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강서구와 인천 미추홀구 등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조직적 전세사기가 올해 들어 화성 동탄과 구리 등 경기 지역으로 확산되며 수많은 피해자를 낳자 경기도가 도 차원의 강력 대응에 나섰다.
최근 전셋값이 떨어져 기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을 막기 위해 시행된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 규제 완화 또한 경기도에서 최초로 제안된 것으로 나타나났다.
지난 8일 경기도는 전세 보증금 반환 용도 대출 규제 완화를 시행하고 이주비·긴급 생계비 지원 등을 준비하는 등 전세피해 지원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5월11일 '전세 피해 관련 경기도 입장문'을 통해 7가지 제도개선안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으며 이주비 지원 등 경기도 자체 지원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 규제 완화, 경기도가 건의
역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해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 반환 용도에 한해 이뤄지는 대출 규제 완화가 1년간 시행된다. 도는 7가지 제도개선안 중 하나로 '임대인을 위한 임차보증금 반환목적의 대출 활성화'를 건의한 바 있다.
임대인이 전세금 반환 용도로 은행권(인터넷은행 제외) 대출을 이용할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자상환비율(RTI) 1.25~1.5배에 달했던 대출 규제가 완화된다. DSR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지난 7월27일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받을 수 있다.
DSR은 모든 금융권의 대출 원리금을 따지지만, DTI는 주택담보대출 이외 다른 대출은 이자 상환분만 반영하기 때문에 더 느슨한 규제로 통한다.
예상치 못한 전세 가격 하락으로 인해 전세금 반환이 지연돼 주거 이동이 제약되거나 전세금 미반환 위험 우려로 인해 불안해하는 세입자들을 위한 제도다.
도는 이번 규제 완화로 임차인들이 보다 원활히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5월25일 국회를 통과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도 도 건의가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는 피해지원 대상인 피해자 요건을 경매 또는 공매 개시나 임대인에 대한 수사 개시 등으로만 한정했으나 무자본 갭투기로 인한 깡통 전세 피해자 등으로 확대했다.
전세사기 피해자에 이주비·긴급 생계비 실비 지급
도 차원의 피해 지원방안으로는 퇴거명령 등으로 인해 당장 거주할 곳이 없는 전세 피해자에게 경기주택도시공사(GH)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한 긴급 주거지원(지원주택)을 제공한다. 이달 중순부터 전세 피해자가 긴급 지원주택 입주 시 최대 150만원의 이주비를 지원한다. 접수는 경기도주거복지센터 내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가능하며 구체적인 일정은 추후 안내할 예정이다.
생활고를 겪는 전세 피해자에게 긴급 생계비 100만원을 지원하기 위해 '경기도 주거복지기금 운영 조례'를 지난달 개정, 이달 7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세부 지원 일정은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 등 행정절차를 통해 결정한다.
같은 날 전세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주택임차인 대상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를 지원하는 내용의 '경기도 주택임차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지원 조례'도 공포됐다. 경기도의회와 협력해 보증료 지원 예산확보, 지원체계 구축, 행정절차 이행 등의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발생한 동탄지역 집단 전세 피해 해결을 목표로 하는 '탄탄주택협동조합'(이하 조합)도 돕고 있다. 조합은 해당 지역 전세 피해자들로 구성됐다.
도는 화성시, 경기도사회적경제원 등과 협조해 법률상담이나 정관·사업계획 수립 등 신속한 조합 설립을 위한 행정적 지원을 했으며 초기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금융기관 후원 협의 등 안정적인 조합 운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피해자 대신 조합이 임대인으로부터 주택 소유권을 이전받은 뒤 기존 임차인들인 각 피해자와 시장 매매가의 90%로 새로운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나머지 10%는 출자금으로 향후 반전세나 월세 등 주택 임대 사업으로 수익을 내면 돌려받을 수 있다. 역전세 매물이어서 완전한 피해 복구는 어렵지만 피해 전세보증금 평균의 약 93%는 보전받는 것이 가능하다.
대출 유지와 분양권 소유에 따른 중도금 납부 등 피해 주택 매입이 어려운 사정이 있거나 장기간 소송이나 경매를 진행하더라도 완전한 보전을 받을 수 없어 빠른 일상 회복을 원하는 피해자들에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상 회복 지원" 전세피해 지원센터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 돕는다
도가 운영하는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는 법률·금융·주거지원 상담뿐만 아니라 전세사기피해자 결정신청서 접수와 피해사실조사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 6월1일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전세사기특별법') 시행 이후 7월 말까지 도내 전세 사기 피해자 결정신청서 총 978건이 접수됐다.
현재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심사 중으로 이달 1일 기준 전세 사기 피해자 등 220건은 결정·통보됐다. 전세 사기 피해자로 결정되면 ▲경·공매 유예와 정지 ▲경·공매 우선 매수권 부여 ▲경·공매 대행 ▲조세채권 안분 ▲공공임대 제공 ▲주택구입자금 저리 대출 ▲미 상환금 분할 상환 ▲신용정보 등록 유예 ▲긴급복지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전세피해지원센터는 내달 중 '전세사기특별법'에 따른 전문적인 지원 내용을 피해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경공매 절차, 등기부등본의 권리관계 등 피해자분들의 사례를 통한 1대 1 맞춤형 상담 강좌를 마련할 계획이다. 의정부시 등 도내 원거리 전세사기 피해자의 신청 편의를 위해 수원에 위치한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뿐만 아니라 시·군을 통해서도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김 지사는 "근본적 전세 피해 구제와 예방을 위해 앞으로도 중앙정부에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라며 "피해자 중심의 전세피해 회복 방안인 탄탄주택협동조합을 선도적으로 지원하는 등 지방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