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세간 고쳐쓰기
손 원
쇼파 팔걸이 실밥이 풀려 눈에 거슬렸다. 송곳과 끈으로 꿰매니 우선은 괜찮아 보였다. 오래된 인조가죽 소파다. 군데군데 수리한 흔적이 있다. 자주색 소파인데 자세히 보면 좌방석, 등받이, 팔걸이 부분의 컬러가 다르다. 30년간 사용한 인조가죽 소파기에 온전할 리가 없다. 서툰 솜씨로 몇 번 자가 수리를 했기에 아직은 쓸 만하다. 십 년쯤 사용하니 먼저 좌방석이 닿아 거칠어졌다. 서비스센터를 찾아가 좌방석 커버를 갈았다. 다음으로 팔걸이 부분이 거칠어지고 떨어졌다. 소파 전체를 옮겨서 서비스받아야 했는데 번거롭기도 해서 직접 수리 했다. 좌방석 커버를 갈면서 남겨 둔 가죽을 잘라 팔걸이를 덮어씌웠다.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크게 티 나지 않아 식구들도 만족해했다. 스스로 수리하여 가구 수명을 연장하니 뿌듯했다.
며칠 전 식탁 의자 레자도 표면이 거칠어져 자가 수리를 했다. 얼마 전 소파 수리를 하면서 구입한 레자조각이 남아 있어 사용했다. 표면을 덮고 끈으로 묶으니 그런대로 괜찮았다. 의자 레자 부분을 제외하고는 식탁 세트가 완전하기에 적어도 몇 년간은 돈 들일 일이 없을 것 같다. 가끔 아파트 쓰레기 처리장에 버려져 있는 가구를 보게 된다. 멀쩡한 가구가 버려진 것을 보면 아깝기도 하고 자원 낭비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사를 오가며 전에 사용하던 가구를 통째로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가구뿐만 아니라 TV, 냉장고 등 값비싼 가전제품도 미련 없이 버린다. 새 아파트로 이사를 하든지 아니면 아파트를 깨끗이 수리하여 이사 올 경우다. 그럴 경우 헌 가구가 눈에 차지 않아 새 가구를 구입한다. 그것도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을 들여서 가구를 교체하기도 한다. 가구의 상태보다는 내구연한만 생각하고 멀쩡한 가구를 버리는 이도 있다. 물론 버려진 가구는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 재활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부숴 쓰레기로 버려져 안타깝다.
장롱 하나만 보더라도 상품으로 진열이 되기까지 많은 사람의 노력이 숨어있다.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숲은 줄어들고 있어 나무 묘목을 심기도 한다. 적어도 2~30년간은 가꾸어야 재목으로 쓸 수가 있다. 산의 나무를 베고 운반하여 널빤지로 가공한다. 목수는 널빤지로 장롱을 짜고 칠을 하여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장롱 하나가 소비자의 손에 이르기까지는 수십 년의 노력과 정성이 깃든다. 물론 생산과 소비라는 경제 논리로는 적절한 소비는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가계나 환경적인 측면에서 자원의 낭비나 숲을 파괴하기에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비품 중 조금만 손을 보면 사용기간을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다. 시골에 어른이 사용하던 손수레가 있어서 농사에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지난 토요일 양파를 수확하여 운반할 때다. 손수레 널빤지 상자가 손상되어 짐을 싣고 다니기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아쉬운 대로 사용 해 오고 있었다. 손수레에 가볍게 양파를 싣고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속도에 못 이겨 언덕 쪽으로 몰아넣으니 덜컹하며 양파가 앞으로 쏟아졌다. 손수레에 끼워 넣은 나무상자의 못이 빠져 쏟아져 내린 것이다. 임시방편으로 끈으로 손수레 상자를 묶어 어렵게 집까지 왔다. 아내는 이참에 손수레를 구입하도록 했으나, 상자 못이 빠졌다고 새것을 구입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상자 수리를 했다. 낡은 판자기에 완전한 수리는 할 수 없지만 못 몇 개를 박으니 아쉬운 대로 사용할 수가 있었다. 년간 몇번 사용할 손수레기에 그 정도면 충분하다.
고쳐쓰기를 잘하는 나를 보고 아내는 말했다. 조각 난 어금니도 고칠 수 있으면 고쳐보라고 한다. 나는 아직 잇몸이 튼튼하여 사랑니를 뽑을 때 외에는 아직 치과 진료를 받은 적이 거의 없다. 10여 년 전에 딱딱한 걸 깨물다가 어금니가 조각 난 적이 있다. 남아 있는 어금니로도 큰 불편이 없어 그대로 지내왔는데, 요즘 들어찬 음식을 먹을 때 시리기도 하고 잘 씹히지도 않는다. 그것마저도 직접 고쳐 쓰라는 아내의 비아냥이다. 대신 나는 가급적 원래의 이빨을 유지하는 것이 좋고 때가 되어 덧씌우기나 임플란트해도 된다고 우기고 있다. 그것은 고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내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 떡이 생긴다고 했다. 때로는 치과 진료를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는 무던한 고집을 접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애용하는 모든 것과는 오래 함께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그러다 보니 내 손에 들어 온 것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함께 한다. 손에 익은 것이 좋고 무엇보다 나의 애용품이 되어 준 것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마찬가지다. 갖기 위한 선택을 신중히 하기에 대부분 마음에 든다. 간혹 잘못 선택했을지라도 가급적 친해지려고 노력한다. 젊은 시절 구입한 아파트를 30년간 보유하고 있고, 자동차는 27년을 보유하고 폐기했다. 모두가 나를 위해 헌신한 애용품이고, 마지막까지 함께하니 뿌듯하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집안에는 오래된 물품이 많은 듯하다. 국가 경제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기도 하겠지만, 나의 만족이 우선이다. 적어도 국산품을 애용하고 아끼고 오래 쓰는 것도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2023. 6. 12.)
첫댓글 손 작가님의 검소한 면과 성실성에 존경을 보냅니다.
저는 중고차를 사서 17년 운행했는데 27년이면 대단합니다.
농기구까지 고쳐 쓰는 재주가 있어야 농촌 생활이 가능한 것 같아요. 저는 마음은 있지만 불가능입니다.
소위 ㄸㅅ이라 일일이 출장을 불러야 하니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ㅎ ㅎ
진심이 묻어 나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