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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호] 2011년 08월 17일 (수) 15:06:22 |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
1977년 11월 11일 전북 이리시(현 익산시)에서는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끔찍한 사고가 터졌다. 이 사고는 당시 기록적인 인명·재산피해 외에도 여러 가지 뒷얘기들을 남겼는데 당시 인근 극장에서 리사이틀을 하고 있던 가수 하춘화 씨가 생환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화제를 모았다. 특히 하 씨를 구해낸 사람이 무대 사회를 맡았던 고 이주일 씨로 알려지면서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은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으며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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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11월 11일 오후 9시 13분 경 이리역에서는 느닷없이 천지를 뒤흔드는 폭발음이 터졌다. 다이너마이트와 전기 뇌관 등 40t의 고성능 폭발물을 싣고 있던 한국화약의 화물열차가 폭발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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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춘화 씨가 ‘물새 한 마리’를 부르는 중이었다.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는 듯 엄청난 굉음과 함께 10m 높이의 천장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수백 명의 관객들이 있던 극장 안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여기저기서 신음과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정전이 돼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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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 당시 무너진 삼남극장에서 하춘화 씨와 고 이주일 씨를 구출했다고 주장하는 유이호 씨.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이 씨 역시 생전에 하 씨를 구한 일화를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15세 연하인 그녀를 공주님처럼 모셨다. 지역 깡패들이 그녀에게 접근하려면 우선 나부터 상대해야 했다. 이리역 폭발사고 때 나는 머리가 깨진 상태에서도 그녀부터 찾았다”라고 말했다. 또 이 씨는 “하춘화가 내 머리를 밟은 순간부터 머리카락이 나지 않았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 씨는 한 일간지 연재를 통해서도 자신이 하 씨를 구했다고 했다.
“전쟁이 난 줄 알았다. ‘꽝’ 하는 폭발음과 함께 극장 지붕이 모두 날아가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하춘화 씨부터 찾았다. 불길이 치솟는 난로 옆에 그녀가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나도 머리에 피를 많이 흘린 상태였지만 무조건 그녀를 업고 뛰었다. 그녀가 죽어서는 안된다는 생각뿐이었다. 극장 밖으로 나오자마자 쓰러졌다. 이때 14명이 죽었고 나는 뒷머리가 함몰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유 씨의 증언은 완전히 다르다. “이 씨가 하 씨를 구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으며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 씨에 이어 이 씨를 업고 나온 사람은 나다. 특히 당시 이 씨는 내가 구하기 전에는 벽돌에 깔려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였다”는 것이 유 씨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유 씨는 왜 3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진실을 공개하는 것일까. 유 씨는 여러 번 사실을 알릴 생각도 했었지만 생색내기로 보일 것이 염려돼 침묵하고 있었다고 한다. 또 고인이 된 이 씨에게 본의 아니게 피해가 갈까 걱정도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하 씨가 방송에서 사실과 다르게 말하는 것을 보고 인간적인 섭섭함과 함께 이제라도 진실을 알려야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밝혔다.
“본인들을 구해준 내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데 두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고 몹시 불편했다. 더구나 두 사람은 공인아닌가. 두 사람은 분명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둘 다 내 등에 업힌 채 ‘누구냐’고 물었고, 나는 ‘극장 직원’이라고 얘기해줬다. 이 씨는 내게 하 씨의 안부를 물었고, 고맙다는 말도 했다. 또 내가 이 씨를 업고 나와 내려놓는 것을 먼저 구출됐던 하 씨가 지켜봤다.
그런데 극적인 요소 혹은 두 사람의 관계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었는지 몰라도 매체에 나와서는 사실과 전혀 다르게 말했다. 이 씨는 하 씨의 생명을 구한 은인으로 영웅시되며 두 사람의 특이한 인연만 부각됐다. 지난해에는 한 방송에서 하 씨가 이리역 사고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보고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내 이름과 번호, 사연을 담은 메모까지 전달한 적이 있다. 그런데도 감감무소식이다. 그들을 비난하는 것도 생색내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진실은 진실 그대로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하 씨의 측근은 12일 통화에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 역시 그간 언론에 나온 내용대로만 알고 있다. 지금 와서 누가 구했는지의 진실을 가리는 것이 중요한지 모르겠다. 본인에게 확인해야할 정도의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과연 34년 만에 입을 연 유 씨의 주장이 사실일까, 또 유 씨의 주장에 당사자인 하 씨는 어떤 입장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진실이 어떠한 상처를 준다하더라도 진실 자체의 의미가 있겠지요.
저 역시 이런 내용은 처음 접했습니다만 당시 상황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를 봤을 때
유이호 씨란 분의 말이 진실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뷰 내용을 봤을 때 34년이 지난 지금도 감사의 말은 없었던 것 같군요.
지금도 얼마나 많은 진실이 숨겨져 있을까요.
가깝게 큰 것만 따져봐도 황우석 박사, 미네르바, 노무현 대통령 서거 등.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밝혀지지 않은 진실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문제 제기를 하면 단지 음모론으로만 치부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확실하게 진실을 밝혔으면 될 일인데 말입니다.
죄를 지은 사람은 반드시 벌을 받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진실은 언제이던지 밝혀지리라 생각합니다.
개봉박두 시기는 언제쯤일런지...
첫댓글 진실은 따로 있었구나. 더 신롸가 갑니다.
난또... 이리역 폭발사고에 뭔가 숨겨진 흑막이 있다는건줄 알았네요...
언젠가는 밝혀집니다....
허잡한 연예인 누가 구출했냐는 문제가 아닌....
진실을...
세상엔 진실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결과 많이 있을 뿐이지요!...
진실이 과거를 바로잡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사회적 이슈가 되지 못할 수 있는 개인적인 내용은 더욱 그럴 수도 있을거구요.
그러나 잘못된 사실이 있었다면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으로 올린 글이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 바랍니다. ^^
깝깝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