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세례지만 기쁨은 백배” 100세 할아버지 영세
김용신 할아버지가 9월 8일 전주교구 전동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있다. 전주교구 홍보국 제공
세례를 받은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김용신 할아버지(앞줄 오른쪽)와 세례자들. 전주교구 홍보국 제공
“그저 하느님을 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신앙인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지 70년 만에 세례를 받고 주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난 이가 있다. 전주교구 전동본당 김용신(요셉, 100) 할아버지가 주인공이다. 전동성당에서는 9월 8일 김 할아버지를 포함한 5명을 위한 세례성사가 거행됐다.
김 할아버지가 신앙인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1954년, 30살 때였다. 당시 김 할아버지가 교사로 재직하던 수분국민학교(현 장수초등학교)가 있던 전북 장수군 장수읍 수분리에는 1866년 병인박해를 피해 모여든 신자들이 교우촌을 이뤄 살고 있었다. 김 할아버지는 수분국민학교 재직 당시 알고 지내던 신자들이 참 좋았고, 그들을 보며 세례를 받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유교 집안에서 제사를 모셔야 했고, 경제적으로도 집안을 일으켜야 했기에 신앙인이 되겠다는 마음은 가슴 속에만 간직해야 했다. 그러다 70년 세월이 지나고 100세가 된 뒤 모든 결정권을 큰아들에게 일임하고 나서 자녀들에게 “세례를 받겠다”고 선언했다.
김 할아버지는 교리교육을 받는 6개월간 단 하루의 결석도 없이 교육에 참여했다. 100세의 나이로 눈과 귀가 어두워 어려움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6개월간 교리교육에 동행한 넷째 딸이 김 할아버지의 발이 돼주고, 함께 교육받은 형제자매들이 김 할아버지의 눈과 귀가 돼준 덕에 무사히 마치고 세례를 받을 수 있었다. 김 할아버지는 “하느님을 알아가고 믿음의 신앙인이 되고 싶어 교리를 받고 세례를 받았다”며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세례식 중에는 간암 투병 중 대세를 받았던 김종오(라파엘)씨가 첫 영성체를 모셨다. 김씨는 올해 4월 간암 진단을 받았다. 신자였던 아버지와 아내를 보며 항상 세례를 받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던 그는 죽음 앞에서 ‘하느님을 만나야겠다’고 여기고 서울성모병원에서 대세를 받았다. 그리고 항암 치료 중 고향 전주로 내려와 전동성당에서 교리교육을 받았다. 지금도 매일 미사를 봉헌한다는 김씨는 “하느님을 만나게 돼 기쁘다”며 하느님 안에서 기쁘게 신앙생활을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교리교육을 지도한 전동본당 보좌 강석희 신부는 “세례받은 지금부터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분들이 되셨고 빛의 자녀로 태어났다”고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