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규모 학교와 혼합교육 모델 ]
출산율 하락에 따른 학령 인구의 감소로 인해 농어촌뿐만 아니라 대도시 내의 초등학교가 폐교했다는 뉴스를 가끔 접하게 됩니다. 학생 수가 감소한 학교를 폐쇄하고 학생들을 인근 학교로 보내는 것이 사회적으로,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정책인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로나 지머슨(Lorna Jimerson) 등의 연구에 따르면 소규모 학교는 학생들의 사회화와 학습 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규모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대규모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 비해 학업 성취도도 높고 과외 활동에 참여할 가능성도 더 크다는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소규모 학교는 관료주의적이지 않고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함으로써 교사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규모 학교가 비효율적이라고 여기고 학생 수가 감소하면 학교 문을 닫고 학생들을 규모가 큰 인근 학교로 배정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관리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교육 행정가들의 생각과 학교를 담장에 둘러싸인 단일 기능의 구조물로 여기는 경제 관료들의 생각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폐교와 전학은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학교가 문을 닫게 되는 지역의 주민들에게도 경제적, 심리적 충격을 주게 됩니다. 일반적 상식과는 달리 교육학 분야의 신뢰할 수 있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교육적 효과 등을 감안했을 때 소규모 학교가 대규모 학교보다 비용적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신입생 감소를 위기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학생 친화적인 방향으로 학교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요. 학교가 학생을 수용하기 위해 담장으로 둘러싸인 공장 같은 거대한 건물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학교가 지역사회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소규모 학교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할 수도 있을 겁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젠크스에 있는 노인요양시설인 그레이스 리빙 센터(Grace Living Center)의 대표는 고령의 입주자들이 길 건너편에서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행복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20만 달러를 투자하여 요양원 안에 2개의 교실을 만든 후 해당 지역 교육청과 협의해 연간 1달러의 임대료만 받고 유치원에 그 공간을 임대해 주었습니다.
노인요양원 내에 유치원이 입주하면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동과 고령의 입주자가 같은 공간을 사용하면서 서로 책을 읽어주고, 대화를 나누고, 그림을 그리고, 즉흥 연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노인들은 아이들과의 주기적인 교류를 통해 더욱 행복하고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레이스 리빙 센터의 노인들은 약물을 이전보다 더 적게 복용하게 되었고, 유치원 아동들의 읽기 능력은 초등학교 3학년 수준으로 향상되었습니다. 아이들은 고령의 입주자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책임감, 자제력, 관용, 다름을 수용하는 자세 등을 배우며 정서적으로 성숙해졌습니다.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아동을 수용할 실내 공간과 학생들이 뛰어놀 수 있는 조그마한 야외 공간만 있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교사 한 명이 담당하는 학생 수가 적으면 어떻습니까. 미래 인적자본에 대한 국가적 투자라고 생각하면 되겠지요.
아이를 낳아도 교육을 시킬 수 있는 학교가 없는 지역에 누가 정주하려고 하겠습니까. 과거 관행에 따른 경로 의존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분야마다 창의적인 정책 설계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 산업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사)지역산업입지연구원 원장 홍진기
첫댓글 소규모 학교 혼합모델을 우리나라도 도입하여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