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5일 FA 선수 공시로 시작됐던 프로농구 자유계약 선수 협상이 드디어 종료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KBL을 본 이후 가장 좋아했던 선수인 주희정의 안타까운 은퇴와
응원팀의 에이스 이정현 선수의 이적으로 씁쓸함과 아쉬움을 지울 수 없는 시기였네요.ㅎㅎ
하지만, 개인적인 느낌을 떠나서도 매해 FA 기간은 한숨의 연속입니다.
지난 5월에도 본 것 같은 '자유 없는 자유계약 제도' 라는 제목의 기사가 어김 없이 올해도 나타났고,
문제점을 느끼지 못하는 KBL의 태도를 보았을 때, 내년에도 우리는 동일한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걸려 있는 것을 보게 되겠죠.
FA 제도가 여러 관점에서 봤을 때, 쉽게 만지기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KBL의 입장과 각 구단들의 입장이 다르고, 선수들의 생각 역시 또 다를테니까요.
그렇지만, 프로농구가 발전하고 오프시즌 팬들의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선 FA 제도 개선은 필수 입니다.
실력으로 인정 받고 연봉으로 보상 받는 선수들, 당장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운영하고 계획을 세워가는 프론트진,
이런 상황과 관계들을 지켜보며, 흥미와 팬심을 키워가는 팬들, 이 셋이 선순화되어야 프로농구가 한단계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FA제도,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프로농구 자유계약 제도는 조금씩 개선되어 가고 있습니다.
특히 14-15시즌을 앞두고 많은 부분 변화가 있었죠.
기존 완벽한 입찰제였던 타 구단 영입 진행 방식에 10%라는 유동성이 생겼고,
특급 선수들의 이적 및 연봉 상승을 막고 있던 개인 연봉 샐러리캡 30% 제한 제도도 사라졌습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고 있던 보상 선수 제도도 보상 수준을 일부 완화하였고,
만 35세 이상의 선수는 보상 선수 제도에서 예외로 두어 노장 선수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마무리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작은 변화는 있었습니다.
동일 포지션의 상위 선수들은 한 팀에서 뛸 수 없다는 시대착오적이고 황당했던 포지션 랭킹 제도의 삭제였죠.
이렇듯 KBL은 최소한 문제에 대해 인식은 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변화는 너무 느리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유명무실 원소속 구단 협상 기간
이번 FA 기간도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당연스럽게 템퍼링 논란이 있었습니다.
기자들도 '그게 없을 수가 있어' 라는 반응으로 공공연하게 템퍼링을 인정하고 있죠.
실제로 이정현 선수가 전주 KCC와 템퍼링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원소속 구단을 위해 협상 우선권을 먼저 주는 것은 이 '자유 없는 자유계약 제도' 의 시작입니다.
원소속 구단과 우선 협상을 통해 새로운 연봉을 제시 받는데, 이건 선수에게 일종의 족쇄가 되죠.
현 제도에선 원소속 구단이 제시한 금액보다 무조건 많은 돈을 제시해야만 타 구단으로 이적할 수가 있습니다.
과거 KBL에서 크게 이슈가 되었던 이면 계약, 뒷돈 문제 등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인 것이죠.
하지만, 한발 떨어져 봤을 때, 원소속 구단과의 우선 협상 제도만 없앤다면,
FA 대상 선수는 이적의 자유를 얻고, 쓸데 없는 템퍼링 논란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됩니다.
(프로야구에서도 동일한 논란들이 있었고, 현재는 우선 협상 제도를 폐지 했죠.)
단지 원소속 구단에게 이점을 주기위한 제도인데, 이정현 선수의 케이스에서도 봤듯,
구단이 정말 잡고 싶은 수준의 선수라면 어떻게든 팀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사인 앤 트레이드 제도까지 있는 현재 상황에서 원소속 구단 협상기간은,
FA 대상 선수의 발목만 잡고, 논란만 만들어 팬들의 피로감만 늘리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폐지가 답입니다.
폐지할 수 없다면 더욱 완화가 필요한 보상 선수 제도
FA 기간 팬들에게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이야기는 역시 보상 선수 제도에 대한 내용입니다.
