아가 이용하고 공군기지는 영연방이 이용하고 ㅋㅋ 관련건으로 디코에서 뵐 수 있을까요? ㅋ
특히 말레이시아에선 같은 날인 11월 23일에 러시아 잠수함은 출항하고 미국 항모전투단은 입항했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사람들이 필리핀이 미중 양쪽을 오가며 깍쟁이짓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에 보니까 동남아 전체가 그런것 같아요. 역시 자기네들의 전략적 가치를 잘 안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강대국의 고래싸움에 적절히 처신하려는 새우들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