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일주일 만입니다.
많은 식구들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을 저또한 하게 되네요.
매일 들려요. 매일 들렸어요.
글 쓴적은 없어도.. 매일 꼬박 글들 다 읽고 갔어요.
이사늙 변했다..
예전의 이사늙이 아니다..라는 소리 참 많이 나오더라구요.
이사늙은 안 변했어요.
변한건.. 저랍니다.
제가 변했어요.
한없이 사랑스럽기만 하던 아이가..
머리 굵어져 엄마의 목소리만 들어도 짜증내는
미운 사춘기 소년처럼
그렇게 제가 변했어요.
자꾸만 시들해지고
자꾸만.. 잦아드는 열정들.
공연보기 한시간전이 되어야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무딘 심장.
일주일 동안 콩닥거려 아무일도 못하게 만들었던
롱리브드림팩토리 공연.
점심도 저녁도 못먹은 채로 늦으면 어떻게 하나
발 동동굴러 안 타던 택시까지 잡아타고..
내가 안 본 사이에 많이 변해버린 공연에 적응해 가며..
미치도록 놀다가
공연끝나고 나오는 사이에 풀려버린 다리로
버스 정류장까지 질질 끌려가던 2000년 5월.
그로부터 2년.
이제..공연 좀 다녀봤다고 젠체 하는 건 아닌가..
너무나 좋은 것들 듣고 보아와서 최고의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감동에 인색해지는 건 아닌가..
내가 지금 보고 듣는 이 무대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지 못하고,
맨날 그 밥에 그 나물이야~레파토리 좀 바꾸지 그래 하면서 익숙해져버린 풍요로움에 배때기 두드리며 궁시렁 거린건 아니었는지..
뭐 좀 들은건 있다고 공장장님과 드팩에 대해서 함부로 떠들고 다니는건 아니었는지..
선배 팩토리안들이 방방 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안 불러도 나오는데.. 하며 아직도 뛰어야 할 내가 앵콜때 주저앉아서 부채질만 하고 있었던건 아니었나..
공장장님에 대한 한없는 애정이 마음에도 없는 불만으로 튀어나고 있지는 않은지..
심드렁 한 척 해줘야 멋있는 건줄 알고 겉멋에 취해 있는건 아닌지..
요즘들어 비판이 아닌 비난의 화살을 꽂고 있는건 아니었는지..
이사늙에 들어온지 2년 밖에 안되면서.. 후배 식구들에게 은연중에 텃세부리고 있는건 아닌지..
내일 무얼 입고 갈까.. 드팩티들 펼쳐놓고 고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봤던 일들이었습니다.
내일은 정말 2년전에 심장 터지게 보았던 롱리브 공연때 처럼..
아무것도 없이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실컷 즐기고 올려구요.
이사늙은 변한 것 없고
이승환 또한 변한 것 없고..
변한 건 단지 나였으니까.
나만 돌아오면 되는 거였으면 좋겠네요.
p.s.
야광봉 없이 보았던 쎈 서울 공연부터 박수치고, 주먹쥐고 흔들며, 춤추며 보는 공연이 100배는 더 재미있다는 걸 알아차렸답니다.
제주도에서 돌려 흔들던 손수건의 감동이 여전해요.
야광봉 대신.. 손수건 하나 들고 오세요.
드팩 손수건도 좋고 이사늙 손수건도 좋고 뭐..다른 손수건도 좋고..
손에 묶어 두었다가 땀도 닦고, 신나게 돌리기도 하고..
야광봉 보다는 나을껄요.^^