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뢰침
- 강기영
나무의 천적은 아궁이겠지만 가끔
나무를 찾아오는 불이 있습니다
먼 우주에서 찾아오는 불
연기도 없이 나무를 지나가는 불
그런 불을 대신 받기 위해
쇠말뚝을 세워놓습니다
불이 지나간 나무는
이름을 지키는 도장이 되기도 합니다
이질의 도움으로 불을 피하려는 나무는
빗발치는 불꽃을 피하고 면한
지긋한 나이테를 갖고 있습니다
그 어디에도 명중된 자국이 없습니다
그런 나무 옆에 어린 묘목처럼 서 있는 피뢰침은
조금씩 쇠의 신분에서 목질의 마음을
불러들이고 있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밀도가 높은 쇠붙이는
불을 껴입는 습성이 있다고 합니다
비만 내리면 바짝 긴장하는
고목나무 옆,
이파리 없는 나무는
몸을 곧추세우고 쏟아지는
하늘 불꽃을 입안 가득 삼킵니다
촘촘한 나이테는 제자리에서
한 치의 미동도 없이 무표정합니다
굉음과 함께 쏟아지는 빛이
순식간에 쇠말뚝 밑으로 꼬리를 감춥니다
- 2026년 아토포스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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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여름이 시작되면서 태풍이 몇 차례 찾아오고 장마도 이어집니다
우레가 잦아지면 벼락을 피하기 위한 피뢰침이 매우 소중해집니다
옛날에는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도장을 파서 간직하는 풍습도 있었다고 합니다
오래된 동수나무 치고 벼락 한 두번 맞아보지 않았을 리 없습니다
나이 지긋하신 분치고 일생에 기억하기 싫은 고난의 시간을 겪지 않았을 리 없지요
대장간에서도 최소한 여덟차레 불맛을 본 무쇠라야 명검으로 탄생합니다
쇠가 아니어도 피뢰침 역할을 하려면 뿌리가 튼실하고 촘촘해야 합니다
잦은 우레에도 흔들리지 않고 몸을 곧추 세워 하늘 불꽃을 온몸으로 받아들입시다
하찮은 우산 하나로 벼락을 피할 수도 있는만큼,
벼락 맞고도 살아남은 토픽을 써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