어떤 선수를 영입할 때 보상 선수를 내주어야하는지, 몇명을 보호할 수 있는지, 자동 보호 선수는 어디까지인지,
이런 이야기들과 관련된 규정들은 FA 시즌마다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을 이로 인해 FA 미아가 되거나, 절대 을이 되어버리는 선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이번시즌 창원 LG의 양우섭, 지난시즌 인천 전자랜드의 정병국, 박성진 선수입니다.
어설프게 연봉 30위 안에 들어 보상 선수 문제로 타구단 이적이 어려워진 케이스죠.
새로운 출발이나, 더 높은 연봉을 원해도 보상선수 문제로 이적 시장에 나오지 못하는 선수들이 종종 있습니다.
과거 보상 수준을 낮추면서 보상 선수 제도를 일부 완화하긴 하였지만,
(보상선수1 + 연봉 100% or 연봉 300% → 보상선수1 + 연봉 50% or 연봉 200%)
수준을 완화할 것이 아니라 보상 선수 기준에 대한 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0개 구단, 팀마다 2명의 외국인 선수가 뛰고 있기 때문에,
팀에서 주전에 겨우 들어가거나 식스맨급인 국내 선수도 연봉 상위 30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죠.
개인적으로는 팀의 확실한 주전급 선수만 대상 선수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연봉 상위 30위를 20위로 수정하고,
보호선수 역시 현재의 3명에서 4명으로 늘려, FA 선수와 보상 선수의 간극을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국내 스포츠는 선수 폭이 넓지 않기 때문에 보상 선수 제도가 존재하는 것에 대해선 일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프로 선수로 살면서 몇번 없는 FA라는 기회를 제도 때문에 활용 할 수 없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이번시즌 양우섭 선수를 두고 왜 FA 시장에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좀 있었는데,
FA를 맞이한 선수가 FA 시장에 나갈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제도라면 반드시 개선이 필요합니다.
일단 지르고 보는 첫해 연봉
FA 제도와 맞물려 선수들의 연봉 산정 방식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자유계약 선수 이동은 10%의 유동성만 있는 실질적 연봉 입찰제인데, 이 첫해 연봉이 보전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KBL은 매해 연봉 협상을 다시하고 있는데,
하드캡을 사용하는 현 리그 상황과 대부분의 구단들이 적자 운영을 하고 있어, 현실적으로는 수긍이 가는 부분입니다.
다만, 선수가 FA를 맞아 연봉 계약을 하게 되면
일단 잡기 위해 높은 금액을 부르고 이후 샐러리캡 활용을 위해 이 연봉 수준을 유지시켜주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봅니다.
과거 울산 모비스 소속의 김효범 선수는 FA 선수가 되어 5억 13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받고 서울 SK로 이적했었습니다.
활약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전경기 평균 30분 이상을 뛰며 평균 15득점 이상을 기록 했죠.
하지만 다음 시즌 연봉은 5억 1300만원에서 30%가량 떨어진 3억 6000만원 이었습니다.
팀 성적이 좋지 않다는게 이유였지만, FA 대박을 이룬 김효범 선수 입장에선 그 꿈이 한시즌만에 산화되버린 것이었죠.
그리고 다음 시즌 연봉은 여기서 더 떨어진 2억 5000만원이었습니다.
기준 없는 연봉 제도가 선수 김효범의 열정을 삭제 시켜버린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25일 KGC 소속이었던 이정현 선수는 역대 최고 금액인 9억 2000만원에 KCC 이적 계약을 완료하였습니다.
공을 가지고 자신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가 점점 줄어가는 국내 농구 여건을 봤을때,
안양 KGC를 통합 우승으로 이끈 이정현의 가치는 엄청났고, 이는 역대 최대 연봉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던 KCC는 이정현의 가세로 전력을 더욱 강화 했고,
팀의 젊은 유망주인 송교창을 비롯하여 15-16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멤버들이 여전히 로스터를 지키고 있어
다음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다만, 이정현의 높은 연봉으로 인해 몇몇 선수들의 연봉 하락 및 이적까지도 고려해야하는 상황은 썩 달갑지 않습니다.
연봉 협상 기간을 통해 어느정도 조율이 가능하겠지만, 이 때문에 큰폭 연봉이 삭감되는 선수가 생긴다면,
과거 김효범과 같이 열정과 기량을 함께 잃어버리는 선수가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는 이정현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현재는 최고의 연봉,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이적하였지만, 앞으로의 연봉하락은 예정된 시나리오입니다.
