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도(生死島) 2-18
『다, 당신은 적음상!』
두어평 초지(草地) 위에 거칠게 내동댕이쳐진 화소음이 절망의
부르짖음을 토해냈다. 달아오른 눈빛으로 머리 위에서 그녀를 내
려다보며 더운 숨을 씩씩거리고 있는 자는 적음상(赤陰相)이 분
명했다.
달리 색화랑(色花郞)으로 불리는 그는 중원 여인 모두의 적으
로 악명을 날리고 있는 희대의 색마(色魔)였다. 그의 지독한 색
업(色業)은 지난 오륙년 간 중원 전역을 누비며 지칠 줄 모르고
자행되어 왔다.
급기야 무림의 공분을 사 공적으로 낙인찍혔으나,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그 자의 쾌검(快劍)이 그야말로 절세적인 절학
이기 때문이었다. 누구도 그의 쾌검 삼 초를 제대로 받아낸 자
가 없었다.
점차 그는 색(色)과 쾌검, 그 두 가지로 중원 무림에 확고한
악명을 드날리는 마두가 되었다. 그 희대의 색마에게 떨어졌다는
것이 화소음을 절망하게 했다. 짙은 절망으로 정신이 아득해져
가는 그녀를 보며 적음상이 음악(陰惡)한 웃음을 터트렸다.
『흐흐흐.... 설마 이런 기막힌 물건이 내 손에 걸려들 줄이야.
이제까지 수많은 계집을 품어 보았다만 너 같은 물건은 참으로
처음이로구나.』
달빛 아래 적나라하게 드러난 화소음의 몸의 굴곡을 훑어보며
그가 입맛을 다셨다.
『이, 이, 색마. 날 어쩌려고...』
두려움에 떨며 일어나는 그녀를 적음상이 한 발로 어깨를 차
다시 쓰러트렸다.
『앙탈해 봐야 소용없다.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는다면 고통만
커질 뿐이다.』
그가 허리를 숙여 거칠게 화소음의 머리채를 잡았다. 그녀의
공포로 하얗게 질린 눈을 바라보던 적음상이 극도로 솟구치는 흥
분을 참을 길이 없었던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정말 네년의 미색은 최고로구나! 나를 미치게 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가 머리채를 틀어쥔 채 그대로 입술을 덮어 눌렀다. 도리질
하며 반항했으나 억샌 적음상의 손아귀 안에서 그것은 아무 의미
도 없었다.
『하, 기가 막혀!』
한동안 그녀의 입술을 탐하던 적음상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
시 한 차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내 그의 손이 화소음의 옷섶
으로 서슴없이 파고들어 가슴을 움켜쥐었다. 분노와 수치를 견디
지 못한 화소음이 악! 하고 짧은 비명을 터뜨리고는 의식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축 늘어진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탐색하듯 쓸고 주무르고 눌러
보던 적음상의 눈이 몽롱해졌다.
『이건, 이건 정말... 대단해...』
그에게 더 이상 참는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한껏
화소음의 몸을 쓸어주던 그가 거칠게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
다.
월하의 초지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바탕의 뜨거운 드잡이질
을 바라보고 있는 눈이 있었다. 어두운 바위 밑 그늘에 숨죽이고
엎드린 채 그 절망적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그 눈이 점차 끈적
끈적한 욕념으로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맨살에 와 닿는 서늘한 밤공기가 화소음의 의식을 깨웠다. 어
느새 알몸이 되어 있는 것을 느낀 그녀가 절규했다. 그러나 돌아
온 것은 뺨에 와 닿는 호된 손바닥일 뿐이었다. 퉁겨지듯 다시
초지 위에 쓰러진 화소음의 우유빛 투명한 살결이 달빛 아래 처
연하게 반짝였다.
느긋하게 자신의 옷을 벗어 던지고, 우람하게 솟구친 남성을
자랑하듯 그녀 앞에 버티고 선 적음상이 음소를 흘렸다.
『이제 알았겠지? 반항해 봐야 헛일이다. 이렇게 된 이상 포기
하고 함께 즐기는 게 현명한 짓이다. 인생의 낙이 이보다 더한
게 없다는 것을 알고 나면 너는 오히려 나에게 감사하고 오늘 일
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가 천천히 화소음의 나신을 끌어안고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
의 완강한 완력 앞에서 화소음은 사력을 다해 버둥거리고 몸을
웅크렸으나 그것은 적음상의 음욕을 더 불러일으키는 허망한 몸
짓에 불과했다.
어느덧 사월 보름의 만월은 반넘어 서녘 하늘로 기울어지고 있
었다. 죽은 듯 움직이지 않는 화소음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한동
안 깊이 침잠해 있던 적음상이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화소음은 손가락 하나 까닥일 수 없는 절망감으로 누워서 덧없
이 기우는 달무리를 보았다. 그녀의 볼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소
리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운명이라고 생각하거라.』
한동안 그녀의 나신을 내려다보던 적음상이 미련 없이 몸을 돌
렸다. 화소음이 풀잎을 움켜쥐고 억눌린 흐느낌으로 어깨를 들썩
였다.