혹여 그 수준이 선수와 구단이 감정을 상하는 수준까지 가게 된다면, 이정현과 KCC의 만남이 언해피가 되겠죠.
최소한 연봉 하락 폭에 대한 기준(10~20% 수준)을 마련해야, 선수도 이에 동의할 수 있고,
구단도 무분별하게 선수를 영입할 것이 아니라 기존 선수와의 조화 및 연봉 수준을 고려해 구단을 운영할 수 있다고 봅니다.
FA 제도는 이러한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우선 협상 기간을 통해 원소속 구단으로부터 연봉을 제시 받고 이적을 위해선 이 족쇄를 차고 나와야 합니다.
타 구단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원소속 구단으로부터 제시 받은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해야하고,
입찰제라는 현실 때문에 오버페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식으로 연봉을 지르다보니, 이 연봉이 보전되지가 않습니다.
이 과정에 선수는 의지를 잃고 슬럼프에 빠지면서 팬들은 실망하게 되고, 농구는 그렇게 인기가 없죠.
FA 제도는 그렇게 많은 스타들을 떠나보냈습니다.
2002년 아시안게임은 농구팬이라면 누구나 기억 속에 뜨겁게 남아있는 장면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 때의 금메달을 통해 우리는 군면제, 공백 없이 볼 수 있는 스타들을 얻게 되었었죠.
하지만, 그 중 꾸준히 리그를 지키고 활약한 선수는 김주성 밖에 없습니다.
잦은 부상으로 새로운 시작을 원했던 방성윤은 기존 소속팀 SK로부터 제시 받은 연봉과 보상선수 문제로
결국 팀을 떠나지 못하게 되면서 헐값에 팀에 남게 되었습니다.
부상 문제도 있었지만 이런 과정에 지친 방성윤은 머지 않아 은퇴를 하게 되었었죠.
연봉 협상 및 샐러리캡 문제 등으로 시작된 김승현의 이면계약 이슈는 KBL에 생채기를 남겼고,
슈퍼스타에게 큰 공백기를 만들었습니다. 전성기를 코트 위에서 보내지 못한 김승현은 쓸쓸히 프로 무대를 떠나게 됐었죠.
조금씩 점진적으로 제도를 수정해가는 것도 좋지만,
그동안의 사례들, 그리고 뻔히 보이는 앞으로의 상황들을 생각했을 때, 지금의 변화는 느려도 너무 느리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이해 관계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분명하게 보이는 FA 제도에 대한 문제들이라면,
KBL이 조금은 속도를 내고, 구단들도 약간은 양보하는 모습들로, 그들이 정말 원하는 KBL 흥행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칼럼급의 글이네요~^^
과찬이십니다.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ㅎ
KBL 운영이 구단에 이윤을 남기지 못하고 오히려 적자를 보는 구조니, 선수의 편의를 고려할 생각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FA제도를 보면 말이 프로리그지 실업리그 시절과 뭐가 다른걸까 싶어요.
팬들이 많지 않고 수익이 잘 나지 않는 구조이니, 구단들 입장이 앞설 수 밖에 없겠지만...구단들도 이왕이면 프로농구가 흥행하면 좋으니 조금은 양보를 해줬으면 좋겠네요. 큰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고요.ㅎ
Fa경매제도
사실상 아직도 경매죠.ㅎㅎ
요즘 정치를 보면서 느낀건데,
정치인은 그래도 임기가 있고,
그래서 맘에 안드는 사람이 뽑히면 한동안 참으면 다음 사람을 우리가 투표로 바꿀수라도 있는데,
농구팬은 사실상 불매운동 말고는 리그에 영향을 미칠만큼 할수 있는 행동이 아무것도 없다는게 엄청 답답해지네요,
거지같은 fa도 그냥 쳐다보면서 답답해만 하고 팬으로서 할수있는게 없으니 점점 무기력해지기만 합니다,
관심도 점점 멀어지고,
좋은 글을 읽었는데 뒤돌아서 생각해보니 현실은 답이 없으니 짜증만 더 나는거 같습니다,
연맹이 조금만 노력을, 구단들이 조금만 양보를, 선수들과 팬들이 조금만 더 목소리를 낸다면 바뀔 수 있다고 기대해봅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