『아, 육가가. 저는, 저는 이제 더 이상... 당신을...』
화소음의 비통한 흐느낌이 축축한 밤이슬에 젖어갔다.
『흥, 한껏 고귀한 척 얌전을 떨던 그대도 결국 이런 여자였
군.』
『아?』
갑자기 들려온 냉랭한 음성에 화소음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
다. 달빛을 등지고 서서 하얗게 웃고 있는 훤칠한 사나이가 보였
다. 귀티가 흐르는 그 자태에서 화소음은 그가 옥풍규임을 금방
알아보았다.
『당신, 당신이 어떻게...?』
당황한 화소음이 흩어져 있던 옷가지들을 주워 몸을 가리며 힘
겹게 일어났다.
『육초량 그 거친 들개 같은 놈에게 농락 당했다더니, 이번에는
색화랑 적음상인가? 그대는 취향도 야릇하군.』
비릿한 조소를 흘리고 서 있는 옥풍규 앞에서 화소음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육대가를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흐흐, 왜? 육초량 그 놈에게 모든 것을 주었던 만큼 일말의
순정이 아직 남아 있다는 건가?』
그의 말속에 가득한 적의를 느끼고 화소음은 당황했다. 옥풍규
가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 놈에 대해서는 내가 잘 알지. 어렸을 때부터 나는 그 영악
한 놈을 알고 있었으니까. 한데 뜻밖에도 그대가 그 놈의 노리개
였을 줄이야.』
『어떻게 그런 터무니없는 말을...!』
화소음이 창백한 얼굴에 한 줄기 적의를 띄워 올리고 옥풍규를
한스럽게 노려보며 소리쳤다. 옥풍규가 그런 화소음을 향해 또
한 걸음 다가섰다.
『흥, 기껏 이 사내 저 사내의 품이나 파고드는 하찮은 계집이
감히 내 앞에서 큰소리를 치다니.』
팔을 뻗은 옥풍규가 거칠게 화소음의 옷을 빼앗아 팽개쳤다.
화소음은 그에게 알몸을 보인다는 것이 적음상에게 당하던 때보
다 더 수치스럽고 분했다.
『당신, 이게 무슨 짓이죠!』
두 손으로 가까스로 몸을 가리며 매섭게 노려보는 그녀의 얼굴
에 증오가 가득했다. 옥풍규가 느긋하게 그것을 바라보며 이죽거
렸다.
『솔직히 말해 보아라. 네년은 강사옥 그 자가 나를 감시하라고
보낸 밀정이지? 그와도 정을 통했느냐?』
화소음은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았다. 분노와 수치로 떨고
있는 그녀의 나신을 바라보던 옥풍규의 입가에 한줄기 싸늘한 웃
음이 매달렸다.
『내 말이 사실인 모양이군. 네년은 육초량의 노리개였고, 강사
옥의 첩자였어. 그리고 적음상의 정부이기도 하지. 복잡한 관계
로군.』
『비열한 자식.』
화소음이 와들와들 떨리는 음성으로 그렇게 욕했다. 옥풍규의
눈이 새파랗게 빛났다.
『계집, 감히 더러운 주둥이를 놀리다니!』
그가 거칠게 화소음의 팔을 낚아채 비틀었다.
『강사옥 그 자가 너를 보내 나를 미인계로 사로잡으려 한 음모
를 벌써 눈치채고 있었다.』
『터무니없는 소리!』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절규하는 화소음이었다. 옥풍규가
그런 그녀의 팔을 더욱 비틀며 낄낄 웃었다.
『대가가 무엇이었더냐? 나를 내세워 신검문을 부활시킨 후 실
권을 잡으면 그 때는 나를 죽이고 그가 직접 무림의 맹주 노릇을
하겠다더냐? 그리고 네년을 부인으로 맞아들여 온갖 부귀와 영화
를 누리게 해주겠다고 했겠지?』
화소음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한서린 눈으로 그
를 노려볼 뿐이었다.
『당신은 참으로 한심한 영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군요. 당
신을 믿고 신검문을 일으키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불쌍해요.』
화소음의 경멸을 참고 넘기기 힘들었을 것이지만, 옥풍규는 화
내지 않았다. 그가 오히려 그녀를 경멸한다는 듯 바라보며 비웃
었다.
『좋아, 마음껏 지껄여라. 강사옥이 어차피 나를 홀리라고 네년
에게 명령했을 테니 마음껏 즐겨 주마. 그 다음에 네년을 취조하
여 그 자의 간악한 음모를 백일하에 드러내겠다.』
옥풍규가 화소음의 나신을 거칠게 끌어안았다.
『놔, 이 후안무치한 자. 당신은 적음상 그 자보다 더 나쁜 악
마야!』
울부짖는 그녀의 복부에 옥풍규의 주먹이 사정없이 떨어졌다.
『악!』
화소음이 숨이 막히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런 그
녀를 보며 옥풍규가 느긋하게 자신의 옷고름을 풀었다.
『흐흐흐, 계집, 그새 적음상 그 자에게도 정이 들었던 모양이
구나.』
사악하게 웃은 옥풍규가 거칠게 그녀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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